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아이들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부르는 동요가 귓전에 맴도는 설날이 다가왔다.

올해는 일요일이라 작은 설이라는 ‘까치설’과 대체공휴일을 더해서 4일 연휴이기에, 10여 년 만의 설날 한파가 예상된다고 하지만 가족 모두 한데 모여 한해의 건강과 풍요를 바라는 덕담을 나누는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음력 정월 초하루는 일제 강점기 때 구정(舊正)이라 했고, 국민 모두 땀 흘리며 일했던 박정희 시절에는 신정·구정 2중 과세(過歲)를 하지 말라고 공휴일에서 제외시켰고 전두환 때인 1985년에 ‘민속의 날’로 지정되었다가 4년 후 ‘설날’ 명절 이름을 되찾아 고향의 부모님 뵙고 가족과 친척의 만남으로 정을 나누는 4대 명절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다.

그러나 세대의 변화로 고유한 민속 명절로서의 가치와 풍습을 이어나가려는 기운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하다.

‘설’이라는 어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새해가 되니 ‘낯설다’, 묵은해를 보내니 ‘서럽다, 섧다’, 한 해의 시작이니 몸과 마음을 ‘사리다’, 새로운 기운이 ‘서다’ 등이 있지만, 새해를 맞아 마음을 곧게 가지고 몸에 새로운 기운을 서게 한다는 뜻에 설날의 의미를 찾고 싶다.

정월 초하루이기에 원일(元日) 원단(元旦) 등 처음이라는 뜻을 많이 쓰지만, 신일(愼日) 달도(<601B><5FC9>) 등 삼가고 조심하자는 것도 있으니 마음가짐을 평온하게 하고 매사에 신중하는 삶의 자세로 설날을 맞이하자.

올해는 코로나 방역 조치 해제 후 첫 설 연휴이니만큼 교통 정체가 심할 것이 예상되지만, 버스·철도·항공기·연안여객선 등 교통수단을 증편 운행하고 고속도로 통행료도 4일간 면제한다고 하니 즐거운 마음으로 느긋하게 고향을 찾아 가족의 안위를 묻고 사랑을 전했으면 좋겠다.

설날 아침, 고운 설빔으로 갈아입고 정성껏 차린 음식으로 차례(茶禮)를 지낸 후 웃어른께 세배드리고 세뱃돈과 함께 안녕과 건강을 바라는 덕담(德談)을 주시면 그 속에 가족의 훈훈한 정과 따뜻한 마음을 담아보는 것도 설날의 행복이다.

그리고 둘러앉아 떡국을 먹으며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

긴 가래떡 맛있게 먹고 구들목에 둘러앉아 윷놀이도 하다가 밖으로 나가 남자애들은 제기차기 딱지치기하고 아가씨들은 널뛰기하며 담장 너머를 살피기도 했었다.

어른들은 들판에서 하늘 높이 연을 띄워 액운을 날려 보내기도 했지만 이제 사라져가는 우리 민족의 자취일 뿐, 요즘은 보기 어렵다.

설날 새벽에 복조리 장수의 외침에 일어나 대나무로 만든 복조리를 몇 개 사서 부엌 기둥에 묶어두었던 추억이 있다. 지금 그 풍경은 사라졌지만 예쁜 끈으로 묶은 장식용 복조리를 사서 문간에 걸어두어야겠다.

새해 첫날 새벽에 처음 듣는 짐승의 울음소리로 한해의 길흉을 점치는 청참(聽讖) 풍습에는 까치 소리를 들으면 길하고 까마귀 소리는 흉조라 하니, 고운 댕기 들이고 예쁜 설빔 차려입은 손자 손녀에게 세뱃돈 던져주면 할배 할매 부르며 깔깔대고 안겨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족의 행복을 가져오는 까치 소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