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진 주영일고 3-4
햇빛은 파도 냄새가 한껏 풍기는 구룡포 바다를 덮었다.

클래식을 듣는 듯 잔잔한 파도소리가 동해의 정경을 더 아름답게 만들었다.

하늘마음 이라는 곳은 구룡포 바다를 배경으로 한 노인들의 안락한 쉼터이다. 그곳에는 나의 할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의 노인 분들이 생활하고 계신다.

고1 여름방학, 음성 꽃동네에 다녀온 이후로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봉사하러 가는 것은 즐거운 일 중 하나가 되었다.

하루 동안 단 몇 시간만이라도 할아버지 할머니께 친 손녀가 되어드리는 것이 봉사라기보다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늘마음에 들어서자마자 조를 만들어 청소를 했다. 아직 사람들의 손이 닫지 못한 곳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시커먼 먼지들이 쌓여 있는 곳이 많았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쓰시는 이불은 매일 먼지를 털어줘야 한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한 할머니의 이불을 털어 드렸는데 할머니께서 품속에 챙겨놓으신 하얀 박하사탕을 하나씩 주셨다.

그 박하사탕의 맛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참된 봉사에서 비롯된 따뜻한 정처럼 달고 정겨웠기 때문이다.

내가 많이 기다렸던 시간은 할머니 할아버지께 춤을 추고 노래하는 재롱잔치 시간이었다. 이 특별한 시간은 그들과 오고가는 정을 맛보기에 가장 적합했다.

나는 자신있게 먼저 나와서 노래를 불렀다. 할머니께서 박수를 치시며 즐겁게 봐 주셨다.

담임선생님과 사무장님도 우리와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노래를 부르셨고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준비를 많이 못해서 서툴렀지만 할머니께서는 친 손녀처럼 두 손을 꼭 잡으시며 내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들겨 주셨다.

그 할머니와 마주잡은 손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그렇게 따뜻하게 내리 쬐는 햇볕 속 고요히 요동치는 파도 옆에서 화목한 기운이 돋아나는 듯 했다.

시간이 다 되어 아쉬운 마음에 단체 사진을 한 장 찍고 긴 작별인사를 했다.

짧은 시간동안 정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 지지 않았지만 다음에 꼭 친구들과 함께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하늘마음을 나왔다.

내 주위에 따뜻한 정이 넘치는 곳이 있었는지 미처 몰라 아쉽긴 했지만 지금 그들을 만난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 된다.

홀로 외롭고 쓸쓸하게 살아가고 계시는 소외 계층의 사람들을 연민의 눈으로만 볼게 아니라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되어주는게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그들과 함께 있다 보면 화목함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에 한 번 더 묻히고 싶어 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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