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4대 통과 의례인 관혼상제(冠婚喪祭)는 그 민족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의식이기 때문에 민족마다 독특한 의식을 보인다.

우리 민족은 머리에 갓을 써서 어른이 되는 의식으로 혼례를 치르기 전에 관례(冠禮)라는 의식을 거쳤다. 남녀의 나이 15세부터 20세의 성년기에 이르는 동안에 남자는 머리를 추켜올려 초립이라는 관을 썼고, 여자는 머리를 틀어 올려서 비녀를 꽂아 계례라 하였다.

오늘날의 성년식은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을 `성년의 날`로 정하고 그 해에 성년이 되는 젊은이들을 축하하는 행사를 갖는다.

혼례(婚禮)는 남녀가 부부가 되는 의식으로 `제2의 인생` 시작이라고도 하며 육례(납채, 문명, 납길, 납징, 청기, 신영)를 갖추어야 혼인이 성립되던 것이 지금은 네 단계(의혼, 납채, 납폐, 친영)로 간소화되었다.

상례(喪禮)는 사람이 죽은 때로부터 묘지에 장사를 지낼 때까지의 절차로 사례 중 가장 복잡하고 엄숙하다.

제례(祭禮)는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고 유덕을 기리며 강림케 하여 흠향토록 하는 의례이다.

제례는 이처럼 효(孝) 사상을 중히 여기는 우리 민족은 조상의 위패를 각 가정의 사당이나 사찰에 모셔두고 돌아가신 날과 명절에는 그 계절의 가장 좋은 음식을 제상에 올리고 일가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인을 기리는 의례이다.

관혼상제는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영원히 계승해야 될 우리의 미풍양속인 것이다. 오늘날의 49재(四十九齋)는 사람이 죽은 뒤 49일째에 치르는 불교식 제례로 6세기경 중국에서 생겨난 의식이다. 유교적인 조령숭배(祖靈崇拜)사상과 불교의 윤회(輪廻)사상이 절충된 것이라고 이해된다. 불교의식에서는 사람이 죽은 다음 7일마다 불경을 외면서 재(齋)를 올려 죽은 이가 그동안에 불법을 깨닫고 내세에서 좋은 곳에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비는 제례의식이다.

그래서 칠칠재(七七齋)라고도 부르며 이 49일간을 중유(中有) 또는 중음(中陰)이라고 한다. 이 기간에 죽은 이가 생전의 업(業)에 따라 다음 세상에서의 인연, 즉 생(生)이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불교의 무아설(無我說)에 따르면 개인의 생전의 행위 자체에 대한 업보(業報)는 그 사람 개인에 한정되며 어떤 방법으로도 자녀 또는 그 후손 누구에게도 전가될 수 없으며 전가시킬 수도 없다고 한다.

이것을 유교에서는 49일 동안에 죽은 이의 영혼을 위하여 그 후손들이 정성을 다하여 재를 올리면, 죽은 부모나 조상이 후예들의 공덕에 힘입어 보다 좋은 곳에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고, 또 그 조상의 혼령이 후손들에게 복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49재는 우리 민족의 전통의례는 아니지만, 다른 의례와 마찬가지로 의식행위 자체가 고인과 조상을 위하는 효심과 기도하는 인간의 진정한 마음을 나타내주는 의례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우리는 자신의 가치관(도덕성)상실에 따른 자괴감을 견지치 못하고 세상을 등진 전직대통령 자살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나가겠다는 사람들에 의해 곳곳에 49재 분향소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한복판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진 불온한 세력들이 이 분향소를 빌미로 무법천지를 만들고 있다.`며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됐던 고(故) 전 대통령 분향소를 국민행동본부 등 단체들이 강제로 철거했다.

문제는 대다수 국민들에게도 이 분향소의 설치 의미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인상을 주어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 개인이나 단체들이 죽음을 미화하여 그들의 목적달성을 위해 대중적 관심과 인기몰이를 위해 운영된다는 것을 국민들은 느끼고 있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준 수석연구원은 24일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 보고서에서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목적달성을 위해 투쟁으로 갈등사회를 조장하는 일부 세력들에게 말 없는 국민들은 차기 민주주의 직접선거에 참여하여 그 뜻을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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