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일 DGIST 연구부총장

평생 로봇 산업발전 위해 노력
10여종 산업용 로봇 개발해 상품화
2010년 DGIST로 오면서
로봇학과 만들고 핵심프로젝트화
대구 미래산업 기반 구축 가장 뿌듯
자동차는 더이상 기계산업 아냐
자율·전기수소차로 구조 개편해
로봇·인간 공존 도시발전 이뤄야

4차 산업혁명시대, 기술 융합의 최종 결론은 로봇이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의 아베 전 총리 등 세계의 지도자들이 모두 로봇을 활용해 경제를 부흥하겠다고 선언했다.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 5G 등 첨단 기술이 융합된 로봇이 농업에서부터 의료와 국방 등 전 산업에서 혁명적 발전을 이끈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그런 세계적 추세에 우리나라도 동참한 결과가 대구의 로봇산업 기반조성이다.

문전일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부총장은 로봇을 대구의 미래 산업으로 굳힌 주인공이다. 그는 대구의 자동차 부품 산업도 기계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전자 중심으로 개편돼야 하며 미래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 DGIST(디지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부총장 겸 융합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DGIST와 지역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대학은 지역에 봉사하고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교육시키지만 강제로 지역 기업에 배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대신 교원들의 연구 성과를 기업 매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 상용화로 기여하고 있다. 대학의 연구 결과를 지역 기업이 활용하면 연구원으로서는 그만큼 지역에 기여하는 것이 된다.

그동안 경북대 등에 의존하던 대구시의 많은 사업들을 디지스트가 떠맡게 된 것이 변화일 것이다. 특히 대구가 물과 의료 미래형자동차 에너지 등과 함께 로봇산업을 대구의 신산업으로 설정한 것은 디지스트의 적극적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앞으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열리고 주위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디지스트가 경북도와의 협력도 확대해 나갈 것이다.

- 디지스트의 연구본부장 시절 2020년까지 국가 최고수준의 기술사업화와 상용화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한국 이공계 대학 평가에서 5년 연속 특허출원 1위(2017 ~2021)를 기록했다. 특허는 차별화된 기술사업화와 상용화 실현의 근간이기도 하다. 그만큼 전방위적으로 창업 및 육성 지원을 통해 전국 대학중 상위권 성과를 내고 있다. 또 2018년 대구지역 대학 최초로 기술이전 수입 연 20억원을 달성했다. 누적 기술이전 수입금과 건수의 60% 이상이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지역기업의 기술 상용화와 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것이다.

- 로봇공학자로서 지난해까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을 맡으셨다. 로봇산업의 세계적 추세와 전망을 어떻게 보나.

△선진 강국 대부분 국가들이 로봇을 활용한 제조혁신을 선언하고 이를 통해서 경제부흥을 이루고자 정책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국내외 선도 기업들도 로봇 부문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추세다.

- 우리나라가 세계4대 로봇 강국이 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로봇 산업의 현황과 세계 속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의 로봇 산업 생산 규모로는 5위 수준이다. 생산으로는 미국 일본 독일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다. 로봇 산업의 매출은 10조원 규모이지만 생산액으로는 7조원 정도다. 인구 1만명당 로봇 사용대수는 1~2위를 다툰다.

우리나라가 4대 강국이 되려면 미국을 뛰어넘어야 한다. 가치 사슬 측면에서 보면 후방산업인 소재 부품 등은 일본과 독일이 앞서 있고 미국은 기술 분야, 즉 서비스를 위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선도하고 있다. 로봇을 활용한 전방산업(로봇 시스템, 로봇 서비스 등)을 선점해 나가면서 소프트웨어 솔루션 같은 후방산업과 로봇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해 가는 전략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 최근 LG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KT 등 대기업들이 신사업으로 로봇 사업에 본격 가세하고 있다.

△결국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매출은 줄어들지만 기업 가치는 올라가고 있다. 로봇 신산업에 대한 기업의 관심을 시장이 인정한 것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과 연계해서 기업의 보유 역량을 기반으로 한 사업다각화에 그 목적이 있다. 그리고 혁신기술과 융합시너지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려는 것이다. 또 기업으로서는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고 정부 정책과 연계해서 미래먹거리를 준비하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고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으면서 기업 환경이 변화하는 데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 로봇산업 진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류로봇이나 돌봄로봇, 웨어러블 로봇의 확산 보급 움직임은 이런 배경을 두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업의 움직임이다.

- 대구가 로봇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대통령이 참석한 유일한 로봇 산업 행사가 대구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로봇산업육성전략’ 발표회에 참석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대구가 로봇 산업의 심장이라고 추켜세우고 로봇산업이 대구의 미래 신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의 로봇산업 사업체수와 생산규모는 전국의 33% 수준(2020년 기준)이다. 수도권(52%)을 제외하면 최대 규모다. 사업체 구성은 산업용로봇 208개, 로봇 부품과 소프트웨어 427개, 로봇시스템 201개, 로봇서비스 477개, 서비스용 로봇 106개 등이다.

- 대구가 로봇산업의 심장으로 인정받는 기반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대구지역의 로봇 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인프라를 비롯한 산업 생태계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왔다. 2010년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대구에 들어섰다. 이어 2012년부터 2017년 로봇 클러스터 구축사업이 완성됐고 로봇시장 창출과 로봇가치사슬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2020년에는 로봇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고 지난해에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를 대구 테크노파크에 유치해 내년부터 2029년까지 본격적으로 로봇 테스트필드 구축사업을 펼 수 있게 됐다.

- 지난해 대구가 유치한 로봇테스트필드는 어떤 의미가 있나.

△로봇 산업으로서는 대단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전국 6대도시가 경쟁했고 특히 서울시가 비싼 땅을 제공해가며 상당히 노력을 했는데 대구가 유치에 성공했다. 대구가 로봇산업 중심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근거가 또 하나 마련된 것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으로 재직 당시 로봇 테스트필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대구가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을 상당부분 닦았다. 그리고 DGIST 차원에서 유치를 적극 지원했다.

- 로봇 테스트필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나.

△기업이나 창업자들이 새로운 로봇을 개발하면 그 로봇을 활용하기 위한 테스트 시스템이 필요하다. 설거지 로봇이 개발되면 로봇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디에 적용할 것인지를 시험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택배를 위한 배달 로봇은 아파트 경비실까지 배달된 물건을 개별 세대 문 앞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 환경의 구축이 필요하다.

또 로봇 테스트필드를 계기로 장차 로봇 서비스 경진대회를 대구에서 개최해야 한다. 또 로봇산업 창업 경진대회를 대구에서 열어 로봇산업의 실질적 중심 기능을 맡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전국에서 참여 기업과 관계자들이 대구의 로봇 테스트필드를 이용하기 위해 대구를 찾게 되고 체류를 위한 숙박과 편의시설의 확장 보급도 뒤따를 것이다.

- 로봇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떤 규제가 있나.

△로봇이 움직이면서 안전 문제가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로봇이 할 수 없게 만든 엘리베이터를 타는 문제, 횡단보도를 건너는 문제 등 제한된 규제를 풀어야 한다. 대구는 로봇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외팔 달린 모바일 로봇이 안전 문제와 관련 없이 대구 전역에서 서비스 실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최근 대한의료로봇학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의료로봇의 진화 현황과 추세,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나.

△의료로봇은 수술과 재활 등 활용과정에서 안전성이 검증돼야 하고 시험과 평가, 임상시험 등 식약처의 인허가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나는 지난 10년동안 의료로봇의 국제 표준화를 위한 한국대표로 활동하면서 의료로봇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꿰고 있다.

대한의료로봇학회가 다루고 있는 로봇의 영역은 재활과 수술 등 전문서비스용 로봇이다. 현재는 의료분야에 로봇 활용을 확산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산업부와 식약처를 중심으로 의료로봇의 안전성과 효과성 확보, 그리고 법과 규제 개선 등 이슈들을 풀어나가고 있는 단계다. 재활로봇을 이용하여 재활치료를 할 때 적정 보험수가를 산정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들과 지속적으로 논의중이며 일부 재활치료에 대해서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지만 보험수가가 점차 현실화 돼가고 있다.

한국 의료계가 보수적이고 브랜드를 좋아한다. 국산 의료용 로봇이 가격이 3분의 1 정도이지만 구태여 미국이나 독일제 의료기기를 들여놓고는 병원에 커다랗게 현수막을 붙여 자랑한다. 의료보험도 되지 않으니 환자들이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다.

- 우리나라 로봇 산업의 문제점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로봇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중국산보다 성능과 내구성은 우위에 있으나 가격경쟁력이 약하다. 유럽산과 일본산에 비해서는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편이다.

또 소재와 부품,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모듈 등 로봇 후방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로봇을 활용한 시스템 구축과 운영, 서비스별로 로봇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구축 등 전방산업 선점에 집중하면서 후방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함께 해서 해결해야 한다. 국무총리실이 중심이 되어 신산업 규제혁신을 주도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로봇산업 규제혁신 로드맵’을 수립해서 추진중이다. 규제 개선과 로봇을 활용한 서비스 활성화를 통해 로봇산업 육성뿐 아니라 서비스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해 나가야 한다.

- 로봇 대통령이라 불렸다고 하더라. 대구와의 인연과 대구의 미래 산업에 대해서도 조언해 달라.

△평생을 로봇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대기업(LG산전)에 있을 때는 ‘돈 되지 않는 연구에 투자만 한다’고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10여 종의 산업용 로봇을 개발해서 상품화했다. 대학에서 로봇학과를 만들고 가르쳤다. 그러다가 2010년 당시 DGIST 이인선 원장의 간곡한 삼고초려에 이끌려 대구에 왔다. 로봇학과를 만들고 로봇 관련 연구조직을 만들고 로봇을 DGIST의 핵심 프로젝트로 만들고 대구의 미래산업으로 끌어올렸다.

한국로봇산업연구원장 시절 해외에 나가서는 원장을 President라 하니 한국의 로봇 대통령이라 불린 것이고 그것이 별명이 됐다.

로봇을 대구의 미래 산업으로 기반을 만든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자동차 부품도시라지만 사실 자동차는 전자와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더 이상 기계산업이 아니다. 대구는 그 기로에 있다. 중소기업 중심의 대구 자동차 부품 산업은 자율차와 전기 수소차로 이행하면서 산업구조가 개편돼야 한다. 로봇 산업은 그야말로 미래 산업이다.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면서 도시와 산업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 문전일(文全一) DGIST 연구부총장 겸 융합연구원장

제주 오현고. 서울대 기계설계학,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로봇제어)석사, 미 시라큐스대학 기계항공공학과(지능제어)박사.
LS산전(구 LG) 중앙연구소장, 임원. 호서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
DGIST연구본부장, 연구부총장, 융합연구원장. 로봇공학전공 교수 겸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원장(2018 ~2021),
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위원회 전문가. 대한의료로봇학회 차기회장(2023~ ).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1984년 석사과정 논문부터 로봇관련 연구를 시작해서 38년째 로봇관련 산·학·연·관을 두루 경험한 한국 로봇계의 대부.
2011년부터 지금까지 DGIST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대구의 로봇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로봇 산업을 대구의 미래 산업으로 구축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로봇관련 개발 기술의 상용화와 상품화가 소신이며 기술을 응용한 로봇기업 창업 육성에도 적극 역할하고 있다.

/이경우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