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 사업국장
“여보, 가계부도 쓰면서 꼼꼼하게 살림을 좀 합시다”라고 하면, 집사람은 “뭐 벌어다주는게 있어야지 계획적인 살림을 하죠”라고 쏘아부친다.

필자의 집안에는 가계부가 없다. 당연히 한달, 또는 1년단위의 살림살이를 계획성 있게 하기 위한 예산설계가 없다. 큰 딸의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이 역시 내년도 가계살림에 포함돼 있지 않다. 그저 임기응변식으로 살림을 하는 것이다. 수입에 맞게 `분수`에 맞게, 편하게 산다고 할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수익보다 지출이 많은게 매월 살림살이이며 결과는 항상 적자다.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이 아니라 `푼수`처럼 살고 있는 것이다.

가계가 이럴진대 기업은 계획적인 살림살이가 당연하다.

기업이 최적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경영자가 다음해 목표수익 달성에 필요한 계획을 미리 수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년에 얼마의 수익을 낼 것인지, 얼마의 제품을 팔 것인지, 매출 총이익과 비용지출규모는 얼마나 될 것인지가 당연히 포함돼야 할 계획이다. 즉 `이익설계도`인 것이다.

10만원권 수표를 1만원짜리로 바꿔놓으면 쓸 돈이 없다. 헐어놓으면 몫돈도 푼돈이 되는 것이다.

1년이 365일건만, 그 12달도 막바지다.

마지막 달력을 보면서 `13월의 보너스`를 준비해야 한다.

이른바 13월의 보너스라고 하면 직장인들은 으례 연말정산을 꼽는다. 준비를 잘 하면 12월 결산 이후의 보너스외에 추가로 나름의 돈을 쥘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보너스란 원래 할증임금제(割增賃制)에 있어서 일정한 생산액 이상의 능률을 올린 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부분으로 정의되고 있다. 즉, 상여(賞與)·성과급(成果給)으로 통한다.

직장인들이 13월의 보너스에 목을 매는 이유는 단연 12월의 보너스가 예년에 비해 보잘 것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포항지역의 철강업체들은 물론, 업종을 구분할 것 없이 올해 경영수익이 최악으로 기록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올 초까지만도 가동중단, 감산 등 찬바람을 맞은 기업들이 하반기 들어 정상적인 조업률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연간 통계적인 손익을 따진다면 간신히 적자를 면했거나 아니면 최초의 적자란 오명을 쓸 것이 분명하다.

기업이 이익을 내지 못한만큼 상여와 성과급의 의미인 12월 보너스는 당연히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연초부터 시행됐던 임금삭감분 조차도 환원받지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이맘때 올해 가계계획을 세웠던 가정은 누구할 것없이 적자를 볼 수 밖에.

장황하게 돈얘기를 하려고 보너스를 운운하는 것은 아니다.

가계와 기업이 지출보다 수익을 더 내기 위해서는 당연한 이익설계도 작성이 필요한만큼 각자의 인생설계 또한 연단위로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압축한다면 일단위, 월단위 삶의 설계를 한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지만. 이같은 설계에 전제조건은 당연히 실천이다.

기업의 재무설계가 제품을 팔고 이익을 얼마만큼 내느냐의 문제라면 인생의 설계는 나 자신에 대한 혹독한 예산편성이어야 한다.

나의 마음이 황폐해 있다면 그 마음을 개간하고 기름지게하는데 더 많은 투자, 즉 지출(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건강이 나쁘다면 스스로의 생황방식이 황폐해 있기 때문으로 자제가 필요하다. 조직내·외부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허식을 지양하고 진정성을 키워야 하고, 가족내에서의 불화가 있다면 제가(齊家)에 더 많은 지출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쏜살같은 세월을 절감하는 세모다. 마지막이란 것은 항상 아쉽고 후회를 부른다. 비록 후회를 하더라도 제대로된 계획을 세워 그 계획에 맞게 최선을 다 했다면 후회를 안타까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각자가 한해의 끝자락에서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 새해에는 듬직한 보너스를 받을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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