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사고의 놀라운 역사’
슈테판 클라인 지음
어크로스 펴냄, 인문

인간의 창조적 사고는 예나 지금이나 커다란 수수께끼다.

인공지능이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창조적 사고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창조성을 모차르트, 피카소, 아인슈타인 같은 인류의 위대한 지성들에게만 주어지는 남다른 능력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최신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창조성은 몇몇 선택받은 사람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재능이 아니다.

독일의 과학저술가 슈테판 클라인은 최근 펴낸 저서 ‘창조적 사고의 놀라운 역사’(어크로스)에서 인간의 창조적 사고가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석기시대부터 인공지능 시대까지 인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흥미롭게 탐구한다. 330만 년 전의 인류가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었음을 증명한 로메크위의 석기 유적지부터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소를 거쳐 에이다 러블레이스와 앨런 튜링, 알파고로 이어지는 새로운 지능의 탄생까지, 경이로운 창조의 궤적을 좇으며 그 기념비적 순간을 만든 우리의 뇌는 어떻게 진화하고 작동했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이 책에서 그는 뇌과학과 고고학, 인지과학의 최신 연구들을 인용하며 몇몇 천재들의 번득이는 영감이 역사를 바꿨다는 통념을 뒤집는다. 그리고 창조적 사고는 뇌와 뇌, 사람과 사람, 지식과 지식이 연결될 때 비로소 발현되는 것임을, 교류와 협력이 창조성의 근원이며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동력임을 강조한다.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됐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는 현생인류,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의미의 호모사피엔스의 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창조적 사고가 가능했다고 여기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능은 호모사피엔스에 이르러 비로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슈테판 클라인은 고고학자 소니아 아르망과 함께한 탐사를 통해 이러한 편견을 깬다.

2015년 소니아 아르망이 아프리카 투르카나호 인근 로메크위 지역에서 발굴한 뗀석기 유물은 약 330만 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밝혀져 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기존의 유물보다 100만 년 가까이 앞서 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유물은 호모사피엔스 훨씬 이전의 인류도 좀 더 나은 도구를 만들기 위해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슈테판 클라인은 독자들에게 ‘커다란 뇌’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한다. 그는 호모사피엔스의 위대한 업적은 협력할 줄 알고, 좋은 아이디어가 공동체에 지속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하며, 인류의 발전을 이끈 창조적 사고는 ‘커다란 뇌’가 아닌 ‘집단적 뇌’에서 나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집단적 뇌는 우리가 무엇이든 온라인으로 배울 수 있는 시대에도 굳이 대면 수업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서로에게서 배울 줄 알게 된 것, 다른 사람의 발명을 모방할 줄 아는 것이 인간에게 일어난 첫 번째 사고 혁명이라고 슈테판 클라인은 말한다. 창조적 사고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이다.

슈테판 클라인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역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에 빚지고 있다고 말한다. 항해를 떠날 때 콜럼버스의 손에는 천문학자이자 출판업자인 레기오문타누스가 펴낸 ‘천체위치추산표’가 들려 있었다. 이런 수단이 있었기에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엄두가 났던 것이다.

기계가 인간보다 빠르게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세상에서, 슈테판 클라인은 지금껏 창조적 사고를 가능하게 했던 교류와 협력과 더불어, 무엇이든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삶의 자세가 진정한 창조성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기계가 인간보다 빠르게 해결책을 모색하는 세상에서 저자는 지금껏 창조적 사고를 가능하게 했던 교류·협력과 더불어 무엇이든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는 어린아이와 같은 삶의 자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조성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류 발전의 실체인 ‘창조적 사고’와 ‘집단적 뇌’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거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