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게 한 마리

남도 갯벌 위 바다를 버리고 기어간다

허연 거품 입에 물고 죽기 살기로 기어간다

가는 데까지 가더라도 흔적일랑 남기지 마라

떡 벌어진 부리가 무자비하게 쫒아온다

더 이상, 구멍은 구멍이 될 수 없다

질질 끌려간 자국도 남기지 마라

오오 너만은 살아 있으라

여지없이 낚아채는 이유 알건 모르건

파도야 목 쭈욱 밀고 들어와 빨리 흔적 지워주렴

어미처럼

`쓰러지는 법을 배운다`(2008)

생사의 기로에서 필사적으로 살기를 도모하는, 갯벌 위의 새끼 게 한 마리를 떠올려 보자. 날카로운 부리의 바다 새들을 피해 안간힘을 다해 도망가는 어린 게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 비록 자연계의 한 미물이지만 적자생존의 엄연한 현실이 한 풍경으로 와 닿는 작품이다. 자식을 걱정하는 어미의 마음은 인간의 그것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참으로 무서운 세상에 우리 아이들이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현실이다. 이 땅 부모들의 걱정과 염려가 어디 어미 게에 못지않으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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