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큐레이터 박경숙씨
1980년대 젊은 미술가들
작품·추억 풀어낸 책 출간
지역 현대미술 발전 이끈
향토미술회·청년작가회
역할과 의미 등 기록 눈길
“예술사 자료 가치 깨달아
후배들 배움 도움됐으면”

박경숙 씨
박경숙 씨

포항지역에서 38년 간 화가,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박경숙(59) 씨가 1980년대 지역 젊은 미술가들이 활동했던 시절의 작품과 추억들을 인문학적인 내용으로 풀어낸 책 ‘since 1981, 그때 그림 그 사람’을 펴냈다.

이 책은 1980년대 ‘청춘’ 미술가들의 고민이 담겨 있는 예술적 이야기와 어렵게 수집한 자료들로 엮어 눈길을 모은다.

책은 원색 화집처럼 작품 평을 위주로 하지 않고 1980년대에 살아왔던 청년들의 화가 시절, 그림으로 인해 낭만과 행복이 함께하던 시절을 인문학적 향기를 가미해 모두의 이야기책으로 꾸몄다. ‘청춘’ 미술가들이 직접 회상한 글들과 작품에 숨은 이야기, 함께 했던 주변 인물들과 문화예술 환경 등의 내용도 실려 있다.

박 씨는 “평소, 과거 예술사에 대한 인문학적 가치가 있는 자료들을 모으고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1980년대의 청춘 미술가들이 활동했던 이야기와 당시의 미술사를 엿볼 수 있는 환경을 기록해 놓음으로써, 풍부하지 않은 지역 미술 인문학에 보탬이 되고자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씨는 또 “먼 훗날 까마득한 후배들이 한 번쯤 우리 지역 미술사를 알아가는 데 참고 역할이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단지, 숙지하기 위한 딱딱한 연도별 식의 사료 책이 아닌 흥미로운 사료 책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다. 즉, 풍경 속에 내재된 작가들의 사연, 고생스러웠던 화가 수업기, 잊힌 화단의 사람들 등의 기억들을 스케치 하듯 ‘착한’ 단어로 옮겨 놓았다.

‘since 1981. 그때 그림 그 사람’ 표지.
‘since 1981. 그때 그림 그 사람’ 표지.

포항지역은 1980년을 기점으로 현대미술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발전돼 왔다. 그 중심에는 1981년에 창립한 ‘포항향토미술회’가 있었다. 1980년 이전의 포항 화단은 3~4명의 자연주의 사실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초보적인 화단을 벗어나지 못했다. 포항향토미술회 회원들은 1970년대 한국근대화를 앞당긴 포스코가 건립되던 시기에 소년기를 보냈다. 그리고 각자 어렵게 미술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대거 정착하면서 지역 현대미술 발전의 신호탄이 돼 미술문화를 확산시켰다. 이들은 다양한 미술의 경향을 선보임으로써 현대미술 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갔다. 이후 1988년 포항청년작가회를 재결성해 지역 중심 미술 단체로 이끌어 왔고, 지역 하드웨어적인 미술 기반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1980년대의 젊은 미술가들의 활동들과 사연들은 고스란히 지역 현대 미술사가 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981년을 기점으로 지역 미술계엔 수많은 작가가 존재했고 동시에 수많은 작가가 잊혔다. 현재 1980년대에 활동했던 당시의 청년작가들은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이번 책에 소개된 인물들은 ‘포항향토미술회’와 ‘포항청년작가회’ 창립에 노력한 인물, 그리고 현재까지 미술계에서 활동하거나 작고한 청년미술가들 위주다. 또 지역 근대기의 문화환경이 스케치하듯 소개돼 소소한 재미를 더해 준다.

박경숙 씨는 포항 출신으로 포항대백갤러리 큐레이터, 포항시립미술관 학예사로 활동했으며 현재 서양화가로서 박경숙아트연구소장. 다락방미술관 대표로 활동하며 포항지역의 근대문화예술사 자료 수집과 인문학적인 내용의 기록 작업을 펼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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