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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들을 벗어나니길이 탱탱해지고이른 가을 풀들이 내 머리칼처럼붉은 흙의 취혼醉魂을 반쯤 벗기고 있구나.흙의 혼만을 골라 밟고 간다.길이 속삭인다.계속 가요,길은 가고 있어요.보이는 이 길은 길이 잠시 멈춘 자리일 뿐길의 암호일 뿐길은 가고 있어요. (부분)안주의 장소인 ‘집’일 나와 길에 나서자 “길이 탱탱해지”기 시작한다. 길은 “붉은 흙의 취혼”을 가지고 있다. 무엇인가에 취해 있을 때 삶은 길이 된다는 의미일까. 시인은 취해 있기에 “계속 가요”라는 길의 속삼임을 들을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이 길은 보이는 길이 아니다
시
등록일 2022.11.13
게재일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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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캄캄해져 있었고 나는 당신을 생각하던 마음을 마당에 내다 놓고 대못에 박히도록 했습니다 나는 흠뻑 젖었습니다그때 우리는 왜 까닭 없이 까닭도 없이 그렇게 흥건했던가요 왜 그토록 죽음의 왼손을 부여잡고 있던 것이었을까요가까운 바다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대못들을 한 움큼씩 삼키고 또 삼켜 한 겹 오래된 소금기를 없앴는지 한 뼘쯤 맑아져 있었습니다벗어 놓고 간 치맛자락이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듯 뻐꾸기가 또 웁니다내일 아침 내가 나가면 이 섬도 무인도가 됩니다당분간 나는 무진 애를 쓰며 멍하니 있으려 합니다
시
등록일 2022.11.10
게재일 20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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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벽에 귀기울이면 강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벽과 벽지 사이로 찰랑찰랑 스며드는 물소리꽃무늬 벽지의 마르지 않는 습기 사이로슬리퍼 한짝 떠내려가고짙은 안개가 조금씩 범람하는 방을 지나간다(중략)벽지 속 강물을 건너시는 아버지끝내 벽은 사라지지도 않고꽃무늬 벽지의 꽃들이 피어나고 시들어간다어느날 벽지 속 강물 어디로 숨어버렸는지들리지 않는 물소리,벽은 이제 바삭거리는 쎌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낸다꽃무늬 벽지의 꽃들이 폐허 속에서더욱 환한 꽃을 피운다 (부분)위의 시에서 ‘벽’은 기억의 끝에서 마주치게 되는 현실로서 나타난다. “끝내
시
등록일 2022.11.09
게재일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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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뱀파이어처럼 온다저 산벚나무 피가 낭자하다Let me in불면으로 누렇게 튼 산수유 입술에서노란 탄성이 터져 나온다나의 사랑은 늙지 않아요꽃나무 아래 나의 목덜미가 창백하다(부분)뱀파이어는 늙지 않는다. 매년 찾아오는 봄이 언제나 신선하듯이. 사랑 역시 언제나 신선하다. 시에 따르면 봄은 뱀파이어다. 봄은 잠자고 있던 숲의 피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이 오면 산벚나무는 낭자하게 피를 뿜어내고 산수유는 ‘노란 탄성’을 터뜨린다. 그런데 이 흡혈은 사랑의 행위라는 것, 하여 ‘나’ 역시 창백한 목덜미를 “꽃나무 아래” 내
시
등록일 2022.11.08
게재일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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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을 적재한 무개화차들이 굴러가는 철길 너머에 저탄장이 있다. 거대한 재의 무덤, 바람에 석탄가루들이 일어난다. 그것은 흩어진다. 그것은 바람에 불려간다. 검은 바람, 펄럭이는 검은 작업복, 탄부들이 움직이고 있다. 잠시 후, 이번에는 갱목용 통나무를 적재한 무개화차들이 지나간다. 그것은 멀어진다. 그것은 사라진다. 검은 바람이 불고 있다. 저탄장의 탄가루들이 철길 건너 저녁 골짜기로 멀어진다.(부분)이제 더 태울 것이 없는 재는 시체와 같다(재의 세계는 무덤이다). 썩은 시체의 분비물처럼 재도 ‘흩어진다.’ 그 시체의 가루들은
시
등록일 2022.11.07
게재일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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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은 먼 데 있는 불빛은 흔들린다 깜빡인다 부들부들 떤다불빛은, 가까이선 흔들리지 않는다 노란 불티 그대로다먼 데 있는 불빛이 흔들리는 건 먼 데 있어서 위험하기 때문일까가까이선 하지 못할 표현을 조심스레 하는 걸까먼 데 있는 불빛은 비로소 입술을 벌리고 희미한 소리를 낸다울음도 노래도 아닌 소리의 파닥거림, 멀어져 가는 것들은저마다 자기 표현을 한다. 가까이선 엄두도 못 냈을 표현을불빛은 멀리 있음으로 해서 비로소 입을 연다. 멀리 있음으로 해서 불빛은 더욱 절실하다. 왜냐하면 불빛은 멀리 있을 때 더욱 깜빡거리며 흔들리기 때문
시
등록일 2022.11.06
게재일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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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정적이 머물러 있는 숲에서는간간이 보일러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울리고 솔방울이 뚝뚝 떨어지고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던 유리새들이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올라간다유리새여 무량의 시간 속으로오르는 새여너희 비상은 햇빛에 부딪히고마모되면서절대음처럼 소멸하고 시간들은우리에게상처를 남기고 사라져간다 (부분)정적 속에서 갑자기 비상하는 유리새는, 정적-시간의 정지-을 깨뜨리는 어떤 순간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갑작스레 비상한 그 새들은 곧바로 햇빛에 타버리기에, 그 순간은 눈이 부시도록 빛난다. 시인에게 진정한 시간이란, 이 비상과 소멸(삶과 죽음)
시
등록일 2022.11.03
게재일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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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처럼 잘 닦여진 마당을 가로질러계단 앞에 섰네꽃잎 같은 비구니들눈썹 그리듯 비질한 자국 위에 찍히는발자국 가만히 돌아보다가문득 발자국 지우고 싶었네지붕을 타고서 휘돌아온 바람이물고기의 몸 흔들 때마다얇아질 대로 얇아진 몸추녀 끝에서 펄럭이던,하지만 방향도 없이찰랑 차르르 바람 속을 헤엄쳐 나가는물고기의 몸 이미 있어도 없는소리뿐인 몸이었네계단 끝 텅 빈 마루방 하나,이른 새벽 바람이 씻어내고 있었네정적 속에서 나는 ‘차르르’ 소리는 바람에 의해 목어가 흔들리고 헤엄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에 시인은, 우리 몸은 ‘헤엄침-흔들림’
시
등록일 2022.11.02
게재일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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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들꽃을 따서 너는팔찌를 만들었다.말 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둥근 안팎은 적막했다.손목에 차기도 하고탁자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네가 없는 동안 나는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그리로 우주가 수렴되고쓸쓸함은 가이없이 퍼져나간다.그 공기 속에 나도 즉시적막으로 一家를 이룬다-그걸 만든 손과 더불어.‘너’가 팔찌를 완성시키는 순간, 그 ‘둥근’ 모양의 팔찌는 자신의 공간을 형성하며 세계를 적막 위에 놓는다. 팔찌 테두리 안의 빈 원 속으로 “우주가 수렴”되고(원은 우주적 전일을 상징한다), 그 덩그렇게 놓인 하나
시
등록일 2022.11.01
게재일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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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당신 곁에 눕는다내가 지금 부여잡은 당신의 손한 손으로 당신의 손을 잡았을 때다른 손은 빈손이 된다그 수많은 손금 중에내 것과 똑같은 것이하나는 있을 거라는 생각당신의 손금을 손끝으로 따라가다어디쯤에서 우리가 만났을지가늠해본다서로의 머리카락을 묶고 자면우리는 같은 꿈을 꾸게 될까어지러운 침대 같은 밤하늘에 뜬 반달밤의 이불을 머리끝까지 당겨 덮는다(부분)화자가 “지친 당신 곁에” 누워 “당신의 손”을 부여잡는 것은 자신의 고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일 터, “당신의 손금을 손끝으로 따라가”는 모습은 퍽 감동적
시
등록일 2022.10.31
게재일 20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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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소식은 4월에 왔다너의 소식은 4월에 마지막으로 왔다8월에는 어깻죽지에서 날개가 돋았고9월에는 그것이 상수리나무만큼 커져서 밤에 나는 그 아래서 잠들곤 했다(…)우주의 툇마루에 쭈그리고 앉아 저 멀리 지구를 바라보니내가 가지런히 벗어놓은 신발이 늙은 개처럼 엎드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12월에 나는 돌아왔다그때 나는 달력에 없는 뜨거운 겨울을 데리고 돌아왔다너의 소식은 4월에 왔다4월은 마지막 달이었고 다음해의 첫번째 달이었다나는 너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아주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부분)많은 한국인들이 2014년 4월 16일
시
등록일 2022.10.30
게재일 20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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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음 소식에눈에 덮인 젖가슴이 다시 한껏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식구가 늘 때마다가슴이 파헤쳐지고 겨드랑이솜털이 날리고 구름이 만장처럼 떠 있다사람들이 떠나고 해 질 무렵이면가슴이 부스럭거리기 시작한다늘어진 배를 발로 찬다거나꼬물꼬물 젖을 빨며 한 삶을 준비하는 봉분은 빵빵하다하루의 노역이 힘에 부친 듯주둥이를 땅속에 묻고꿈쩍도 하지 않는 산발아래 얼음장 밑 실개울 물은말없이 흘러간다갓 태어난 몸이 저 물길 따라새 세상으로 들어가는봉긋한 숨소리에 산은 모로 돌아눕는다(부분)이승에서의 삶은 죽어 봉분 속으로 수축되지만, 그 ‘죽음-삶’은
시
등록일 2022.10.27
게재일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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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에 질린 냄새들이첩첩산중을 이루고모두 탄력 잃은 삶들에걸려 있어 짠하다문턱이 튕겨지며 눈썹을 흩트릴 때마다떨리는 완력들각도대로 자주 인내의 모양을 바꾼다원을 그리다가 평행선으로 치솟고곡선으로 힘주다가 파선으로 쏟아진다뒤태들이 실수로 버려지지만헐렁한 등을 입고 있어 푹신하다내 등에도 뒤집힌 등들이실수로 옮아온다톡톡 터지는 뜨듯한 솜털들각자의 행선지로 같은 노선을기어가는 아침마다에갓 태어난 내가 안겨 있다한강을 건너면 오늘은 살아나고문턱이 쏟아질 때마다 하루씩어려진 나이를 먹는다(부분)생활인의 일상을 안은 ‘버스-삶’이 달리면서 튕
시
등록일 2022.10.26
게재일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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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붙잡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너무 오래 흔들려왔으므로놓아주고 싶은 것들,해는 저물고 어김없이 시작하는 새해잠 못 드는 연휴 지나구년째 의식이 없는 병실에 간다궤도를 잃은 유성처럼 흔들리는그 눈빛에 안부를 물어야 한다촛불을 대신 끄고 손뼉 치며생일을 축하해야 한다늘 웃는 얼굴인 그가 크게 웃으면모두가 환해지던 때가 있었다,놔주기에는 아직 힘주어 따뜻한손이 있다(부분)‘구년’ 동안이나 의식불명인 분을 돌봐 와야 했던 고통은, 이제 저 분이 매달려 있는 생명의 줄을 놓아주고도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들 터이다. 하지만 그 줄을 놓지 못하는
시
등록일 2022.10.25
게재일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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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잡았던 손이여전히 내 손안에 있어요오래전 놓았던 손이 내 손을방한장갑처럼 끼고아직도 추운 내 손안에 있어요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울리는 손뼉 소리나는 당신의 손이 날아가지 않게주먹을 꼭 쥐고당신의 손은 내 손을 빌려 끼고내가 막 사랑하기 시작한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요당신의 손안에도 내 손이 가득하죠내 손이 당신의 손을 찢긴장갑처럼 끼고 있어요나는 당신의 손을 모아밤마다 기도할 거예요시도 때도 없이 벼락처럼 기도할 거예요(부분)타인의 손과 나의 손이 중첩된다. 그러나 타인의 손이 지닌 타자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발바닥부
시
등록일 2022.10.24
게재일 202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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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누웠던 누군가 황망히 떠난 새벽 한 때의 여관방 같은보도블록 위 십 원짜리십 원짜리를 주워 살그머니 제 주머니 속으로 들일 사람주머니는 참 따듯할 텐데붉은 담요를 두른 손이 있어 찬 등을 오래오래 쓸어 줄 텐데기다릴 수밖에 없겠지 기다림이 기다림의 잃어버린 모양을 문득 알아볼 때까지별수 없으니까바닥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보도블록 위 십 원짜리”는 시의 화자 자신의 현재를 말해준다. 그는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버려져서 아무도 돌아보지 않을 존재로 전락했다고 느낀다. 이 느낌은 “곁에 누웠던 누군가 황망히 떠났을 때”의 치욕스러운
시
등록일 2022.10.23
게재일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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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음이 불길하게 울리면또 맞았구나울지 마, 내가 대신 울어줄 게살아남아야 해넌 아무 말도 못하고 전화를 끊고그런 밤에 나는 악몽을 꾼다건장한 사내가 끌고 가는큼지막한 자루가호수 속으로 가라앉는 꿈우리가 눈부시게 빛났던 시절너는 백마, 나는 흑마우린 죽어라 붙어 다녔지중앙극장을 나와 목척교 위에서추위에 덜덜 떨면서도우린 낄낄거리곤 했어지금 너는 그곳에서 나는 이곳에서피멍 든 몸에 붕대를 두르고밥상을 차린다치욕을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는다(부분)말할 수도 없이 처참한 심경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가 그렇
시
등록일 2022.10.20
게재일 202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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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우리와 같을까?아홉 명의 병사들이 택시를 세우고형의 피로 창문에 적었다: 우리는 제3부대 소속이다.우리는 사자(死者)를 방관하고 토요일의 예식을 위해 그의 생명을 앗았도다!우리 아버지에게 초콜릿 바구니를 선사했던 그 상인은초겨울엔 살해자로 일하고 있다.그들도 우리와 같을까?맞다, 다만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이지금 차가운 호텔 객실 바닥에서 일어나외친다: 그들이 우리 친구들의 시체를 영안실에서 훔쳐어떤 사자들을 위한 여분의 장기(臟器)로 팔아치웠다.살해자가 되기 위하여 (부분)팔레스타인 시인 티리크 알 아라비의 위의 시는
시
등록일 2022.10.19
게재일 20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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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실에서도, 법정에서도직업을 물으면 ‘시인’이라고 답한다.그러면 꼭 다시 물어본다.그러고는 “아…” 하고, 복잡미묘한 표정.주머니 속에 감춰 둔은사시나무잎 삐라를 만지작거린다.수첩에는 바랭이풀과 엉겅퀴를 이용한사제폭탄 제조법, 아직은 실험 단계임.심문관이 무슨 생각을 하든,스스로 더 당당하려면진짜 시를 열심히 써야 하는데사발통문 같은 오월의하늘을 올려다보면다른 건 다 시시하다.다만 시적으로 살다가시적으로 죽고 싶을 뿐.(부분)변홍철 시인은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밀양과 청도에서 현지 주민들과 함께 투쟁했던
시
등록일 2022.10.18
게재일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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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진 골목밤 세시의 가로등은 나의 눈이다폐품은 항상 어두운 곳에 버려진다언제나 어둠을 밝히는 건 가로등이다하루를 마무리하기에는하루를 시작하기에는 어설픈 시간세상이 외면한 곳에서세상이 외면한 것들끼리의 만남폐품이 있는 곳으로 다가서는또 하나의 폐품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불빛을 향한나만의 시간은 깊어간다쓰레기가 모여 있는 저 뒷골목에서 시인은 시가 거주해야 할 장소를 발견한다. 뒷골목에 버려진 폐품과의 만남을 통해, 시인은 자신 역시 “또 하나의 폐품”임을 인식하면서 이 세상의 진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는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불빛을
시
등록일 2022.10.17
게재일 202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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