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끈질긴 구애를 10여년간 거절하고 강단을 지켰던 소신파 경제학자가 이명박 정부의 차기 총리로 지명됐다.

청와대가 3일 차기 총리후보자로 발표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지난 1978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30년 넘게 상아탑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활동과 함께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과 대안제시, 다양한 저술활동을 병행하면서 지명도를 쌓았고, 10여년전부터는 정·관계의 영입대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국민의 정부 출범직후인 지난 1998년 한국은행 총재직을 맡아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고사한 이래 정 전 총장은 개각 때마다 경제관련부처의 수장이나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하마평에 올랐다.

러브콜이 올 때마다 “정년까지 학교에 남고 싶다”고 거절했던 정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사회적 인지도를 넓힌 것은 지난 2002년 교수 직선을 통해 서울대 총장에 임명되면서부터다.

정 전 총장이 추진한 각종 서울대 개혁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다양한 인재선발을 기치로 내걸고 도입한 `지역균형선발제`는 국민적 지지를 받기도 했다. 교육행정가로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정 전 총장에 대해 자연스럽게 정치권의 관심이 배가됐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당시 여야 정당 모두가 정 전 총장의 영입에 뛰어들 정도였다.

정치권의 잇따른 러브콜에 대해 “4년 임기를 채운 최초의 서울대 직선총장이 되고 싶다”며 초연한 태도를 보였던 정 전 총장도 총장직에서 물러난 2006년 말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범여권의 대권후보로 거론됐던 2007년 초에는 전국 순회강연을 통해 대권행보에 나서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두터운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고, 결국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세력화를 추진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대선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정 전 총장은 이명박 정부의 초대 총리후보로도 꼽혔고 18대 총선과정에선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여야 각 정당으로부터 영입대상으로 거론됐지만, “정치풍토에 환멸을 느낀다”며 거리를 뒀다.

온화한 성품으로 친화력이 뛰어나지만, 소신파 학자 출신인만큼 향후 경제분야에선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낼 것이란 전망이다.

화가인 부인 최선주씨와 1남1녀.

△1946년 충남 공주 출생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마이애미대 대학원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미국 컬럼비아대 조교수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서울대 총장 △한국경제학회장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