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여름이나 겨울에 아이들 방학쯤이 되면 가족단위 휴가를 떠나는 게 관례가 되었고 못 가면 왠지 없어 보인다든가 괜스레 기가 죽어 보인다든지 해서 무조건 어디를 다녀와야 하는 걸로 생각하게 되었다.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으로 장마가 오락가락하는 이른 휴가철 스케줄로 어딘가 떠날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여러 차례 가고 싶었던 자연휴양림을 가게 된 것이다. 보통 휴양림이라면 약간은 깊은 산 속에 자리잡혀 공기 좋고 경관 좋고 요즘 말하는 웰빙코스가 될 것 같았기 때문에 꼭 한번 가서 쉬었다 오고 싶었는데 아는 분의 도움으로 그것도 공짜(?)로 가게 되어서 먹을거리를 준비하여 출발을 하였다.

좁은 2차선 도로에 인접한 깊지 않은 산속에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예쁜 오두막집들이 보이고 입구에서는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가져온 짐들을 옮겨주는 서비스까지 받으며 마음이 한껏 부푼채 첫날이 시작되었다.

깨끗하게 청소된 방 2개짜리에 작은집 제목은 `비둘기`. 준비해온 짐들을 정리하고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하였다.

조금 내려가니 아이들이 계곡 끝에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모아놓은 곳에서 부모님들과 물장구를 치며 신이 났다.

풍덩!

날씨가 무더운 탓에 온몸에 땀이 나서 나도 풍덩 물속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며 조금후에라도 꼭 물속에서 놀아보리라 생각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나무로 만든 테이블 같은 시설도 되어 있어서 삼겹살이라도 구워먹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야외 공간도 있고 작은 무대도 있었다.

저 무대에서는 무엇을 할까?

휴양림이라면 조용히 좋은 분위기에서 휴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착오였을까?

어느 콘도나 리조트에서 보았던 생각에 약간 실망같은 마음이 지나갔다.

나의 고정관념속 노파심이었겠지만….

밤이 되니 주변에 보이는 것은 나무와 풀과 벌레들!

옆에 있는 작은 집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아무것도 없다.

그것도 아직 이른 휴가철에 주중이어서인지 불이 켜진 곳이 두 곳 뿐이었다.

휴가는 무엇일까.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버리고 앞으로의 좋은 미래를 위해 생활 속에 재충전의 기회일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휴가도 외국여행으로 대체가 되어 공항에 여행객이 넘쳐난다는 소식도 들은 바 있지만 휴가는 꼭 가야 하는지, 다녀온다면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 생활 속에서 고민하고 걱정하고 해결해야 하는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정말 재충전이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머리가 너무 어수선해서 잠시라도 쉬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신선하고 조용한 숲 속 오두막집에서 며칠 쉬고 온다면 우리 두뇌 속이 깨끗해진 느낌으로 새롭게 무한정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을 것이다.

얼마든지 무엇을 새롭게 계획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요즘의 휴가 의미는 어떨까?

일 년에 한두 번은 가야만 하고 누구네가 가니 우리도 가야하고 남들이 가는데 우리만 안가면 웃기는 인생이 되고 마는 것이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학교에서 결석처리를 하지 않는단다. 이제 휴가는 가야 한다. 못 가면 요즘 애들 말로 쪽(?) 팔린단다.

그렇다면 다녀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입었던 옷가지 빨랫감, 사용하고 난 물건들 정리 등 오히려 더 일거리가 생길 것이고 좋았던 생각과 나빴던 생각에 며칠은 머리가 혼란스러울 것이다.

몸도 피로에 지쳐 있을 것이고 또다시 며칠 집에서 쉬어야 예전처럼 될 것 같다.

그럴 걸 왜 휴가를 떠나느냐 하겠지만 휴가는 또다시 떠나게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사찰도 여러 군데 들리면서 마음공부 하며 일찍 도착했다.

외롭고 고생스런(방의 위치가 높아서) 시간이었지만 잠시 의미 있는 시간이라 생각되며 언젠가는 아쉬운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아 그리움을 만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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