청송교도소에서 편지 한통이 날아왔다

밥풀냄새가 난다 그 쪽도 내 독자다

지금은 봄이군요 그리고 아무 말이 없다

새순이 돋아서 좋다 꽃이 피어서 좋다

그쪽도 어쩌다 내 쪽으로 가지를 뻗어서 좋다

검열한 편지지 속에서 삐뚤삐뚤 피어난 꽃

볼펜 한자루에서 피어났다

오늘은 저녁 쌀 씻다 한줌 쌀을 더 씻다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2005)

교도소에 수감 중인 발신자가 보낸 편지 속에는 봄과 새순과 찰랑거리며 쏟아지는 봄빛, 햇살이 소복하다. 그걸 받아든 시인에게 편지속에 소복 담긴, 같은 봄이 쏟아지고 있음을 본다. 시인과 수감자 사이에 봄빛살 같은 맑고 신선한 사랑이 흐르고 있다. 순수한 마음으로 시인에게 편지를 쓰고 봄을 전해준 수감자를 위해 쌀 한 줌을 더 씻는다라고 말하는 시인의 마음이 참 따스하다.

<시인>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