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하루 평균 6~8시간을 잔다. 하루의 3분의 1을 자고 평생 3분의 1을 자는 셈이다. 동물들도 잠자는 시간이 있다. 대체적으로 말은 2.9시간, 노루는 3.09시간, 소는 4.0시간, 개는 10.7시간, 사자는 13.5시간, 박쥐 19.9시간, 돌고래는 10시간 정도 잔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머리가 클수록 전체 수면 시간과 상관없이 더 많은 렘수면을 취하는 것을 알아냈다. 또 잠자리가 밖으로 노출된 동물일수록 수면 시간이 적고 사회적인 동물일수록 덜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이 너무 피곤하고 고단할 때 혹은 힘든 일에 지쳐 젖은 솜방망이처럼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눈은 빨갛게 물들었을 때, 특히 먼 길을 걸어온 사람, 긴 여행에 지친 나그네들에게 단잠처럼 달콤한 게 또 있을까? 그래서 잠은 예술이다.

이처럼 잠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 삶의 큰 몫을 차지한다. 잠은 누구나 다하는 작업이다. 잠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열심히 일한 사람의 단잠, 일이 잘 안되어 마음이 무거워 잠을 못 이루는 불면증, 그리고 게으른 사람의 늦잠도 있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잠을 죽음의 표상 혹은 죄에 탐닉한 상태를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잠은 하나님의 지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순한 마음의 시간을 의미하기도 하고 의미 있는 꿈을 가리키기도 한다. 꿈은 일상에 억눌려 있는 인간의 내면을 호소함으로써 하나님의 계시와 뜻을 알아차리기도 한다.

인생에게는 낮과 밤의 주기가 있다. 낮에는 생산과 활동의 시간이다. 낮에는 부지런히 움직이므로 인간존재의미를 찾는다. 즉 일을 통해서 자신의 욕구를 발산한다.

그러나 밤은 활동을 멈추는 시간이다. 밤은 휴식을 갖게 하거나 가족과의 만남과 대화의 자리가 되기도 한다. 만일 밤이 없고 낮만 계속 된다면 많은 사람들의 건강은 심각하게 해칠 것이다. 인간의 창조목적도 밤에는 쉬거나 잠을 자게 되어 있다. 아무리 건강이 좋고 강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밤에는 잠을 자야 한다.

밤은 세상이 모두 잠든 듯 고요해진다. 모든 소리가 묻혀버리는 그런 고요의 밤이 오면 사람들은 자기만 느낄 수 있는 고요한 생각에 젖어든다. 고요한 밤은 사색인의 친구다. 밤은 그렇게 사색의 뜰을 만들어준다. 사람은 분위기를 즐길 줄 아는 차원 높은 동물이다.

그런 밤의 고요는 무슨 일에 진지하게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정신집중을, 시를 쓰는 시인에게는 상상력과 영감을, 사랑을 속삭이는 청춘 남녀에게는 은밀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그런 아름다운 밤은 낮과 같이 매일 온다.

낮은 생산을 위해 있고 밤은 휴식을 위해 있다. 밤이 아니면 이렇게 평안한 잠을 이룰 수 있을까? 밤이 아니면 어떻게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을까? 밤은 하루의 매듭을 만들어준다. 밤이 있기에 내일에 대한 새로움과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쓰린 가슴 가진 자, 뜨거운 가슴으로 창작에 몰두하는 자, 무슨 일엔가 미쳐버린 사람들이 모두만의 고요를 친구로 맞이할 수 있다.

그러나 불면증은 정말 악몽이다. 지독하게 피곤을 느끼면서도 잠이 안 오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은 없다. 그래서 잠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하나님은 사람의 신체조직 속에 쉴 수 있는 잠을 심어 두었다.

그래서 잠은 은혜다. 축복이다. 우리는 잠을 청하지 못하게 될 때까지는 잠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잠을 자지 못하고 비로소 잠을 잃어버린 후에야 잠의 소중함을 배운다.

우리들이 매일 자는 잠은 매우 신비스러운 것이다. 인격과 자유를 갖추고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인간이 잠이 들면 자기를 풀어 모든 육신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잠이라는 또 다른 무의식의 세계에 내맡긴다. 잠은 인간 세계가 근본적으로 올바르고 안전하고 선함을 신뢰하는 행위다. 인간 본연의 행위다. 자기 몸과 영을 자기 마음대로 다스릴 수 없는 현실을 수락하는 행위다. 그것은 무의식의 세계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잠에 대한 믿음과 신뢰다. 깊은 잠에 빠져도 반드시 아침이 온다는 사실, 반드시 깰 수 있다는 진실을 믿기에 우리는 평온하고 안락한 잠 속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흔히 죽음을 가리켜 영면이라고 한다. 영원히 잠들다는 뜻이다. 그렇다. 인간이 영면하기 위해서는 낮 동안에 열심히 일해야 한다. 잠은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누리는 특권이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일은 자유이다. 잠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자유이다.

성경은 말한다.“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편 127편 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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