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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며

등록일 2023-12-21 18:07 게재일 2023-12-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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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올해도 이제 1주일이 남았다. 한 장 남은 달력 위에 성질 급하게 새 달력을 걸어본다. 예쁜 그림과 사진이 있는 달력도 좋지만 큰 글씨에 빈 여백이 많은 달력을 구했다. 옛날엔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단오에는 부채를 주고받고 동지에는 달력을 나누어 주었는데 나는 새마을금고에서 나누어 주는 달력을 얻어다 쓴다. 요즈음 기억이 깜빡깜빡해서 중요한 모임이나 해야 할 일들이 있으면 그날에 큰 글씨로 표시해 두면 기억하기 좋기 때문이다.

지나간 날들을 훑어보니 크고 진하게 표시한 기록들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집안의 크고 작은 일-제삿날과 가족의 생일, 지인들의 자녀 혼사가 있고 행사와 모임도 표시했다. 그리고 나의 소소한 취미인 우표수집을 위해 그 발행 날짜엔 빨간 우체국 마크가 선명하다.

갑자기 추위가 엄습한다. 이 추위는 북극에서 밀려온 한파가 주말까지 이어진다고 하는데, 전국 대부분이 최저 영하 15도 이하인 한파특보가 내려지고 경북 북동 산지에는 한파경보가 내려지는 등 올들어 가장 춥겠단다. 또한 전국이 대체로 맑겠지만 충청·전라 해안과 제주에는 폭설도 예상된다고 하니 빙판길 사고도 염려된다. ‘동짓날에 눈 오고 추우면 풍년이 든다.’했으니 이 추위도 즐겁게 견뎌야 하겠지. 그런데 강원 영동과 경상권 동부지방은 건조특보가 내려져 산불 등 화재 예방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니 이 좁은 나라의 동서가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세찬 바람에 체감 온도가 클 텐데 외투 깃 세우고 모자도 쓰고 요즘 독감도 설친다고 하니 몸조심 잘하며 계묘년 한 해를 무사히 마무리하기를 빌어본다.

며칠 후면 아기 예수가 태어난 성탄절, 크리스마스이다. 대체공휴일처럼 일, 월요일 연휴이고 앞의 토요일까지 합치면 쉬는 날이 사흘이 된다. 벌써 교회나 성당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하고 이따금 들려오는 캐럴은 연말의 기분을 들뜨게 하고 거리에는 반짝이는 장식들이 가로수에 입혀져 겨울 축제를 예고하고 있다. 연말연시 인파가 몰리는 곳에는 안전관리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불우한 이웃들이 많다. 포스코 그룹은 올해도 이웃돕기 성금 100억원을 기탁하였는데, 그동안 누적액이 1천920억이라고 한다. 그리고 2천700 여벌의 방한 의류도 기부했고 연탄배달 봉사도 한다고 하는데, 이 대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도 한국 노인빈곤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씻기가 부족할 테니 국민 모두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야겠다. 또한 결핵 발생률도 1위로 인구 10만명당 35.7명이고 사망률 또한 3위이다. 이에 대한결핵협회는 결핵퇴치기금을 모으기 위해 매년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해 오고 있는데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아서 만화가 ‘앤서니 브라운의 동화 속으로’란 타이틀로 10종류 1시트에 3천원짜리를 발행했다. 구입이 아니라 기부이니 카드나 연하장을 보낼 때 붙여 보내면 그 작은 정성이 이러한 불명예를 씻어주는데 작으나마 사랑의 열매를 맺지 않을까 싶다.

이번 동지는 애동지다. 아이들에게 나쁘다고 팥죽은 안 쑤더라도 팥시루떡은 먹으며 모든 액을 물리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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