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에스포항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에스포항병원

최근 5년간 허혈성 뇌졸중 등을 포함한 3대 중증 응급환자의 절반 이상이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병원에 도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외상은 1시간 이내, 심근경색은 2시간 이내, 허혈성 뇌졸중은 3시간 이내가 ‘골든타임’이다.

지난 5년 동안 80만7천131건의 3대 중증 응급환자 가운데 무려 52.1%인 42만410건이 적정 시간 내 응급실에 도착하지 못했다.

이 같은 문제의 가장 큰 원인 바로 ‘환자의 전원’ 때문이다. 이처럼 중증 응급환자 중에서 뇌졸중 환자들이 타 병원을 거치며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 싣는 순서

1. 급성뇌졸중치료를 위한 뇌혈관 전문병원의 역할과 전망
2. 뇌혈관질환 ‘골든타임’ 병원 전 단계 환자이송에 달렸다 
3. 전문병원 제도의 현실과 문제점
4. 뇌혈관질환 ‘골든타임 지키려면’ 뇌혈관 전문병원 활용이 답이다

 

119구급대 급성기 뇌졸중 의심될 경우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 의료기관 지침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갔지만 이송 빈번
최근 5년 응급환자 절반 골든타임 놓쳐

서울·경기권, 병실·시설부족으로 이송
지방은 응급 수술·처치 불가 이유 많아
심각한 의료불균형 문제 여실히 드러나

병원 이송 전 뇌졸중선별검사 양성 경우
즉각적인 혈전용해 치료 가능한
뇌혈관전문병원 이송 등 지침 개선 필요

전국 110개 전문병원 중 지방은 9개 뿐
전문병원 추가 신설 필요하지만
불합리한 의료질 평가·지원금 정책 등
역차별 인한 전문병원 참여 갈수록 감소

□무조건 큰 병원 이송? … 119구급대 지침이 골든타임 ‘발목’ 잡아

그 이유는 바로 ‘119 중증 응급환자 이송 지침’ 때문이다. 이 지침에는 급성기 뇌졸중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는 2가지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먼저 현재 119 중증 응급환자 이송 지침에 따르면 급성기 뇌졸중이 의심될 경우 가까운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이송하게 돼 있다.

중증 응급의료환자 중심 진료를 맡는 더 상위기관인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뇌졸중 환자를 이송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의료기관 사정으로 인해 환자를 치료하지 못해 지역의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약 80만건 중 허혈성 뇌졸중 환자 골든타임을 놓쳐 다른 병원에 이송되는 비율은 49.2%나 됐다.

두 번째 문제점을 가진 지침은 ‘병원 이송 전 뇌졸중 선별검사가 양성인 경우 즉각적인 혈전용해 치료가 가능한 지역응급의료기관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이송’하게 돼 있다.

의료기술이 변하고 시대가 바뀌어 현재 뇌경색 치료는 ‘혈관조영실에서 막힌 혈관을 얼마나 잘 개통하는가’ 그리고 ‘뇌혈관 수술이 가능한 병원인가’가 치료의 핵심이다.

이들 지침이 지방에 사는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전원 되는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서울과 경기권의 경우는 병실이나 중환자실 부족 등 ‘시설 부족’으로 인해 타 병원으로 이송되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는 응급수술 및 처치 불가로 전원 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도·농간 의료서비스 불균형이 심하다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이렇듯 단순히 규모가 큰 병원으로 이송하라는 지침이 아닌 빠른 시간에 치료할 수 있을 수 있도록 촌각을 다투는 뇌혈관 질환과 관련해서는 뇌혈관 전문병원을 포함한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으로 이송되도록 바뀌어야 한다.

즉각적인 혈전용해 치료가 가능한 지역응급의료기관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이송이 아닌 뇌혈관 수술이 가능한 ‘뇌혈관관련 인증병원’으로 이송되도록 관련 지침을 개선해야 한다.
 

□문제 개선 방법

먼저 현장에서 119구급대원이 뇌졸중·심근경색을 감별 진단해 적합한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돕는 관제 시스템을 둬야 한다.

다만 이보다 앞서 119구급대원의 훈련과 원격 자문 체계가 마련돼야 하고 구급차에서 심전도검사가 가능하게 하는 등의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

적절한 지원이 있다면 전국 권역심뇌혈관센터가 해당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최소한 급성 심뇌혈관 질환에 대해서는 병원 간 이송에 119구급대가 관여하는 것이다. 관련 법령과 시행령을 보완하면 가능하다.

□전문병원 제도의 현실

뇌혈관전문병원을 비롯한 전문병원이 역할을 다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정책 차원에서 지원이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전국 110개 전문병원 중 서울, 경기권, 광역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방 지역에는 9개만이 분포하고 있다.

지방지역의 전문병원 추가적인 신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의료질평가 지원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규제는 많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질 않는 상황이라 점점 병원들의 전문병원 참여가 감소하는 추세다.

이와 관련 일선 병원 관계자들은 “종합병원급 전문병원 15개가 겪는 의료질평가 평가제도의 불합리한 기준 및 지원금 정책의 개선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환자의 실질적 선택권 결여, 선택 진료의 축소, 과중한 선택진료비 부담, 의료의 질 수준과 관련성 미흡으로 인해 도입한 평가제도가 전문병원이 갖고 있는 질환의 특성을 고려한 질환별에 맞는 적절한 지표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 정책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의료 질 평가 기준 주요내용 중 환자안전 영역(신생아중환자실 여부), 공공성 영역(분만실 운영, 소아중증질환 환자 수), 교육수련 영역 등 평가 분야에서 가중치를 두고 그 병원이 해당되지 못하면 점수를 받지 못한다.

전문병원으로 운영되는 병원은 질환에 특성에 맞게 전문화가 돼 있는 중소병원들인데 정작 기준은 규모가 큰 대형병원들과 같은 평가기준 항목으로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규모에 맞게 의료기관 내의 진료과 및 진료시설의 부재에 따른 제외기준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그로 인해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은 종합병원들은 전문병원이자 종합병원으로 산정되는 수가가 종합병원만 해당하는 수가보다 현저히 낮게 산정되는 역차별 문제를 겪고 있다.
 

‘골든타임 지켜라’ 119 구급차의 모습. /사진제공=에스포항병원
‘골든타임 지켜라’ 119 구급차의 모습. /사진제공=에스포항병원

□전문병원 제도가 겪는 역차별 문제

전문병원으로 운영되는 병원은 질환에 특성에 맞게 전문화가 되어 있는 중소병원들인데 정작 기준은 규모가 큰 대형병원들과 같은 평가기준 항목으로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질환의 특성에 맞게 운영되고 있어 평가요소 중 진료과 및 진료시설의 부재에 따른 제외기준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은 종합병원들은 전문병원이자 종합병원으로 산정되는 수가가 종합병원만 해당하는 수가보다 현저히 낮게 산정되는 역차별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낮은 수가를 받으며 전문병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전문병원이 갖는 의료전달체계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뇌혈관전문병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을 계기로 지역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병원의 노력보다는 지역의 뇌혈관 환자를 위해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할 시기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제도들이 시행돼 위험을 줄이고 더 안정적인 사회 뇌졸중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최근 필수의료 강화 필요성에 대다수가 공감하고 함께 대책을 마련해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려고 하고 있다.

다만 해당 문제는 단기간에 살펴보고 끝낼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으로 나아가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탄탄한 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