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있으면
아무렇지 않다가도
침을 삼킬 때마다 찔러대는 가시
손가락을 넣으면
닿을 듯 말 듯
더 깊이 숨어버리는
잊는다 잊는다 하면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견딜 만큼 아픈
당신
`기린 울음`2007
시인이 겪는 아픔은 무엇일까. 그 아픔이란 시적 대상에 대한 인식이며 실체에 대한 확실한 반증이며 사랑의 확인이 아닐까. 잊는다 잊는다 하면 더욱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인식에는 통속을 넘어선 차라리 그 아픔에서 영혼이 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고영서 시인의 시에는 비극적인 것에 대한 시인의 미학적 인식이 깊이 베여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