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파리의 밤을 더욱 아름답게 해주는 불 밝힌 에펠탑.

가본 사람은 물론이고, 심지어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안다. 프랑스 파리는 ‘낭만’이라는 단어로 요약되는 도시다.

거길 찾는 여행자들은 환하게 불 밝힌 에펠탑 아래서 이른바 ‘인생사진’을 찍고, 센 강 위를 유유히 떠가는 유람선에서 에디트 피아프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샹송을 듣는다.

남녀와 노소를 불문하고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파리. 기자 역시 6년 전쯤 일주일간 파리에 머물 때 어디선가 좋은 향기가 풍겨오는 노천카페에 앉아 순수했던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가곤 했다.

파리는 또한 영화와 문학의 도시다. 그래서다. 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은 일생 한 번쯤은 파리 거리를 목적 없이 떠도는 여행자가 되고 싶다.

10대와 20대 시절 읽었던 장 폴 사르트르와 알베르 카뮈의 문장이 탄생한 곳. 그 작가들이 앉았던 카페에 들어가 서툰 프랑스어로 커피를 주문해보는 치기도 파리에선 부끄러울 게 없을 것 같다.

영화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프랑수아 트뤼포와 한국 영화팬들에게도 익숙한 뤽 베송과 레오 카락스 감독 또한 파리가 주요 활동무대였다. 영화 ‘퐁네프의 다리’에 등장하는 장면을 흉내 내는 연인들이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물하는 도시.

빛나는 예술만이 아닌 화려하고 맛있는 요리, 세련된 건축물,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박물관들, 홍세화가 말한 바 ‘톨레랑스(관용)’ 역시 매력적인 프랑스 파리의 관광자산이다.
 

세계적 박물관·노천카페·품격 높은 음식 등
역사·영화·문학의 도시다운 ‘낭만' 그 자체
화려한 조명으로 불밝힌 에펠탑 야경도 장관

퐁네프 등 30여 개 다리로 연결된 센 강 따라
유서깊은 건축물·독특한 현대건물 감상하는
매력적인 유람선 투어는 여행자들 필수코스

□ 낮보다 밤이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

거대함 속에 미세한 매력을 곳곳에 숨긴 파리를 ‘나무위키’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로 경제, 문화, 정치, 외교 등 많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도시다. 유럽연합의 핵심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의 수도이며, 런던에 이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등과 함께 유럽에서 손꼽히는 금융 허브다. 게다가 파리는 오랜 역사에서 비롯되는 예술과 패션과 유행의 도시로 첫 손에 꼽히는 곳이며,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별명이 빛의 도시다.”

여행자들에게 안전은 매우 중요한 문제. 위험한 나라나 도시는 제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선뜻 방문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파리는 어떨까.

관광 안내책자가 ‘이 지역은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 곳만 피한다면, 파리의 어떤 거리를 걸어도 그다지 큰 위험을 느끼지 못한다.

여행자들이 자주 찾는 몽마르트르 언덕과 루브르 박물관 등 유명 관광지에선 좀도둑 정도를 조심한다면, 미려한 조각품 같은 건물들이 즐비한 파리 어느 곳이건 마음 놓고 다녀도 무방할 듯했다.
 

어둠이 내린 센 강 위에 떠있는 유람선들.
어둠이 내린 센 강 위에 떠있는 유람선들.

환한 햇살 아래 만나는 파리는 재론의 여지없이 아름답다. 하지만, 개인적 체험에 근거해 말하자면 ‘그 도시’ 파리는 낮보다 밤이 더 매혹적이다.

파리에 도착한 첫날. 저물 무렵 에펠탑을 보러 갔다. 우편엽서에 인쇄된 사진과 그림으로 수백 번 봤기에 낯설지 않았지만, 실제로 대면하니 그 크기와 높이가 굉장했다.

어둠이 조금 더 짙어지자 연한 주황색 조명이 에펠탑을 환하게 밝혔다. 인종과 국적이 각기 다른 연인과 관광객들이 탑 아래서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여러 번 연출됐다. 말 그대로 ‘낭만적’이었다. 그런 분위기라면 없던 사랑도 생길 것 같았다.

프랑스관광청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제작된 첫 삽화엽서의 앞면을 장식한 게 바로 에펠탑이었다고 한다. 작가의 이름을 딴 리보니(Libonis) 엽서는 우체국이 있던 에펠탑의 2층에서 제작됐다고.

수십만 부가 인쇄된 그 엽서로 인해 프랑스 전역에서 가족과 연인들을 이어주는 ‘엽서 열풍’이 불었다고 하니, 그때나 지금이나 에펠탑은 서로를 향한 마음이 식어버린 연인들의 애정을 다시금 부활시키는 병원 역할까지 하고 있는 듯.

파리에서 보낸 첫 밤. 기자를 포함한 한국인 셋과 아랍인 하나가 모여 에펠탑 인근 소박한 식당에서 포도주를 곁들여 늦은 저녁을 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빵맛이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오밀조밀 파리의 맛집이 모여 있는 고풍스런 동네와 거길 지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 이파리….

그것들을 보고 있자니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가 주연한 영화의 제목이 절로 떠올랐다.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파리 개선문 주변 풍경.
파리 개선문 주변 풍경.

□ 센 강 유람선서 맞이한 ‘바람의 맛’은…

수많은 소설가와 시인, 화가와 음악가 등이 사랑한 도시 파리는 그 외 유명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한때 영국의 왕세자비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서른여섯이란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다이애나 스펜서도 파리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 도시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파리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방문코스 중 하나인 센 강 유람선 선착장은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사망한 터널에서 가깝다. 비극과 낭만이 겹치는 미묘한 공간이다. 물론 프랑스 외 다른 나라에도 강물을 가르며 떠가는 유람선이 드물지 않다. 하지만, 센 강 유람선은 그 위상이 여타 유람선을 압도한다. 그 이유가 뭘까? ‘두산백과’는 유람선이 오가는 센 강의 매력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파리 센 강변에는 프랑스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서 깊은 건축물과 현대에 지어진 다양하고 독특한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낸 이 조화는 파리의 역사와 그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 센 강은 퐁네프와 퐁디에나를 비롯해 30여 개의 크고 작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센 강 유람선에 올랐던 날이 아직 기억에 선명하다. ‘예술품’이라 부르는 게 더 어울릴 다리 아래로 유람선이 떠갈 때 본 고딕양식의 성당들, 까마득한 중세시대에 축조된 건물들이 수백 년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고 우뚝 선 모습들은 파리가 여행자에게 주는 선물 같았다.

어떤 관광객은 유람선에 오르면서부터 내릴 때까지 그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고, 또 다른 취향의 여행자는 그저 말없이 검은 강물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 강의 끝에서 불어온 바람이 코끝을 간질였다. 유람선에 오르기 전 마신 맥주 두어 병의 취기가 갑자기 몰려왔고, 요절한 왕세자비의 얼굴이 물결 위에 그려졌다.

인간의 삶 속에 존재하는 ‘낭만’과 ‘비극’이란 대조적인 두 단어를 곰곰 생각하니, 바람의 맛이 달콤하면서도 쓰디썼다.
 

거리에서 바이올린의 연주하는 소년 예술가.
거리에서 바이올린의 연주하는 소년 예술가.

□ 거리에서 만난 파리의 예술가들

예기치 않게 찾아와 오랜 기간 사람들을 괴롭힌 코로나19의 광풍은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의 숫자를 줄였고, 그 도시의 매력에 목말라했던 여행자 역시 줄어들게 만들었다.

프랑스도 다른 나라들과 다를 바 없이 ‘코로나19 사태’로 큰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어떤 비극에도 끝은 있는 법. 얼마 전부터는 파리 시내와 관광지가 다시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 여행사는 최근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10월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을 조사·발표했다. 그 조사에 따르면 “추석 연휴와 개천절, 한글날 등 대체 휴일이 있는 올 가을의 경우 유럽과 지중해, 튀르키예 등 장거리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10월 한국을 출발하는 해외여행에서 예약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지역 1위는 서유럽. 알다시피 프랑스 파리는 서유럽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파리를 여행했던 때. 쉽게 잊히지 않을 몇몇 순간을 경험했다. 지하철역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던 악사가 들려준 맑고도 구슬픈 멜로디, 몽마르트르 수많은 무명화가들의 화사한 붓질, 개선문 건너편 광장에서 바이올린을 들고 환하게 웃던 소년…,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는 온갖 종류 악기를 연주하는 거리의 예술가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그들과 다시 해후할 날을 기다리는 가을의 초입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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