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4일 개관한 포항 필로스호텔이 당초 기대와 달리 시설과 운영 등 곳곳에서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5성급 호텔의 위상을 의심케 하고 있다.

19일 이 호텔 3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15회 환동해거점도시회의 도중 갑자기 냉방시설의 작동이 중단되는 바람에 한중일 3개국 9개 도시의 단체장 등 50여명의 참가자들이 큰 불편을 겪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지난 1개월여에 걸쳐 행사준비에 동분서주 해온 포항시 실무진들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으며 행사장 입구에는 업소용 선풍기 2대가 급히 설치됐다.

이날 무더위 속에 참가자들의 불편이 이어지자 경북대 손병해 교수는 특강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국인으로서 죄송스럽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호텔 측에 따르면 이날 상황은 전기설비에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과부하가 걸려 자동차단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당초 전기 부문 설계 및 시공에 상당한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부실 의혹 외에도 그동안 호텔 이용객들은 시설 구조의 문제점에 따른 불편사항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해 왔다.

본관 뒤편 주차장의 경우 호텔 측은 시공비를 줄이기 위해 본관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설치하지 않아 이용객들은 주차 후 호텔 로비 쪽으로 다시 돌아나와 출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 왔다.

호텔 측은 또 바닥재를 저가 자재로 시공해 이용객들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히는 바람에 청소직원들이 일일이 이를 지우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또 사우나와 피트니스클럽은 호텔 개관 후 1개월이 지났지만 문을 열지 않아 국내외 투숙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운영상의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18일 정오 무렵 3층 중식당에서는 20대 아르바이트 직원이 구멍이 뚫린 청바지 차림에 아무런 유니폼도 착용하지 않은 채 음식을 나르자 일부 이용객이 불만을 터뜨렸다. 또 19일 오후에는 1층 프런트 직원들이 이날 저녁 열리는 행사의 시작 시간을 묻는 이용객에게 `3층 행사장 직원들에게 직접 물어보라`며 건성으로 대답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호텔의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은 이 같은 총체적 문제의 원인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각종 루머들을 들며 실질적 경영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호텔 개관 이후 포항지역 상공계는 경영진이 경매낙찰 대금 60여억원과 리모델링 건축비 등 300억원을 투자했다는 데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왔다. 또 이미 수백억대의 은행대출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가운데 농협중앙회 포항지부 측은 19일 `올초 대출 의뢰가 있었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성사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상공계 인사는 “대통령 최측근 인사 C씨가 실소유주란 의혹 등 호텔의 실체와 경영 의지가 모호하다”면서 “이미 전신인 그랜드 엠이 호텔 담보 대출에 이어 미상환에 따른 경매 매물로 전락한 전례가 있는 만큼 호텔 측은 5성급에 걸맞는 실질 경영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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