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지방행정구역 개편을 촉진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실제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실현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월 구성된 국회내 지방행정체제개편 특위(위원장 허태열)는 지난 6월3일 첫 회의를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후 민주당이 미디어법 처리에 반대하며 장외투쟁에 나서는 바람에 지난달 16일로 예정됐던 공청회도 무산되는 등 활동 중단상태에 놓여있다.

다음달 말로 특위 활동시한이 만료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활동재개가 시급한 상황이다.

허태열 위원장은 16일 이와 관련, “그동안 여야 간에 정파를 초월해서 백년대계를 위해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다루자는데 합의했다”며 “여야 의원들이 내놓은 법안도 큰 줄기에서는 차이가 없고 합의도 거의 다 된 만큼 민주당 측에 정치적으로 투쟁할 것은 하더라도 국가나 역사를 위해 큰 틀에서 합의할거는 합의하는게 좋지 않겠느냐는 뜻을 전달, 이달 말부터 특위를 가동하자고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이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논의에 한층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당내에서는 100여년 전에 만들어진 현재의 행정구역 체제가 교통·통신 등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첨단지식시대에 적합치 않아 시대에 맞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 지역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은 지난 6월 2~5개 인접 시·군·구를 통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권경석 의원도 관련 법을 발의했다.

한나라당은 특위가 17대 국회에 이어 지난 3월 꾸려진 만큼 공청회 등을 통해 지역 여론을 수렴, 특위 초안을 조기에 마련해 이르면 이번 정기국회 기간 내에 특별법을 확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성영 제1정조위원장도 “낡고 몸에 안 맞는 옷을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때”라며 “국민 투표를 통한 헌법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인만큼 과감한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위 소속인 서상기 의원도 “이제는 시대에 맞도록 제도를 정비할 때가 됐다”며 “시·군·구를 합쳐 인구 70만명 정도의 단위를 만들어 제대로 지방자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문제는 민주당이 미디어법 통과에 반발, 장외 투쟁에 나서면서 특위 활동이 중단돼 있다는 데 있다.

민주당은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이며, 이미 지난해 말 행정구역 개편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다.

즉 현재 3~4단계인 지방행정체제를 개편, 전국의 시·군·구를 70여개 정도의 광역자치단체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행정체제개편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지난해 12월 시·군을 통합하고 도(道)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서울특별시는 5개 이내, 전국의 시·군은 70개 이내로 통합된다. 다만 민주당은 여야 합의로 구성된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에서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먼저 행정체제 개편의 구체적인 일정과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특히 행정구역 개편은 지역주민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사안으로, 여론의 추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국민홍보작업도 먼저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정치적 이해관계도 문제이지만,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이해도가 낮은 것도 문제”라며 “정부는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지역에 대해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고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행정구역 개편을 실현하기 위해선 선거제도 개편 논의도 함께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국의 시·군·구를 70여개의 광역자치단체로 전환할 경우 현행 행정체제를 기반으로 한 소선구제 대신 중선거구제나 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는 것.

선거제도 개편은 여야 각 당과 각 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인 만큼 한시라도 빨리 논의가 시작돼야 행정구역 개편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 대변인은 “행정구역 개편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치인의 대표성을 수정하는 문제와 연관돼 있다”며 “도시를 대선거구제로 하고 농촌을 중선거구제로 할지, 어느 지역을 묶어서 중대선거구제를 할지 등 정치권의 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쨌든 여야가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특위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는 상황만 조성되면 공청회 등을 통해 지역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특위 초안을 만들어 이르면 이번 정기국회 기간 내에 특별법을 확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금처럼 국회 등원을 거부하면서 특위에도 불참할 경우 17대에 이어 또다시 백년대계를 위한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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