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산까치가 내려앉아
꽃잎을 부리로 해집으며 꽃술을 쫀다
꽃을 괴롭히고 있다
꽃보다 먼저 휘청대는 홍매화 가지가
허공에 몇 자 써보겠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흔들렸다
지휘라기엔 감정선이 너무 단조로웠으나
홍매화는
차라리 새를 괴롭히듯
산까치 머리에 쇠뿔로 피어
누구든 들이받는 꽃이고 싶은데
….( 시의 일부분 인용 )
`교우록`(2005)
길 가 화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홍매화와 산까치의 싸움 장면이 한 폭의 그림으로 재밌게 그려지고 있는 작품이다. 격력하고도 유머러스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살아있는 것들은 살아있는 것들로 가득하고 또 번잡한 것이어서, 홍매화와 산까치는 인간의 도시 안에서 인간의 도시와 더불어 뜨거운 생명의 존재로 다가서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