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은행들이 이슬람법과 세속법 모두를 지키려다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중동 등 이슬람권 지역의 금융업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앞둔 몇 년 간 금융에 대한 종교적인 각성이 높아지고 원유 판매대금 유입 증가에 힘입어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금융위기와 함께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이슬람권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나 업무 구조조정, 채무 증가 등의 사태에 직면하며 타격을 받고 있다.

문제는 석유가 풍부한 아랍지역에서는 거의 최근까지도 기업 구조조정이 거의 없었으며 이슬람법을 고수하는 은행이나 투자회사들도 구조조정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었다.

은행가나 변호사들은 “아랍 지역에서는 법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투명성이 결여돼 있으며 상업 법원 자체가 경험이 없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복잡한 양상”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이슬람 법률과 세속적인 상법, 그리고 이슬람의 금융이론과 기존 관습 간의 격차를 줄이기는 쉽지도 않고 애매모호하기 그지없다.”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실례로 쿠웨이트 금융기관인 더인베스트먼트다르(TID)는 지난해 7월 디폴트를 선언한 이후 채무 구조조정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자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모든 금융거래는 표면적으로 이슬람법을 따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영국 법률에 따라 거래를 하기 때문에 사태가 악화하거나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영국식 법률에 기반을 둔 계약의 효력을 놓고 논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이슬람권의 금융이론에서는 이자 지급을 금지하고 있으며 은행은 예금주의 돈을 수익이 남는 곳에 투자하는 대리인이기 때문에 손실이 생기면 예금주와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