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16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윤상현 대변인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을 역설함에 따라 한나라당의 후속 논의가 주목된다.

하지만 소선구제,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독일식 정당명부제 등 각 선거제도는 정치주체, 즉 국회의원들의 사활과 직결되는 만큼 정치적 이해가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밝힌 선거구제 개편은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당내 논의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선거구제 개편에 따라 `한나라당의 몫`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당 일각에서는 당혹감도 감지됐다. 선거구제 개편시 거론되는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의 경우 초선 의원이 과반을 차지하고 지역구 수가 많은 영남을 지역기반으로 한 한나라당에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선거구제 개편 문제는 그 명분이 아무리 좋더라도 개별 정치인의 정치생명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고, 한 초선 의원은 “각 의원의 지역구 문제와 직결된 만큼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며 “당과의 충분한 사전조율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구 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선거구제와 행정구역 개편 문제는 동시에 진행할 수 없다”며 “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단계별로 진행해야지, 성과를 내기 위해 밀어붙이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통령이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화두를 던진 데 대한 환영 입장도 나왔다.

4선의 홍준표 의원은 “선거구가 넓은 농촌 지역은 소선구제를 체택하고,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는 이른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로 개편하는 게 맞다”고 밝혔고, 남경필 의원은 “선거구제 개편은 필요하다”며 “다만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는 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공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친이(친이명박) 진영에서는 이 대통령의 `정치개혁 구상`에 힘을 싣는 언급이 나왔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밝힌 근원적 처방중 하나 아니겠느냐”고 말했고, 강승규 의원은 “권위를 잃은 정치문화는 정치의 기본이 상실된 것이므로 선거구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 대통령이 △국민적 합의로 이뤄져야 할 개헌 △정치권의 공감대 속에서 진행돼야 할 선거구제 개편 △정부의 주도로 추진되는 행정구역 개편 등 `3대 정치개혁`의 첫발을 디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친이계 한 의원은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화두를 직접 꺼낼 수 없는 상황에서 선거횟수 문제를 거론하는 방식으로 `4년 중임제 대통령제` 등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문제도 언급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