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위덕대 일본어학과 교수
직업 관계상 매일 인터넷으로 일본 사이트에 들어가 뉴스를 본다거나 필요한 자료를 찾는다거나 한다. 그런데 최근에 자주 눈에 띄는 글이 `한국은 성범죄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어느새 우리 한국은 성범죄 국가가 되어버렸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 일어난 천인공노할 아동 성범죄 사건은 딸 가진 부모들을 경악에 빠트리고 말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분노와 슬픔에 가슴이 떨린다. 무서운 세상이다. 아니, 미친 세상이다.

해마다 발생하는 끔찍한 아동 성범죄는 우리 사회가 아주 특별하게 위험한 사회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특별하게 위험한 사회라고 하는 것은 이런 천인공노할 범죄가 발생하는 그 자체뿐만 아니라, 이런 끔찍한 범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범죄는 우연히 발생하는 재수 없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필연적으로 생산해 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작년에 일어났던 안양 초등학생 살인 사건 때도 그랬다. 대낮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어린 아이가 두들겨 맞으며 납치될 뻔 했던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그랬다. 그때도 대통령이 한마디 했고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딸 가진 부모들은 불안에 떨었고 치를 떨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했다. 아니, 우리 사회는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고 있다.

계속해서 도저히 상상 할 수조차 없는 비정상적인 병적인 범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은 격해만 간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가면 잠잠해 지고 결국에 가서는 잊어버리고 만다. 왜냐하면 이러한 위험한 사회 속에서 스스로에게 보호의 장막을 쳐버리고 자신만은, 우리 아이만은 안전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무서운 현실이다.

사람들이 위험에 너무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으면 위험의 정도를 잘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지난 해 한국을 방문한 `위험사회`의 저자 울리히 벡 교수는 한국을 아주 특별하게 위험한 사회라고 진단했다. 생각보다 훨씬 아주 심화된 위험 사회라고 했다.

이렇게 한국을 진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사회는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 짐승만도 못한 조두순에 대한 첫 판결만 해도 그랬다. 아니 어쩌면 우리 사회는 성범죄에 대해서 안일하게 대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감옥에 들어가 있는 흉악범을 두고 혹자는 이런다. 국민의 혈세로 그들의 먹여 살려야 하냐고.

국가의 존재의 이유는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일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위험에 대한 대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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