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고속철도특별법’의 연내 본회의 처리가 물 건너 가는 모양새다. 대구와 광주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사업이다. 지난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결국 국회 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동서화합과 지역균형발전의 염원을 담은 프로젝트였다. 헌정 사상 최다인 여·야 국회의원 261명이 공동 발의했다. 이례적인 기록이다. 연내 통과를 장담했다가 결국 헛물만 삼켰다. 의원들 스스로 약속을 깼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강력 반대했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철도 복선화 등 예산조달 방안이 문제였다. 공청회를 열
12월의 들길을 걷는다. 거의 날마다 들길 산책이 주요 일과였으니, 올해도 들길을 걸어서 여기까지 온 셈이다. 좋게 보면 유유자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허송세월이었다. 하지만 남이야 어떻게 보든 후회나 미련이 남는 행로는 아니었다. 내가 들길을 걸으면서 누린 자유와 여유를 그 무엇과도 바꿀 생각은 없다. 그다지 어려운 길은 아닌데, 아무나 쉽사리 선택할 수 있는 길도 아닌가 보다.들판은 사철 살아있는 경전이다. 날마다 들길을 걸으면서 시시각각 오관으로 그 경전을 읽는다. 오늘은 이 경전의 개쑥갓에 밑줄을 긋는다. 개쑥갓을 아는 사람은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심각하다. 수도권 면적이 국토의 약 12%인데 인구의 50%가 몰려있어 비수도권 즉, 지방소멸의 위험지역은 12년 사이에 2배로 늘어났다. 국가 경쟁력은 훼손되고 지역 간 양극화로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는 가운데 17개 시·도는 ‘지방분권-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지방시대를 열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방시대 5대 전략은 교육혁신을 통한 지역 혁신 인재를 양성하고 특화 산업을 일으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시킴으로써 2030세대의 정착을 유도한다는 것이다.“지방소멸을 막자”는 목소리가 높다.
손목 통증은 별 것 아닌 통증으로 보는 사람이 많고 실제 환자들도 그렇게 내원한다. 물론 오래되지 않은 손목 통증은 위치를 잘 잡고 적절히 치료를 잘하면 잘 낫기도 하나 손목에 구조적 부정렬이 있는 경우는 잘 낫지 않고 환자 본인도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손목 건초염의 경우에는 상당히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 손목 터널증후군과 같이 신경이 눌리는 질환은 단순히 손목만 치료해서는 잘 낫지 않고 목 어깨를 교정해야 좋아진다. 손목 질환은 팔꿈치 요골 부위를 압박하면 그곳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 손목부터 팔꿈치 어깨,
이맘때면 김장 담그기가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집안 행사다. 11월의 주부들의 인사는 “김장은 했느냐”, “올해는 배추 몇 포기나 할 것이냐”이다. 나도 해마다 그런 인사를 받지만 대답은 한결같다. “전 김장하지 않아요.”결혼한 지 42년째다. 김장을 딱 두 번 했다. 아, 올케들이 와서 한 것까지 치면 세 번이다.젊었을 적, 한 5년 시어머님과 함께 살았다. 모시고 살았다기보다 얹혀살았다는 표현이 맞다. 시간강사로 학교에 다니면서 학위공부를 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어렸다. 어머님께서 전적으로 살림 맡아주시고, 아이들이 제법 클 때
최근 외신은 대한민국이 인구격감으로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하였다. 합계출산율이 1 아래로 떨어진 나라가 세계적으로 드문 가운데, 우리나라는 놀랍게도 0.78을 기록하였다. 이는 한 세대 30년이 지나면 인구가 오늘의 39퍼센트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숫자다. 5천만 대한민국이 2063년 경이면 2천만이 되고 2093년에는 1천만도 안 되는 작은 나라가 된다. 인구가 국력의 모든 것을 대변하지는 않지만, 이웃 일본이 합계출산율 1.3 이상을 버티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인구정책에 있어 우리가 큰 문제에 봉착했음에 틀림이
여유당은 다산의 당호(堂號)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온 말로,‘신중하기(與)는 겨울에 내를 건너는 듯하고, 삼가기(猶)는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하듯 한다’는 뜻이다. 운치가 넘친다. 정약용은 다산(茶山), 여유당(與猶堂), 사암(俟菴) 등 많은 호를 가졌다. 김정희는 추사, 완당 등 호가 200개나 됐다.본명을 피하고 호를 쓰는 관습은 중국 당나라 때 생겼고 조선시대 때 성행했다. 선조들은 전 생애에 걸쳐 여러 이름을 사용했다. 본명 외에 ‘아명(兒名)’이 있었고, 혼례 전 성인식 때는‘자(字)’를 받았다. 성인이 된 뒤에는 일상에서
24절기 가운데 23번째가 소한(小寒)이다. 태양 황경이 285도에 위치하며, 2024년 1월 6일(음력 11월 25일)이 소한이다.소한은 양력으로 1월 6일부터 19일까지다. 이때 우리나라는 일 년 중 가장 추운 기간이다. 한겨울의 극심한 추위가 지속되며, 한랭한 기운으로 인해 날씨는 맑으나 기온이 가장 낮다. 음력으로는 12월에 접어들지만, 음력 11월부터 축적된 음기운이 가장 왕성한 때다. 정초한파(正初寒波)는 이 무렵의 추위를 묘사한다.소한의 한자 뜻을 보면 ‘작은 추위’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추운
달력만 쳐다보고 있다. 배추농사만 짓지 않았다면, 올해는 남이 해 놓은 것을 사서 먹고 싶다. 절임배추를 사서 한다면 밤에라도 어찌 해 보겠는데, 절이는 일까지 하자니 마음이 부대낀다. 아파트에서 절이는 일도 쉽지 않지만, 내겐 시간이 없다.남편이 텃밭에 배추를 100포기나 심었다. 한 포기가 얼마나 큰지 아름이다. 그 배추를 친구가 50포기나 사갔다. ‘김장을 50포기씩이나 한다고? 두 식구에? 아들, 딸도 안 가져간다며?’ 나는 친구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친구는 친정엄마의 숙제를 한다고 했다. ‘돌아가신 엄마 숙제? 그걸
나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암기’가 아니라 ‘사고(Thinking)’를 반복해서 강조하는 편이기에, 질문을 통해 학생들의 생각을 알고 싶은 까닭이다. 2010년대 초반 초보 강사 시절에는 엉뚱한 답이라도 당당한 목소리로 말하는 학생이 많았고, 얼마쯤 시간이 지나서는 모르겠다거나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학생이 많아졌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이후에는 질문을 하면 시선을 피하며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학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나와 눈이 마주치면 혹시라도 질문을
벌써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매듭달이다.앞만 보고 달려온 듯한 올해도 이제 마지막 달력 한 장만 남긴 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숱한 사연과 애환의 편린이 아스라히 부침하며 또 한 세월의 매듭을 짓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온 한 해를 되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연초에 계획하고 목표로 했던 일들의 성취 여부와 공과를 가늠하며 안도하거나 착잡함에 젖어 들게 된다. 또한 다가오는 새해를 맞을 준비와 새로운 희망, 기대 따위로 다소 설레여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연말은 이래저래 분주하면서도 차분한 나날
국토 정중앙인 충북 괴산에서 4.1규모 지진(2022년 10월)이 발생할 정도로 우리나라 전역은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다. 지진에 영향을 주는 활성 단층지대와 지구대가 한반도 곳곳에 동서남북으로 펼쳐져 있다.다만, 지난달 30일 새벽 발생한 경주지진도 마찬가지지만 지진 대부분이 ‘주향이동단층(땅이 수평으로 찢어지는 현상)’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강도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그렇지만 2016년 경주 내남에서 발생한 진도 5.8규모 지진도 주향이동 단층에서 발생한 만큼, 약한지진이라고 해서 절대 얕봐선 안 된다.이번 경주지진은 2016년 진
헝가리식 저출산 정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대초까지 저출산국으로 알려진 헝가리는 공격적이며 과감한 출산 정책을 펴면서 출산율을 크게 끌어올린 나라로 알려져 있다.우리나라에서도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시절에 헝가리식 모델을 제안했지만 정부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헝가리식 저출산 정책은 40세 이하 부부가 아이를 낳기로 약속하면 정부가 약 4천만원을 대출해준다. 5년 내 자녀 1명을 출산하면 이자를 면제해주고 2명을 낳으면 대출액의 3분의 1을 감액해준다.또 3명을 낳으면 전액을 탕감해주고 4명 이상
2030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2030 엑스포는 경쟁 초기부터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로 꼽혔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국제적 행사인 엑스포를 유치하는 데 실패하였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엑스포 관련 주식으로 꼽히던 건설주, 항공주, 숙박 및 유통 관련 주식들이 일제히 하락세에 빠졌다는 소식마저 전해진다. 유치 실패의 파장이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작용하리라는 예측이 들려온다.그런데 궁금하다. 우리는 왜 엑스포를 유치해야 했던 걸까. 물론 전 세계적인 행사라는 점에서 엑스포
평소처럼 하릴없이 동네를 배회하던 중이었다. 익숙한 카페와 음식점이 늘어진 구역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서는데 가슴을 뛰게 하는 문장 하나가 보였다. ‘목욕 됩니다.’ 세상에, 우리 동네에 목욕탕이 남아 있었잖아?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이후로 대중목욕탕은 운영되는 곳보다 폐업한 곳이 더 많았으니까. 참 어려운 시기를 굳건하게 버텨주었구나. 괜스레 코끝이 찡해졌다. 그럴 수밖에. 나와 목욕탕 사이에는 오랜 시간 쌓아온 유대감이 있었다. 우리의 진득한 재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어린 시절, 주말이면 엄마는 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화두는 또 다시 ‘혁신’이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상투적인 구호다. 그 동안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세웠던 수많은 혁신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는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또 혁신하겠다는 것인가? 아마도 진정성 없는 ‘혁신 쇼’를 반복해왔기 때문일 것이다.권력정치에서 혁신은 혁명보다 어렵다. 마키아벨리(N. Machiav elli)는 “강력한 적과 미온적인 동지, 그것이 바로 혁신이 성공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라고 했다. 혁신에 저항하는 기득권세력은 강력한 반면, 그들의 저항을 돌파해야할 혁신파의 힘은 약하고 그 태
지름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인 미세플라스틱은 기존의 플라스틱 쓰레기와 더불어 해양 환경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오염뿐만 아니라 우리의 식탁과 건강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와 식음료 전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 바다와 강 등 지표수에 이어 지하수까지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됐다는 조사결과가 2019년 나왔다.강 하구에 있는 어패류 등 모든 수생 생물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됐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낙동강 하구와 인천·경기 해안은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2, 3번째로 높은 곳이라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s)는 농인(聾人·청각장애인)의 자녀를 일컫는 말이다.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 부모에게서 자란 코다는 자연스럽게 수어와 청어(음성 언어)를 함께 익히게 된다. 이때 청어가 제1언어가 되고 수어는 외국어처럼 제2언어가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재일조선인의 모어가 조선어이듯, 농문화에 안겨 자라난 코다의 제1언어이자 모어는 수어다.포스텍 소통과 공론 연구소는 지난 12월 1일, 농인 부모님의 이야기와 자신의 코다 정체성을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2015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 열풍이 분다. 어린아이에서 전문가까지 직간접적으로 매일 인공지능을 만난다. 기업에서는 상품의 개발과 매일 쏟아지는 자료 분석과 판단에 이용하고 인공지능 관련 주가는 날마다 오르고 인터넷에서는 기사가 빠지는 날이 없다. 심지어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가짜 뉴스까지 사람들의 이목을 모은다.인공지능은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큰 흐름임을 기업체는 안다. 그러기에 수많은 인력을 투입하여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에 적용하느라 바쁘다. 기업의 명운이 달려있기에 기술의 발전은 하루가 다르다. 개발하는 회사는 주로 자연어처리,
우리는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영화같은 순간을 만났던가. 우리의 삶은 그 영화같은 순간들이 편집된 기억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기쁨과 슬픔, 감동과 후회, 만남과 이별의 순간들이 이어져 있다. 오랜 세월 영화를 만들어 왔던 감독은 그의 삶에 있었던 영화같은 순간들을 모티프로 작품들을 만든다. 물론 선택된 기억만을 보여주고 필름 위에서 윤색되어 관객을 만난다.반세기 동안 영화를 만들어 온 그의 작품을 몇 편쯤은 보았을 것이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이야기 속에서 기쁨과 놀라움, 슬픔과 감탄을 연발해 왔다. 우리는 영화감독이 만들어 놓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