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가 사는 법’

척 콜린스 지음
한국NVC출판사 펴냄·인문

신간 ‘억만장자가 사는 법’(한국NVC출판사)의 저자 척 콜린스(65)는 26세에 50만 달러의 신탁자산을 기부하고 불평등 해소를 위해 평생을 바친 실천가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 불평등 문제 전문가다. 그의 활약은 약탈적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활기찬 선물경제와 건강한 상거래가 작동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련의 활동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에서 2008년 경제 침체로 인해 더욱 분명해진 불균등한 부의 분배 문제를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상위 1퍼센트가 따라야 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부자들에게 ‘집으로 돌아와서’ 투자를 약속하고, 지분을 내놓고, 모든 사람을 위해 작동하는 경제를 위해 일할 것을 요청한다.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그들이 가진 부를 분배하고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점점 커지는 불평등에 대한 해법을 둘러싼 논쟁은 양극단으로 나뉘면서 계급적 정당성과 적대감이라는 틀에 박힌 이야기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저자는 이러한 낡은 틀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이 책의 원제는 ‘Born on Third Base’다. ‘어떤 사람들은 대(代)주자로 3루를 밟고 있으면서 마치 자신이 3루타를 친 것처럼 행동한다’는 날카로운 비판 속 주인공은 남들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태어난 사람을 일컫는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이렇게 태어난 부자들의 부와 행복의 주된 원천이 ‘공공의 부’ 또는 공유지나 공유자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부가 전적으로 개인적 행위의 결과라는 신화에 압도당하고 만다고 말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과연 어떻게 해야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역학 관계를 바꾸는 일을 도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의 상위 10퍼센트에 속하는 부유층 사람들은 지구상의 그 누구보다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1부 ‘3루에서 태어나다’에서는 저자가 겪은 일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글로벌 육가공 기업 오스카마이어의 창업주 손자로 태어나 상위 1%의 일원으로 자랐지만, 26살 때 모든 상속 재산을 기꺼이 사회에 기부했다. 이후 불평등 완화와 공동체성 회복, 사회 공동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공공선을 위한 부, 공정 경제를 위한 연합 등 사회운동 단체를 설립해 활동했다.

2부 ‘공공의 부란 무엇인가’는 상속세를 없애려는 시도에 맞선 빌 게이츠 시니어와의 여정 이야기를 포함해서 부자들의 부와 자기 정당성 신화의 문제와 관련된 많은 사례를 살펴본다.

3부 ‘남보다 유리한 조건에 있다는 것의 의미’는 어떤 사람은 부를 소유하는데 어떤 사람은 왜 그렇지 못한지 그 이유를 이해하고자 할 때 특권이 그 문제의 쟁점을 흐리는 방식에 대해서 훑어본다. 저자는 소수의 부자는 어떻게 점점 더 유리해지고, 대다수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점점 더 불리해지는지를 살핀다.

4부 ‘불필요한 샛길로 빠지다’는 자선이 과연 치유책이 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부자 중에는 전통적인 자선기관들을 통해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으로 그 책임을 다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저자는 일부 자선활동이 기존의 불평등을 어떻게 악화시키는지를 보여준 뒤, 자선활동의 개혁을 주장한다.

5부 ‘부(富), 집으로 돌아오게 하기’는 오늘날 우리의 경제 및 생태계의 현실과 시스템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한다. 나아가 글로벌 투기 자본주의와 탈세를 위한 해외 자금 도피가 아닌, 지역의 새로운 경제를 위해 애쓰는 사업체들에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6부 ‘초대장’에서는 두 종류의 초대장으로 마무리한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약탈적이고 착취적인 자본주의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사회 운동을 조직하고, 기업의 침해에 저항하기 위해 계급과 인종을 초월하는 동맹 관계를 구축하는 데 공감하고 손을 잡기 위한 초대장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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