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성군이 고향인 박상희(58·사진) (주)미주 및 미주금속 회장은 지난 2006년 결성된 최초의 NGO성격의 중소기업 모임인 `중소기업포럼` 대표를 맡고있다. 포럼은 박상희 회장이 결성을 주도했고, 현재 약 2천600여명의 CEO가 가입돼 있다.

박 회장은 이미 43세의 젊은 나이에 중소기업중앙회의 최연소 민선회장으로 선출돼 연임했으며,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 지난 2002년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대선때는 한나라당 선대위 중소기업 특위 위원장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뛰기도 했던 박 회장을 만나 지난 세월의 에피소드와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최연소(43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될 수 있었던 남다른 배경이 있었을 듯 합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전두환 대통령 시절이었는 데, 전두환 대통령과 형인 전경환씨와 친분이 두터웠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의 소개로) 30세에 모르는 장관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청와대 수행 경제인 리스트에 매번 끼어 외국을 다녔습니다. 이런 인맥을 갖고, 10여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철강조합 이사장이 됐을 때 다른 업체 사장들이 부탁하는 민원해결을 많이 해줬죠. 당시 중소기업 중앙회장으로서는 국세청장 면담도 제대로 안될 시절, 일개 조합장이 넓은 인맥으로 민원을 해결해 주다보니 그런 것이 밑거름이 돼 중앙회장이 된 것으로 압니다. 1995년 2월 중소기업 중앙회장이 됐을 때 정몽구 회장이 축하방문차 사무실에 들렀을 정도였죠. 다만 그런 청탁을 많이 하고도 아직까지 별탈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서 돈은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YS정권때에 중소기업청을 만드는 데 공을 세웠다고 들었습니다.

▲중소기업 중앙회장이 되고 난 뒤 김영삼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당시 산업자원부를 중소기업부로 바꾸자고 제안했죠. 입만 열면 중소기업을 도와준다고 하는 데, 중소기업정책은 산자부 중소기업국장 아래 27명의 직원이 약 1천300억원 예산으로 중소기업 정책을 펴 온 게 전부였습니다. 이걸 지적하면서 예산과 조직이 있어야 도와줄 것 아니냐는 논리를 폈습니다. 청와대에서도 이런 논리에 제대로 대응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박재윤 당시 경제수석도 “그 말이 맞다”고 수긍했습니다. 그래서 산자부가 중소기업부로 바뀌나 보다 했는 데, 나중에는 어떻게 됐는 지 `중소기업청`이 신설되는 쪽으로 낙착됐습니다. `관료의 힘`때문으로 추측되지만, 이 정도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중소기업청이 설립돼 중소기업 지원이 늘어나게 됐으니 말입니다.

-DJ정권때 중소기업중앙회장을 지내면서 소개할 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뒤인 1999년 대우의 김우중 회장이 전경련 회장이 됐습니다. 저는 당시 IMF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시기에 구조조정 대상이 돼야 할 그룹회장을 전경련회장으로 세우는 데, 반대를 했습니다. 경제 5단체장과 청와대 김중권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환난극복을 위한 대책회의를 하기 위해 청와대에 모였을 때입니다. 김우중 회장도 참석한 그 자리에서 나는 “재벌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고, 구조조정 대상인 대우회장을 전경련 회장으로 세우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전경련부터 구조조정하라”는 주문이었죠. 그러자 김 회장은 “아무리 그렇지만 재벌을 너무 부정적으로 애기하는 것 아니냐”며 목청을 높였고, 나는 “대기업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상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시장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재벌은 정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통령은 오히려 내 편을 들었습니다. “중소기업의 열정과 애정을 느끼며 잘해보자”는 얘기였죠. 이렇게 되자 김 회장은 “우리는 그렇게 얘기하면 기업 안하겠다”고 격하게 반발했고, 김 대통령도 “내가 언제 기업하지 말라고 했나”고 역정을 냈습니다. 아마 대우 김 회장은 기업이 풍전등화일 당시에 대통령 마저 자신 편을 들어주지 않자 `죽기아니면 살기`라는 절박한 심경으로 항변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구출신 경제인으로서 민주당 국회의원이 된 것은 상당히 의외인데, 지난 일이긴 하지만 배경이 궁금합니다.

▲당시 민주당 비례대표에 장태완 장군, 그리고 김운용씨, 노총에서는 박인상씨 등이 영입됐는 데, 나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정치는 안한다”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비례대표 상위순번을 주겠다고 제의했는 데도 거절을 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식사한 번 하자고 해 식사를 했는 데, “정치 한번 같이 해보자”고 해서 “언제 좋은 기회가 오면 같이 정치 해보고싶다”고 겸양의 말만 하고 나왔는 데, 다음날 저와 이한동씨가 자민련 비례대표로 간다고 대서특필됐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 기사를 보고, 화를 내면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해 “정치의사를 묻길 래 덕담을 했는 데, 일방적으로 이렇게 발표가 됐다”고 대답했죠. 그러자 한광옥 비서실장이 옆에 있다가 다시 정치 입문을 간곡히 권하고, 김대중 대통령도 다른 사람보고 다 나가라고 한 뒤 “나도 목포상고 나와 27세에 국회의원 했고, 당신도 대구상고 나와 28세부터 사업하고 있는 점이 비슷하다. 같이 뜻 모아 정치 한번 하자. 집이라 생각하고 수시로 놀러오고.”라며 간곡히 권하는 바람에 더 이상 거절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국회의원과 중소기업 중앙회장을 겸임하는 것으로 하면 하겠다”고 대답했죠. 다음날 부터 야당에서 신문마다 성명을 내서 “박상희 중앙회장 물러가라”고 해 결국 6개월 만에 중앙회장에서 물러났습니다. 그 때 처음부터 중소기업 중앙회장을 던지고 국회에 들어갔으면 일하기는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곤 합니다.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일할 때 내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건립에 일조했다고 들었습니다.

▲2000년부터 4년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여당(민주당) 간사를 하면서 당시 한나라당 강재섭, 박근혜 의원과 힘을 합쳐 DGIST 법안 처리에 앞장섰습니다. 당시 광주와 대구에 과학기술원을 만들자고 한나라당이 제안했고, 여기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반대였습니다. 그런 것을 내가 회의에 나가서 당론과는 반대로 찬성을 했습니다. 당에서 “왜 그랬냐”고 추궁하기에 “내가 민주당에 머슴살이하려 왔는 데, 고향을 위해 그것 하나 찬성못하면 뭐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더 이상 나무라지는 않더군요.

-역대 정권의 중소기업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먼저 전두환 대통령의 경우는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위해 1천개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폈는 데, 이게 상당히 효과를 거뒀다고 봅니다. 당시 박성상 한은총재가 이 정책을 적극 펼쳤죠. 김영삼 대통령은 중소기업청을 설립해 중소기업 살리기에 나섰고, 김대중 대통령은 재벌개혁에 앞장서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활성화에 힘을 썼습니다. 정보통신부를 만들어 IT산업에도 힘썼고요. 노무현 정부는 중소기업 정책에 대해 그리 평가할 만 한게 없습니다. 끝으로 이명박 정부는 노력은 많이 하는 데, 효과는 그리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 정책보다는 서민대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소기업 특별위원회를 없앤 것도 아쉽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중소기업을 살리려면 청와대에 중소기업 비서관이 아니라 중소기업특보를 신설, 대통령에게 부담없이 얘기하고, 정책을 홍보할 사람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으로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중소기업에게 시장을 돌려줘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물건을 만들면 팔 곳이 있어야 하는 데, 장사를 할 만한 시장은 모두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중소규모 시장을 잠식하지 못하게 중소기업에 불합리한 제도를 과감하게 뜯어고쳐야 합니다. 대기업은 위장 중소기업까지 만들어 장사가 될 만한 것은 다 해먹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철강이면 철강, 조선이 조선 등 글로벌 시장에서 1등하는 것에만 집중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돼야 합니다. 나머지 시장은 중소기업에 돌려줘야 합니다.

-지난 총선때 민주당을 탈당하고, 대구 달서을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는 데, 향후 국회 진출계획은?

▲달성군 구지가 고향이지만 박근혜 대표 지역구에는 공천신청이 곤란해 대구 달서병에 신청하려고 사무실 계약까지 했다가 다른 사람의 권유로 대구 달서을에 신청하게 됐습니다. 결국 공천에 떨어지고 말았죠. 앞으로 정치를 하게된다면 중소기업을 대변하고, 고향발전을 위해서 노력한다는 마음으로 고향에 가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한번 해 보고 싶습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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