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 서양화가
국가재정의 근간이 되는 것이 세금이다.

어느 곳에 살든지 세금을 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는 아마 이 지구 상엔 없을게다.

세금을 많이 내느냐 적게 내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누구든지 `소득이 있는 곳엔 세금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소득 정도에 따라서 얼마나 공정하게 세금을 내느냐 하는 점이다.

사는 수준으로 봐서는 분명히 나보다 수입이 많은데도 상대적으로 세금은 적게 낸다면 그것은 갈등의 소지가 된다.

또한 세금을 떼먹는 사람을 일러 도둑 중에 가장 간 큰 도둑이라 하여 옛날부터 대도라고 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이 과세의 공정 여부를 두고 왈가왈부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으며, 인류역사가 끝나지 않은 한 앞으로도 영원한 논쟁거리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갈등의 하나가 고소득이면서도 세금은 다른 사람보다 적게 내는 특정 직업군이 밝혀지면서 거기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 고소득자들을 상대로 정당하게 세금을 거두려는 정부와 세금을 적게 내려는 쫓고 쫓기는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을 줄이는 길은 공정한 과세와 강력한 집행이 최선이다.

국민들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일은 철저한 소득파악을 통하여 어디까지나 공명정대해야 하며 당연성이 있어야 한다.

이것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고 힘없는 국민들의 고혈만 짜낸다는 인상을 준 경우치고 망하지 않은 나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럽 봉건시대에 초야세(初夜稅)라는 것이 있었다.

영주는 결혼을 앞둔 처녀와 첫날밤을 보낼 권리가 있었는데 이를 거부하는 처녀에겐 가혹한 세금을 물린 것이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25세부터 30세 사이의 독신 처녀, 총각에게 `독신 세`를 물렸다.

18세기 러시아의 피터 대제는 귀족들이 수염을 깎고 서구의 개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수염 세`를 물렸다.

고대 중국에는 놀고먹는 자들에게 `부포`라는 세금을 물게 했고, 우리나라 조선말엽의 대원군은 경복궁 복원비를 위해 4대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통행세`를 거두고 한강의 나룻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도강세`를 물렸다.

상식 밖의 말도 안 되는 명목을 내세워 국민들의 고혈을 짜내려다가 결국 국민들에 의해 목숨을 잃은 권력자들도 인류역사에서는 허다했다.

서기 41년에 등극한 로마의 3대 황제 칼리굴라와 서기 211년에 등극한 카라칼라 황제, 로마의 마지막을 지켜봐야 했던 디오클레디아누스 황제 이들 모두가 국민들의 고혈을 짜내기에 골몰하다가 살해되거나 망조의 비운을 겪었다.

1789년 프랑스대혁명으로 이어진 민중봉기도 결국은 특권층과 평민들 간 조세제도의 차별화로 일어난 갈등이 증폭되면서 루이 16세와 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은 최고의 역사적 교훈이다.

나라의 경영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세금이다.

그러나 이 세금은 정치생명을 걸어야 할 만큼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

일찍이 호환보다 무서운 것이 세금이라 하여 덕치를 강조했던 군주들은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조세제도였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공명정대한 세금부과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면 그것은 아주 위험한 전조가 된다.

많은 고소득자들이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하여 세금을 탈루하고 있다는 소문이 만연해 간다.

그리고 없었던 세금 명목도 자꾸 늘고 있다는 불만들이 심심찮게 터져 나온다.

거기다가 세금이 새는 곳도 많다는 볼멘소리들도 사회적 불만이 되고 있다.

나라의 조세정책은 다른 그 어떤 분야보다도 신중하게 계획되어야 하고 집행되어야 하는 국가경영의 기본이다.

국민들이 정당하지 못한 조세제도라고 느낀다면 언젠가는 철퇴를 맞게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나라의 경영자들은 꼭 명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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