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로 인해 휴업하는 학교와 학원이 늘면서 초·중·고 학부모들이 육아 및 자녀학습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영유아와 초등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는 보육시설과 학교가 문을 닫으면 상당수가 육아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돼 별도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유치원생 아들이 신종플루에 걸린 비정규직 근로자 이혜란(가명·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씨는 마치 자신이 죄인 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맞벌이라 아들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있는데 비정규직인 관계로 자신도 휴가를 내기가 어렵고 남편 회사도 육아휴직에 인색해 아들의 치료를 친정어머니에게만 전적으로 맡겨두고 있다는 것.

이씨는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친정어머니가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크다”며 “요즘은 이래저래 죄인 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정식(대구시 남구 봉덕동)씨는 최근 자녀 때문에 아내와 번갈아가며 휴가를 쓰고 있다.

이씨는 “얼마 전 아이에게 감기 증상이 있어 아내가 휴가를 냈다”며 “우리 아이는 다 나았는데 이제는 학교가 휴업을 한다고 해 이번에는 내가 며칠이라도 휴가를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 단체 관계자는 “학교 휴업 시 그나마 돌볼 사람이 있는 맞벌이 부부 자녀는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 된다는 게 문제”라며 “지역 사회나 학교가 이들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욱 큰 문제는 방치되는 아이들이다.

최근 임시 휴업한 대구 A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운동장에서 야구나 흙장난을 하는 아이들은 차라리 눈에 보이니까 안심이지만, 주로 낮에 PC방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도 많다”며 “아이들끼리 어울려 다니다 위험한 일이라도 당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휴업 시 무방비 상태에 놓이는 맞벌이 부부 자녀를 위한 별도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학부모 단체 관계자는 “학교 휴업 시 지역 사회나 학교가 맞벌이부부 자녀들을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주기자 s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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