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철 대표원장이 뇌동맥류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에스포항병원 제공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으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형병원인 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원내에서 개두술을 할 의사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고 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너무나도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K-의료의 민낯’.

서울에서도 발생하는 의료공백 문제는 지방으로 내려올수록 더욱 심각하다.

이번 일은 특정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 과목에서 충분한 숙련의를 확보하지 못한 우리 의료체계 전반의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특히 대형병원 하나 없는 경북지역 주민들은 원정 치료가 일상이다.

본지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경북 유일의 보건복지부 인증 뇌혈관전문 병원인 에스포항병원의 김문철 대표원장을 만나 필수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싣는 순서

1. 급성뇌졸중치료를 위한 뇌혈관 전문병원의 역할과 전망
2. 뇌혈관질환 ‘골든타임’ 병원 전 단계 환자이송에 달렸다
3. 전문병원 제도의 현실과 문제점
4. 뇌혈관질환 ‘골든타임 지키려면’ 뇌혈관 전문병원 활용이 답이다

 

15년 전만 하더라도 포항엔 의료 인프라 태부족
우수한 의료진·직원 70명과 에스포항병원 설립

신경외과 전문의 경북 최다· 24시간 당직 진료
언제든 응급환자 수술·처치 가능한 시스템 갖춰

전문병원제도, 의료전달체계 개선 위해 꼭 必
노력에 비해 미흡한 보상 등 의료환경은 아쉬움

필수의료 기반 강화 위해 장기적 계획 세워야
현장의 목소리 반영·보완하며추가 대책 고민

△포항에 에스포항병원을 설립을 하게 된 이유는.

- 불과 15년 전만 하더라도 환동해권 지역 시·군 100만 명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포항’이란 지방 도시의 의료 인프라는 부족했다. 응급 중증환자들이 응급치료를 받기 위해서 가까운 대학병원이나 큰 병원이 있는 수도권으로 후송되는 과정에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았다. 촌각을 다투는 뇌혈관 질환을 이 지역에서 해결하지 못해 후송되는 환자들이 겪는 많은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빠른 시간에 수술실까지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지역 내 필요했다. 그래서 2008년 10월 지역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대로 된 병원을 만들고자 우수한 실력을 갖춘 의료진과 직원 70명과 함께 에스포항병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2011년부터 현재까지 전문병원(1기 신경외과 분야, 2~4기 뇌혈관 분야)으로 지정받아 역할을 하고 있다.

△에스포항병원의 뇌혈관 질환 관련 전문 인력 구성은 어떤가.

- 경북 지역에서 신경외과 전문의가 제일 많은 12명이 근무하고 있다. 신경과 4명, 중재 시술이 가능한 전문의는 9명이 있다. 신경외과, 신경과 전문의가 24시간 당직을 서며 진료를 볼 수 있어 언제든 응급환자가 수술과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다. 최근에는 뇌졸중 전문 간호사 교육을 실시해 간호사들의 전문적인 뇌졸중 치료 역량과 강화를 통해 뇌졸중 환자의 치료와 간호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고자 노력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전문병원 제도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2011년부터 본사업으로 전환된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을 해소하고 중소병원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도입된 전문병원제도는 앞으로도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방에서 어렵게 전문병원을 위한 의료인력을 유지하며 최적의 의료환경을 마련한 이 뇌혈관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제도에서 전문병원이 제외되고 노력에 비해 미흡한 보상체계 등으로 우리 병원과 같은 전문병원들이 많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의료환경에는 아쉬움이 있다.

경북 유일의 보건복지부 인증 뇌혈관전문 병원인 에스포항병원의 모습.  /에스포항병원 제공
경북 유일의 보건복지부 인증 뇌혈관전문 병원인 에스포항병원의 모습. /에스포항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한국 의료시스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의료 인력, 시설 및 장비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환자 이송 즉시 수술, 입원을 할 수 있도록 의료 시스템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119 이송체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로 인해 또 다시 안타까운 사건이 되풀이될까 걱정이다. 국민들은 제대로 된 곳에서 적절한 시간에 치료받아야 하는데 단순히 병원의 규모에 따라 환자를 이송한다면 과연 그 이송이 환자를 위한 일인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곳으로 이송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 않은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전문병원제도 활용, 그리고 학회로부터 뇌혈관 수술이 가능한 뇌혈관 관련 인증 병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40대 이상의 실력 있는 뇌혈관 의사는 거의 고갈된 상태’라는 말이 있던데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나.

- 신경외과 뇌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지역 뇌혈관 질환 환자의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매일 바쁘게 살아왔다. 그리고 뇌혈관 전문병원인 에스포항병원을 15년째 운영하면서 실력 있는 의료진을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작은 도시 포항까지 데리고 오기에 적잖은 공을 들여서 데리고 왔다. 나는 신경외과 의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33년간 환자를 돌봐 왔지만 이러한 사명감 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이 상황을 물려주는 것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사명감에 어울리는 보상과 법률적 보호가 실질적인 지원책일 것이다.

△의료 수가 인상하면 나아질까.

- 낮은 수가로 일방적인 희생을 담보하고 하면 할수록 적자인 게 현재 뇌혈관질환 분야다. 뇌 수술을 하면 할수록 병원은 손해다. 부족한 의사 인력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병원 눈치 보느라 건강보험 수가를 올려준다고 필수의료 인력 부족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병원이 필수의료분야의 후배 양성을 할 수 있도록 기존의 건강보험 내에서 수가를 조정하는 것이 아닌 다른 외부에서 적극적인 지원과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
 

에스포항병원 김문철 대표원장이 ‘필수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에스포항병원 김문철 대표원장이 ‘필수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 정부가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 해결하는 방안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던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필수의료 붕괴 위기를 두고 의대정원 확대의 목소리는 현장과 매우 동떨어진 정책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의사 수가 부족하니 의대 정원수를 늘리자는 단순한 논리로는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의사 수가 증가한다고 현재 부족한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의사가 확충되리란 보장도 없다.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면 필수의료분야에 근무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어 후배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다.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이유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별도 지원책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뇌혈관질환은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들었다. 근데 무려 지난 5년 동안 80만건 이상의 중증 응급 환자 가운데 52%가 전원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데 이같은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규모가 큰 응급의료센터나 권역 심뇌혈관질환 센터 등 응급질환 대응체계 자체는 마련되어 있지만 서로 연계가 미흡하거나 야간시간 의료진 대기 인력이 부족해 응급환자 중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다른 곳으로 전원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응급의료법상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전달체계가 나누어져 있지만 각 종별로 역할 기능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증 질환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기관을 포함한 응급의료기관 전달체계 개편과 그에 따른 응급환자 이송 및 전원 지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지난 1월 31일 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현재 필수의료 진료기반 유지를 목적으로 공공정책수가제 도입 필수의료인의 보상과 지원 등 10대 주요과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대책이지만 구체적인 재정 계획 없이 이슈가 된 사건을 면피하기 위한 처방 위주라 많이 아쉽다. 급하게 공청회, 간담회 몇 번으로 만들어낸 정책이 아닌 필수의료 기반 강화를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필요한 분야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보완하면서 추가 대책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끝>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