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취임 23일만인 내달 9일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한 것은 그의 한국 중시 외교 노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지난 21일 6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및 피츠버그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라는 국제회의 참석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한국 방문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일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1일 “유엔총회 등 다자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만큼 사실상 이번 한국 방문이 하토야마 총리의 첫 외국 방문으로 상당한 외교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미국 중심의 외교에서 아시아 중시 외교로의 전환을 명언해 왔다. 아시아 가운데서도 그는 한국의 중요성을 다른 어떤 정치인들보다 강조해 왔다.

8·30 총선 선거전이 진행되던 8월 11일에는 주일 외국 특파원들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를 언급하면서 “미국과 중국, 한국, 러시아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일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한국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이 유명환 장관의 일본 방문이었다. 유 장관은 중국 상하이에서 28일 한중일 외무장관 회담을 가진 뒤 현지에서 한일 외무장관회담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굳이 29일 일본을 방문해서 외무장관 회담을 한데 이어 30일에는 하토야마 총리를 예방하고 조기 방한을 공식 요청했다. 그만큼 하토야마 총리의 조기 방한에 대한 한국측의 희망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이상득(李相得) 한일의원연맹 회장과 권철현(權哲賢) 주일대사의 노력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 의원은 이달 하순 도쿄에서 열린 `한일축제 한마당`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던 지난 19일 민주당 실력자인 오자와 간사장을 만나 하토야마 총리의 조기 방한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또 권철현 대사는 지난달 4일에는 당시 당 대표이던 하토야마 총리를 예방해 조기 방한을 요청했다. 권 대사는 또 같은 달 18일에는 오카다 외상을 찾아가서도 같은 의사를 전했다.

아울러 20일 오후 롯폰기에서 열린 한일축제 한마당 개막식을 찾은 하토야마 총리의 부인 미유키(幸) 여사에게도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중순 한국을 방문했던 한류 스타인 탤런트 이서진씨도 한몫했다.

그는 지난달 14일 취임 이틀전이던 하토야마 부부를 예방한 자리에서 한국 방문을 요청했고 하토야마 대표도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