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부인에게 특정 기한 내에 재혼해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호적)에서 자녀 이름을 말소해 달라는 전 남편의 요구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민법상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법 민사2단독 김춘수 판사는 5일 A(34)씨가 전 부인인 B(32)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기하여 급부의 이행을 청구하거나 채무 불이행을 주장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07년 10월 딸의 양육비를 일괄 지급하겠다면서 전 부인 B씨에게 2008년 1월1일 호주제가 폐지되는 대로 딸을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서 말소해 달라고 요구했고 B씨는 이에 합의했다. A씨는 합의의 대가로 4천만원을 B씨에게 지급했으나 1년이 넘도록 자신의 가족등록부에서 딸이 말소되지 않자 B씨에게 4천만원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그러나 김 판사는 “딸을 남편의 가족관계등록부에서 말소하려면 부인의 재혼을 요건으로 한 친양자제도를 이용해야 한다”면서 “부인에게 약정상의 의무를 강제 이행하게 하는 것은 부인의 재혼을 강제하는 것으로 민법 제103조에 위반돼 무효”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