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포포항기계중앙교회 담임목사
마중물은 `물을 부르는 물`(calling water)이다. 상수도 시설이 좋지 않던 시절에는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 올려 식수로 사용했다. 흔히 저 밑바닥 샘물을 마중 나가서 데려온다 하여 마중물이라 부른다. 지하에 있는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언제나 한 바가지의 물이 필요하다. 한 바가지의 물을 펌프에 붓고 열심히 펌프질을 하면 그 압력에 의해 지하에 있던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바로 마중물 때문이다. 마중물은 단지 한 바가지 정도의 적은 양의 물이다. 그러나 그 작은 양의 물이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샘물을 불러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말에 `작은 고추가 맵다` 혹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다. 작다고 우습게 여기거나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한 바가지의 물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은 결코 물을 마실 수 없다. 그 한 바가지가 사막을 적실 수 있다. 그 한 바가지가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생수와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마중물이 되어야한다. 자신 뿐 아니라 누군가에게 갈증을 채울 수 있는 마중물이어야 한다.

그리고 마중물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마중물은 땅속 깊은 곳에 있은 우물을 끌어 올려놓고서는 자신은 사라지고 만다. 자신의 형체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마중물은 버려지는 물이 아니다. 마중물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마중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마름을 해결 받고, 생명을 유지하는지 모른다. 예수님은 이 땅에 마중물과 같은 삶을 사셨다. 예수님은 이 땅에 사시면서 대접받는 삶이 아니라 섬기는 삶을 사셨다. 예수님은 서민의 주거지인 갈릴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가난한자 병든 자, 고아와 과부 등 사회적으로 천대받는 사람들에게 마중물로써 섬김의 삶을 사셨다. 갈릴리 사역을 마치고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당시 예루살렘은 종교 정치 문화의 중심지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예루살렘은 성공하고 출세하기 위해서 올라갔다. 그러나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시기 위해서 올라가셨다. 그분은 십자가위에서 자기 목숨을 우리죄인들을 위해 내어주셨다. 그의 피는 마중물이 되었고 그의 몸도 마중물이 되어 우리들을 살리셨다. 그래서 우리는 목마르지 않은 영원한 생수를 마시게 되었다.

미국의 헨리 나누엔(Henri Nouwen)박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이자 교수였다. 어느 날 갑자기 그는 명문 하버드대학의 교수직을 사임하고 메사추세츠에 있는 작은 정신 박약자 수용소인 데이 브레이크(Day Break)학원의 직원으로 자청해 가서 봉사했다. 여기서 그는 정신박약자들에게 용변 보는 법을 가르치고, 식사와 세수를 돕고 옷을 갈아입히는 일을 하며 지냈던 것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해서 신동이란 별명을 들었던 사람이다. 하버드대학 교수가 된 후 책도 20여 권을 집필했으며, 그 책 모두가 베스트셀러가 되어 모두에게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그 길을 포기한 이유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을 때, 그는 `예수 이름으로`(In the name of Jesus)라는 책을 썼다. 그 책의 요지는 `예수를 진정으로 알려면 내리막길을 체험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님이 말씀하고 몸소 행했던 복음의 교훈은 내리막길에서만 체험된다는 것이다. 꼭대기를 향하여 오르막길로만 전진하다 보니 예수는 안 보이더라`는 것이다. 예수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높은 곳으로 갈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분은 가장 낮은 곳에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마중물에 대한 말씀이 있다. 오병이어 기적의 시작점이 된 이름모를 한 소년이 마중물이었다. 두 렙돈을 헌금한 가난한 과부가 마중물이었다. 옥합을 깨뜨린 마리아가 마중물이었다. 테러사 수녀는 인도 빈민지역인 켈거타의 마중물이었다. 일제시대 김구 선생은 민족의 마중물이었다. 우리는 지금 마중물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장마 때 온 천지가 물난리를 겪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한모금의 생수다. 시대가 어렵고 현실이 어두울수록 마중물의 위력은 더 빛을 발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구호나 데모나 파업보다 자기를 희생하는 마중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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