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5일은 광복 69주년을 맞는다. 우리민족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엄청난 고통을 겪었고 이 고통의 역사는 아직도 청산되지 않고 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야욕과 위안부 인정 거부 등 과어 침략의 역사를 거부하며 한일관계를 긴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는 우리에게 잊고 싶은 과거지만 동시에 잊어서도 안 될 우리의 역사이다. 당시 조선총독부의 식민통치 사실을 배경으로 한 묵사(墨史) 류주현(1921~1982)의 대하 역사소설 조선총독부(전 3권·나남출판)가 내달 15일 복간된다. 일본의 우경화와 독도 영유권, 군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싼 한일 갈등이 첨예한 이슈로 대두한 상황. `망각된 역사적 과오는 되풀이된다`는 격언을 새삼 되새기게 하는 이 같은 현실은 소
1976년 5월 24일 프랑스 파리 와인 시음회 현장. 와인 상표를 가린 채 맛을 음미하는 `블라인딩 테스트` 결과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모든 프랑스 와인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1976년 6월 7일 자 `타임`에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정오가 되기도 전에 뉴욕의 와인상점들에선 모든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동이 나버렸고, 1위 와인인 1973년산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를 찾는 문의 전화로 상점들의 영업이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른바 `파리의 심판`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와인의 역사를 새로 쓴 계기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현장을 단독 취재했던 조지 태버는 이후 5년간 전 세계 와인 산지를 누빈 뒤 이 사건이 와인 역사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역사서를 펴냈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발간되는 `올재 클래식스 ` 11번째 시리즈로 중국 고전 수호지(水滸誌)가 나왔다. 2천102쪽 분량의 4권짜리 완역본으로, `올재 클래식스` 42~45권에 해당한다. 2006년 교수신문이 뽑은 `최고의 고전 번역`에 포함된 중국 옌볜대학(延邊大學) 공동번역팀의 번역본이다. 성실하고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은 번역으로, 중국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통한 역자들이 고풍스러우면서도 멋스러운 문체를 선보인다. 원작의 시(詩)와 사(詞)를 생략하지 않고 감칠맛 나게 옮겼다. 특히 기존의 한국어 번역본들은 108호걸의 양산박 집결로 끝나는 `70회본`을 원전으로 삼았으나 옌볜대학 번역본은 의형제들의 의리와 조정에 대한 충성이 충돌하는 이야기까지 다룬 `120회본`을 토대로 했다. `올재 클래식스`는 20
삼국사기에는 `도미(都彌) 부인`이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2세기 백제 때 인물인 도미 부인은 왕의 유혹에도 꿈쩍하지 않고 일편단심 남편 도미만을 사랑한 `열녀`(列女)의 전범으로 그려진다. 이 이야기는 조선 세종대에 편찬된 서민용 `도덕 교과서` 삼강행실도에 모범 사례로 실렸다. 이후 조선 여성들은 남편을 물어 가는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거나 남편이 죽으면 함께 이승을 하직하는 등의 모습을 본받기를 요구받았다. 말하자면 조선시대에는 부부 사이의 개인적 도덕인 정절을 국가가 관리했다는 뜻이다. 이 시기 정절을 지킨 아내에게는 국가 차원의 보상이 이뤄졌고, 반대로 개가한 과부 등 `정절을 해친` 아내는 국가가 나서서 분노하고 응징하기까지 했다. 이숙인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이같은 정절 개념에서
◆ 최고로 멋진 놀이였어! = 말라 프레이지 글·그림. 육아리 옮김. 미국의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인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이다. 여름날,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의 권유로 자연 캠프에 가게 된 에몬과 제임스. 할아버지는 손자들에게 자연을 알려주고 싶지만, 에몬과 제임스는 그저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며 도시에서 하던 대로 놀고 싶어한다. 떨어져 사는 조부모와 손자들이 자연 속에서 유대감을 형성해나가는 이야기다. ◆ 엄마의 법칙 = 김륭 시. 노인경 그림. 제2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동시집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등을 낸 시인 김륭의 작품이다. 시인 안도현은 “앞으로 우리 동시가 나아가야 할 어떤 지점을 예고하는 것 같아 반가웠다”고 평했다. 아이의 천진난
최근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 중국과 북한 등 한반도 주변국간 외교 격량에 휩쓸려 있다. 일본 아베 정권은 과거 침략행위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 없이 군사적 야욕을 드러내며 과거 군국주의로 회귀하기 위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결정하는 등 급격히 우경화하고 있다. 여기에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해묵은 독도 영유권 분쟁으로 한일관계는 갈수록 냉각되고 있다. 최근 시진핑 국가 주석의 한국 방문 등 중국과 선린외교는 미국간 동맹관계도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지지를 선언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강대국 사이에 끼인 한국은 외교적으로 중대한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주변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신간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은 스스로를 산가(山家)라 부르는 최원석 경상대 교수가 풍수와 지리학 연구방법론을 통해 한민족과 산의 관계를 밝혀낸 책이다. 우리나라는 산이 국토의 70%를 차지하고, 등산 인구가 1천500만 명에 육박하는 등 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산을 찾고, 이용하고, 산의 품에서 일생을 보낸다. 그러나 산과 사람의 관계를 탐구하는 인문학 서적은 전무한 것이 사실. 책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저자의 오랜 산 연구를 집대성한다. 한국의 산은 사람과 산이 함께 어우러진 `사람의 산`이다. 수천년 동안 산과 사람의 융화와 교섭이 이뤄지면서 한국의 산은 인간화됐다. 또 한국만의 산 역사와 문화가 독특하게 빚어졌다. 이런 면에서 한국의 산은 자연과 생태의 산이라기보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오늘날 아름다움의 기준은 서구와 근대 중심으로 재단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사람의 생김새뿐 아니라 미술, 건축 등의 예술 분야에서도 이런 경향은 전혀 이례적이지 않다. 이런 서구·근대 중심적 미(美) 개념을 탈피해 아시아적 아름다움의 연원과 특성을 분야별로 두루 살피는 총서 성격의 기획서가 출간된다. 서해문집이 향후 5년간 20권으로 완간할 예정인 `아시아의 미` 시리즈다. 아모레퍼시픽재단이 책 기획과 출간을 위임한 미지(美知)위원회가 2012년부터 매년 아시아의 미와 관련한 연구 과제를 공모, 연구비를 지원하고 이들 과제 가운데 1년에 3~5종씩을 출간할 계획이다. 미지위원장을 맡은 백영서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16일 서울 정동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아름다
아프리카는 54개국 11억 인구가 사는 지구 상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이다. 또 역사가 시작된 인류의 요람인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아프리카 독립의 시대가 열리자 전 세계는 미지의 대륙의 미래에 환호와 격려를 보낸다. 1960년 영국 수상 해럴드 맥밀런이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1세대 지도자들의 독재가 시작되면서 아프리카는 경제 호황은커녕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걷는다. 이런 까닭에 맥밀런으로부터 40년 뒤 영국 총리 자리에 오른 토니 블레어는 아프리카를 “세계의 양심에 새겨진 상처”라고 표현한다. 신간 `아프리카의 운명`은 아프리카 독립의 시대가 시작된 시기부터 반세기의 역사를 살펴보며
신간 `고결한 야만인`(원제: Noble Savages)은 미국의 인류학자 나폴리언 섀그넌이 아마존 원주민 야노마뫼 족을 평생에 걸쳐 연구한 기록이다. 야노마뫼 족은 외부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국경 양편에 사는 아마존 원시부족이다. 섀그넌은 1964년 야노마뫼 족을 처음 접하고 이들이 인류학계에서 통념적으로 이해되던 원시부족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는 야노마뫼 족을 지구 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야생의 원시민족이라 보고 연구를 시작한다. 야노마뫼 족은 1964년 당시 수렵·채취에서 농업·가축으로 넘어가는 석기시대에 살고 있었다. 섀그넌은 35년 동안 25번 야노마뫼를 방문하며 이들이 원시적 과정에서 탈피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리고 부족사회에서 전개된 정치적·사회적·군사적인 투쟁에 대
허영만 화백의 요리만화 시리즈 `식객`이 완간된 지 4년 만에 세 권짜리 컬러판이 새롭게 나왔다. 김영사에서 출간된 `식객` 시리즈는 지난 2010년 27권 `팔도 냉면 여행기` 편으로 완간됐으며, 이번에는 도서출판 시루가 `식객2`라는 이름으로 세 권을 발간했다. 흑백인 `식객`과 달리 `식객2`는 전면 컬러로 구성됐다. `식객`이 주인공 성찬과 진수가 전국을 누비며 우리 맛을 탐구하는 내용을 담았다면, `식객2`는 `그냥밥집`이라는 식당을 찾는 단골 이웃의 희로애락과 요리를 다뤘다. 이 때문에 `식객 2`는 요리 이야기와 함께 그리움과 사랑 등 사람 간에 벌어지는 휴먼 드라마도 비중 있게 전하고 있다. 1권 `그리움을 맛보다`는 대구내장젓, 김해뒷고기, 된장찌개, 아이들을 위한 채소 요리, 보리밥 한 그
올해 상반기에 남성 독자가 선호한 책은 `리추얼`, `미생`, `대통령의 글쓰기`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서점인 인터파크도서는 8일 `2014 상반기 베스트셀러`를 분석해 남성 독자의 비중이 훨씬 큰 책 리스트를 발표했다. 남성은 대체로 소설보다는 경제경영 관련 도서나 화법, 글쓰기에 대한 책을 선호했다. 우선 지난 1월 발간된 `리추얼`은 여성에 비해 남성 독자가 2.7배나 많았다. `리추얼`이란 나를 지키면서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반복적인 행위를 뜻하며 책은 토머스 홉스부터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문학, 예술, 철학, 과학 등 각 분야 주요 인물 161명의 리추얼을 소개한다.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만화 `미생`(9권 세트)의 남성 구입 비중도 56.3%나 됐다. 책은 바둑기사만을 목표로 살아가던
◆ 엄마에게 = 서진선 글·그림. 한국의 슈바이처로 알려진 장기려 박사와 그의 둘째 아들 가용 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동화다. 6·25 당시 가용 씨만 데리고 남하한 장 박사는 북한에 두고 온 아내와 다섯 남매를 평생 그리워하며 살았다. 책은 6·25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진 아이가 북쪽에 있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았다. 6·25가 생소한 현재 아이들에게 전쟁으로 인해 이산가족이 된 사람들의 슬픔과 아픔을 들려준다. ◆ 불타는 옛 성 = 차이까오 글, 차이까오·아오쯔 그림, 전수정 옮김.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8년 중국 후난성에서 발생한 `창사 대화재`(長沙大火)를 다뤘다. 이 화재로 3천년 역사를 지닌 도시와 성이 대부분 불타고 3만명 이상이 희생된다. 책은 대화재에서 살아남은 아이의 시선을
첨예한 여성적 감각으로 생명을 사유하는 소설가 전경린이 네번째 소설집 `천사는 여기 머문다`(문학동네)를 펴냈다. `물의 정거장`이후 11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단단히 써낸 9편의 단편이 담겨 있는 이 소설집은 가히 전경린 문학의 정점이라고 할 만하다. 2007년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악마와 천사라는 본성의 양면성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천사는 여기 머문다 2`와 2011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강변마을`, 2004년 대한민국소설상을 수상한 `여름 휴가` 등 평단과 독자 모두를 만족시켜온 그의 소설이 걸어가고 있는 길은 아직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장소다. 지리멸렬하고 고통스럽지만 그만큼 경이롭고 환희에 찬 인생,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와중에도
서정적 감수성과 기발하고 활달한 상상력이 어우러진 독특한 어법을 구사하며 개성적인 시세계를 펼쳐온 안현미 시인의 세번째 시집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창비)가 출간됐다. “새로운 감수성과 삶의 힘을 감싸안는 웅숭깊은 서정”과 “진솔함의 미덕과 상상력의 힘을 합체하는 타고난 언어감각”(박형준)으로 2010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이별의 재구성`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어둠속의 불우한 현실을 감싸안으며 시와 삶을 아우르는 진지한 성찰의 세계를 보여준다. 감각적인 언어유희가 도드라지는 가운데 삶과 사람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거름으로 하여 삶의 밀도 있는 체험이 눅진하게 녹아든 시편들이 먹먹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우리의 감성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그는 여행자 배롱나무의 동쪽을 다녀온 자
`여파-경제위기는 우리 시대의 문화다`(글항아리)는 지난 2008년 시작된 금융위기 발생 이후의 여파에 대해 탐색하고 그 대안에 대해 논의한다. 마누엘 카스텔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와 주앙 카라사 리스본 대학 교수 등 다수의 국제적 학자들이 유기적·협력적 논의를 거쳐 단계적이고도 폭넓은 구성으로 목차를 짰다. 1부에서는 현대사에서 반복돼 온 위기 국면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동시대인들이 `종말의 이미지`속에서 경제적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데 얼마나 익숙해 있는지를 보여주며, 2부에서는 기업 및 국가가 주도하는 이데올로기적 신비화를 걷어냈을 때 `위기`의 현실이 어떠한지를 드러낸다. 이어 3부에서는 위기에 대처하는 기업, 국가, 언론의 미봉적 행태 및 현행 제도의 한계를 구체화하고, 4부에서는 그런 가운데
대산대학문학상,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차세대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떠오른 윤고은의 두번째 소설집 `알로하`(창비)가 출간됐다. 제12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인 `해마, 날다`를 비롯, 윤고은의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절박한 세계인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아홉편의 작품을 실었다. 인성에 대한 자본의 공격이 첨예화된 사회, 그 안에서 소멸되지 않기 위해 고투하는 인물에 대한 묘사는 한층 세련되고 깊어진 윤고은의 통찰력에 전적인 신뢰감을 안겨준다. 신예로서의 기발함과 패기로 주목받았던 윤고은은 어느덧 등단 11년차의 짧지 않은 경력을 쌓았다. 한권의 소설집, 두권의 장편을 출간하는 동안 증명되어온 그의 독보적인 상상력은 `알로하`에 이르러 이제 그 자체로서 빛이 날뿐만 아니라, 서사와 인물의 개연성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박사의 성서 치유 에세이 `슬픔이 멈추는 시간`(민음인)이 출간됐다. 일상의 크고 작은 고통, 분노나 미움으로 인한 마음의 병, 실패로 인한 무력감에서 가족을 잃고 느끼는 깊은 슬픔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넘어지고 절망하거나 무력감을 겪는다. 어떤 위로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이 마음의 상처가 깊어질 때 저자는 성경의 한마디에서 위로를 얻기를 권한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성경은 온갖 비유를 담고 있는 인류의 고전이기에 심리적 통찰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고민이 있을 때 신앙이 있는 이들은 성경이나 불경 등 믿는 종교의 경전을 펼치기도 하지만, 막상 어디를 읽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그때 어떤 상황에서 어디를 봐야 할지
재미시인 김정기씨의 다섯번째 시집 `빗소리를 듣는 나무`(문학동네)가 출간됐다. 1975년 첫 시집 `당신의 군복`으로 문단과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반응을 이끌어냈던 시인은 1979년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고, `구름에게 부치는 시`(공저·1987), `사랑의 눈빛으로`(1989), `꽃들은 말한다`(2004) 등 시간이 흘러 시인의 이름이 거의 완전히 잊힌 뒤에야 그는 오랜 세월 가슴속에 묵혀뒀던 시편들을 조금씩 꺼내 선보여왔다. 시인으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가장 빛나야 했던 시절, 왜 그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지금-여기에서 사라져야 했던 것일까. 30여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보면, 시인의 남편이 뉴욕 UN 한국본부에 외교관으로 재임중이던 1979년 10·26이 터졌고, 시인의 남편은 하루아침에
`제국호텔`이후 10년 만에 내놓는 이문재(55)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이 출간됐다. “지금 여기”라는 화두는 시인의 시를 읽어온 독자들에게 그리 낯선 주제가 아니다. 시인은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한 이래 어쩌면 그보다도 일찍부터 지금 여기라는 화두를 노상 품고 다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미래를 근심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시인은 그간 적도에서 눈썰매 타기(“자메이카 봅슬레이”), 유전자 속 그리움의 정보, “무위로서의 글쓰기” “은유로서의 농업” “인간중심주의” “세기말” “언제나 접속되어 있는 e-인간들” 등을 지금 여기에서 발견하거나 발명해왔다. 10년 전 시인에게 지금 여기가 디스토피아 또는 멋진 신세계였다면 그래서 시인이 언플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