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새미래’ 두 번째 모임 가져… 의원 50여명 참여
안철수 주 1회 토론회… 전체 절반 참석 ‘정책 의총’ 방불
권성동 ‘원톱’으로 조명 받아… 정진석·나경원 워밍업 중

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이 물밑에서 불붙고 있다. 특히 유력 주자들이 지지세 형성과 세과시를 위해 만든 공부 모임이 당권경쟁의 시금석이 되고있다. 실제로 이준석 대표의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 이후 당이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이 일제히 의원 모임을 띄우며 세몰이에 나서고 있어 그런 심증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이 대표의 직무는 정지됐더라도 지위 자체는 유지되는 상황이라 당장 조기 전대국면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수사 결과 발표 등 이 대표의 거취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차기 당권 주자들의 몸풀기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은 13일 오전 자신이 주도하는 공부 모임 ‘혁신 24 새로운 미래’(새미래) 두 번째 모임을 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의 초청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모임에는 40여명 안팎이 참석한 것으로 주최 측은 집계했다. 모임에 참여하는 의원은 5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 당권주자 중 한 명인 안철수 의원이 전날 연 토론회에도 의원 40여명이 참석했다. 안 의원은 이후에도 주 1회꼴로 토론회를 열고, 과학기술 발전, 감염병 대응, 연금개혁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틀 연속 열린 의원 모임에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의원들이 각각 참석하면서 의원 공부 모임이 아니라 ‘정책 의원총회’를 방불케 한다는 말도 나왔다.

또 다른 유력 주자인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직위상 의원 모임 등을 주도하진 않지만, 당의 ‘원톱’으로 전면에 나서 쏟아지는 조명을 한 몸에 받는 한편 ‘윤심(尹心)’ 쟁탈전에서도 한발 앞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 정진석 국회 부의장도 공부 모임을 준비 중이고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출마를 검토하는 등 당권 도전에 대비한 워밍업이 가속화하고 있다.

아직은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가 시작되지 않았기에 당권 주자들이 서로 견제하기보다는 서로 모임에 참석해서 축사를 하는 등 ‘품앗이’에 나선 양상이다.

안 의원은 이날 김 의원 주최 모임 참석 후 기자들에게 “어제 김기현 대표가 저의 모임에 와주시고 마침 김광두 교수님 저랑 오랜 인연이 있는 분이시고 정말 통찰력 있는 분이어서 말씀도 듣고 인사도 나누러 왔다”며 “모든 의원이 합심해서 당을 안정시키고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은 전날 행사 축사에서 안 의원과의 중학교 동창 사이라는 친분을 내세우면서 “위기만큼 단합을 잘하고 우리의 의지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했으면 좋겠다. 안 의원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권 주자 간 신경전도 나름 치열하다. 김 의원은 전날 토론회 후 페이스북에 안 의원을 향해선 “당적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고, 자신에 대해선 “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켜온 뿌리 정신”을 언급했다. 안 의원과 자신을 각각 ‘굴러들어 온 돌’과 ‘박힌 돌’로 대비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앞으로 전당대회가 열릴 것이 확실시되면 당권 주자 간 신경전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대표는 지난 8일 징계 이후 닷새가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무대응 모드 속에서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무등산 등반 사진과 함께 “정초에 왔던 무등산, 여름에 다시 한번 꼭 와봐야겠다고 얘기했었다. 원래 7월에는 광주에 했던 약속들을 풀어내려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는데 광주시민들께 죄송하다. 조금 늦어질 뿐 잊지않겠다”고 썼다. 그는 이후 목포를 거쳐 제주도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 안팎에서는 이제 그만 윤리위 결정을 수용하라는 목소리가 여전하지만, 이 대표 입장에서는 징계 수용이 경찰 수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침묵 속에 잠행을 이어가리란 전망이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