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희포항여성회장
예년의 4월과는 다르게 매서웠던 2010년 4월, 나는 환자의 신분으로 병원을 찾았다.

가벼운 감기와 같은 질환으로 병원을 찾을 때는 증상을 가라앉히고 싶은 욕구가 우선이었던 듯하다. 그러나 가볍다할지라도 수술이라는 외과적 치료를 위해 향한 이번 병원행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심하게 엄습해왔다. 이처럼 통증은 있지만 병명을 명확히 알 수 없거나 혹은 가벼운 질환이 아닌 수술과 같은 처치가 필요해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환우들의 경우는 불안의 강도와 간절함이 절절하다. 때문에 하루에 한번 병실을 순회하는 주치의의 회진 시간은 환우들에게 완곡한 기다림의 순간이다. 단 1분의 만남일지라도 주치의의 미소와 한마디가 완곡한 기다림에 대한 충분한 보상임에 틀림없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의 발길이 바쁘다.

시내의 주요한 교차로에는 어김없이 후보자들과 그를 지지하는 운동원들이 기호 몇 번 누구를 찍어달라는 주문을 하기에 바쁘다. 신호등을 한번 건너가려면 최소한 두 장 이상의 명함은 기본적으로 손에 주어지게 되는 것을 보니 선거철은 선거철인 모양이다. 앞서 언급한 의사 등 전문직들이 일정한 과정을 거쳐 권한과 권위를 획득하게 되듯이, 정치인들에게 있어 권한과 권위를 획득하게 되는 과정은 선거의 과정이다. 그러나, 권한과 권위의 획득 과정에 있어 유권자들의 선택보다는 특정 정당의 공천권 획득 여부에 사활을 거는 듯한 지역 정가의 모습을 보니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지방자치 선거가 시작된 지도 상당한 횟수가 지났으니 정치인들 뿐 아니라 성숙한 유권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지역의 살림을 맡아갈 지역의 일꾼들을 선출하는 일이니만큼 우리들의 삶의 질을 높여낼 수 있는 정책과 전망을 가진 옥석을 가려내는 일에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많은 유권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후보자(정치인)들이 많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본다. 첫째, 아이들과 여성, 장애인과 소수자, 노동자와 농민, 청년들과 어르신들 모두에게 살기 좋은 포항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후보자, 그리고 이런 지역을 만들어가기 위한 정책과 전망을 밝히며 자신을 찍어줄 것을 요청하는 후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둘째, 당선이 된 후에도 자신이 했던 약속을 잊지 않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정치인들이었으면 좋겠다. 셋째, 시민들이 부여해 준 권한으로 시민 위에 군림하지 않는 정치인들이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선거 시기든 일상이든 말이다.

포항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바라는 정책요구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지방선거의 주체가 정치인들만의 것일 수는 없다. 하여 여성, 소비자, 학부모, 노동자, 장애인, 청년 등의 요구가 지역의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각계의 요구(안)을 모든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제안할 예정에 있다고 한다.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보육지원정책의 확대 강화, 여성과 아동들이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인권 정책의 확대, 헌법 제31조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실시한다는 조항을 전면적으로 실시할 것 등이 그 핵심이라고 한다. 정치의 한 주체인 유권자들의 의견들인만큼 이런 흐름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시민들의 욕구가 지역에 적극 반영되는 참다운 풀뿌리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한 일에 정치인, 유권자 등 모두의 노력이 요구되어진다. 또한 누군가에게 우리에게 부여된 권한을 위임하기 위한 과정인 선거이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겨하기에 주저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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