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농사에 웃고 가격폭락에 울고 고추농가들 시름

안동·청송 등 경북 북부
지난해보다 가격 반토막

2013-08-06     권광순기자

“고추값 하락은 이미 예견된 겁니다. 마른 장마에 오락가락 적당하게 비까지 뿌려주니, 이만저만한 풍작이 아니지요”

사상 유례 없는 고추 풍작으로 산지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안동 등 경북북부 지역 고추 가격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국내 최대 규모인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의 햇고추 경매현황에 따르면 올해 산 건고추 특상품의 첫 경매가는 600g 한 근에 6천500원, 지난해 60% 수준으로 중품을 포함한 경매 첫 날 평균가는 근당 5천500원에 거래됐다. 홍고추의 경우도 첫 경매가는 kg당 1천550원이었지만 평균가는 1천200원선에 그쳤다.

올해 고추 재배면적이 1천760ha, 지난해의 1천931ha에 비해 8.8% 감소했지만 생산량은 5천100t으로 지난해의 4천635t에 비해 오히려 10% 증가했다. 고추 값 폭락세는 안동 외에도 고추 주산지 청송과 영양과 의성 지역도 비슷한 실정이다.

청송군의 경우 올해 고추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18% 감소한 1천38ha이지만 생산량은 3천695t으로 10% 줄어드는데 그쳤다. 이 지역 건고추 산지 시세는 600g당 5천원으로 지난해의 1만원, 홍고추는 ㎏당 1천2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긴 장마에도 불구하고 고추 주산지에 비 피해가 거의 없는데다 뚜렷한 병해충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지난해 정부에서 수매하거나 수입한 고추 재고량이 남은 것도 한 원인으로 꼽았다.

안동시 관계자는 “고추값 폭락에 따른 농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산 홍고추 670t을 긴급 수매하고, 계약재배 물량에 대한 현장수매에 들어가는 한편 계약출하농가에 ㎏당 500원의 장려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손이 많이 드는 것으로 악명높은 고추농사가 풍작으로 고추 생산량이 늘어났고, 창고마다 지난해 이월된 재고물량이 넘쳐 고추값 하락세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동/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