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이 급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뇌혈관 조영술을 하고 있다. /에스포항병원 제공

뇌출혈·뇌경색과 같은 뇌혈관질환은 우리에게 예고 없이 찾아온다. 실제로 지난 7월 24일 새벽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현직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당시 해당 병원은 개두술(開頭術: 두개골을 열어 뇌를 노출해 진행하는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신경외과 교수들이 각각 학회와 출장으로 부재중이었다. 이에 간호사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국내에서 실력으로 손꼽히는 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쓰러졌고, 수술할 인력이 없어 다른 병원에 옮겨지는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게 된 사건은 세간에 큰 충격을 줬다.

뇌혈관질환은 골든타임과 관련해 사망률이 높은 중요한 질환이다.

질환의 특성상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으며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지역 내 병원, 빠른 시간 내에 표준화된 일련의 치료 과정이 가능한 병원, 초급성기 치료 이후 뇌졸중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진 병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연 우리가 아는 소위 모든 대형병원들이 이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급성 뇌졸중 질환의 특성에 맞게 난도 높은 의료행위를 하고 있을까.

본지는 급성뇌졸중치료를 위한 뇌혈관전문병원의 역할과 전망, 앞으로 변화가 필요한 제도 등에 대해 짚어보도록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급성뇌졸중치료를 위한 뇌혈관 전문병원의 역할과 전망
2. 뇌혈관질환 ‘골든타임’ 병원 전 단계 환자이송에 달렸다
3. 전문병원 제도의 현실과 문제점
4. 뇌혈관질환 ‘골든타임 지키려면’ 뇌혈관 전문병원 활용이 답이다

 

대형병원 간호사 근무 중 뇌출혈 사망으로
필수의료 강화 중장기적 대책 마련 목소리

초응급치료 가능한 55곳 중 43곳 대도시에
지방 환자 골든타임 내 치료 현실적 어려워

복지부 문제해결 위해 ‘전문병원제도’ 도입
뇌혈관 전문 포항·서울·대구·청주 4곳 지정

2021년도 연간 수술 최대 800건 이상 달성
규모 작지만 실력 상급병원 비교 손색 없어

지난해 포항서 전문병원 첫 관련 학술대회
거점병원 성장, 의료불평등 해결사 기대감

□ 준비된 뇌혈관 전문병원의 필요성 대두

보건복지부는 해당 사건 발생 이후 서울아산병원에 대한 진상조사를 펼쳤고, ‘간호사 사망사건 당일 수술가능 의사 2명이 휴가 등으로 모두 부재했지만, 조사결과 의료법상 위법사항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은 필수의료 강화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이후 복지부는 지난해 9월 필수의료 TF를 구성해 의료계 30여 개 기관 및 단체, 학회 의견을 수렴하는 등 필수의료 지원대책 마련을 추진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8일 공청회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필수의료 지원대책에는 △전국 14개 권역심뇌혈관센터 재평가 후 재지정 △질환별 전문의 병원 간 순환교대 당직제 가동 △분만 관련 센터, 권역·지역 모자의료센터로 개편 △응급·중증·분만·소아분야에 공공정책수가 적용 △분만 지원 위해 취약지역수가와 인적·안전 정책수가 도입 △지방병원·필수과목 전공의 배치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혈관질환을 포함한 필수의료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같은 초응급 뇌혈관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전국 뇌혈관센터 55곳의 78.2%(43곳)가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편중된 것은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 중소도시 간의 의료서비스 격차가 크게 벌어져 지방에 사는 사람은 골든타임 내 응급 뇌혈관질환 치료를 받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전국에 위치한 뇌혈관 전문병원

김문철 에스포항병원 대표원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급성 뇌경색의 치료는 최신 추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급성 뇌경색 치료는 진단 후 신속하게 정맥을 통해 혈전용해술을 시행한 후 신경학적 후유증에 대한 ‘재활 치료 중심’이었으나, 현재 빠른 시간 내에 혈관조영실 인터벤션을 통해 막힌 혈관을 얼마나 빠르게 뚫어 잘 개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술이 빠를수록 환자의 일상생활 회복 수준을 올릴 수 있고 합병증 역시도 최소화할 수 있다.

급성기 뇌졸중은 촌각을 다투는 질환인 만큼 병원에서 지체없이 진단과 치료가 바로 이뤄져야 한다. 치료가 불가능해 전원을 해야 한다면 심각한 장애를 남길 수 있는 질환으로 혈전제거술과 혈관성형술 등 뇌혈관 내 중재치료(Intervention)를 모두 시행할 수 있는 기관으로 이송되어야 한다.

그 밖에, 뇌출혈에 대한 수술 치료와 뇌경색 이후 오는 중증 뇌부종을 치료하기 위한 고난도 뇌수술에 대한 부분도 고려된 뇌혈관센터 체계가 필요하다.

뇌혈관센터가 응급 뇌혈관질환 발병부터 최종 치료를 위해 준비된 병원이라면 이 모든 치료 체계가 구축된 곳이어야 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역량 있는 중소병원을 양성하고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기여하기 위해 분기별 심사를 통해 ‘전문병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뇌혈관 전문병원은 총 4곳으로 에스포항병원(경북 포항), 명지성모병원(서울), 굿모닝병원(대구), 효성병원(충북 청주)이 지정돼 있다.

이들 병원은 뇌혈관 분야에서 모든 치료 체계를 가진 최적의 의료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전문화와 특성화를 통해 난도 높은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

또한 이들 4곳 뇌혈관 전문병원의 2021년도 수술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병원들은 연간 최소 300건에서 최대 800건 이상의 뇌혈관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위 빅5 병원보다 규모는 작지만, 실력은 상급종합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에스포항병원에서 전문병원 최초 분야별 학술대회인 뇌혈관 전문병원 ‘제1차 학술대회’가 진행됐다.  /에스포항병원 제공
지난해 에스포항병원에서 전문병원 최초 분야별 학술대회인 뇌혈관 전문병원 ‘제1차 학술대회’가 진행됐다. /에스포항병원 제공

□ 뇌혈관 전문병원의 역할과 전망

그동안 뇌혈관 전문병원들은 지역 내에서 환자들이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들에 쏠리는 것을 방지하고 의료전달체계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여 전문병원으로서 전문화와 특성화를 이끌어 내고자 노력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말쯤에는 1박 2일의 일정으로 전문병원 최초 분야별 학술대회인 뇌혈관 전문병원 ‘제1차 학술대회’가 에스포항병원에서 열렸다.

전국 4곳의 뇌혈관 전문병원들은 뇌혈관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다양한 임상적 접근과 최신 지견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지속적인 교류를 약속하며 뇌혈관 전문병원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약속하기도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문병원은 기능적인 역할 뿐 아니라 지역 내에서 뇌혈관질환을 책임질 수 있는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며 “그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치중되어 있는 의료구조는 불평등을 지역별로 해결해 낼 수 있는 것은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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