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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레저스포츠’, 도약의 시대가 열리다

등록일 2022-05-18 19:25 게재일 2022-05-1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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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링 요트가 시원한 바다를 가르며 항해하고 있다. /SOUTHERN WIND

보트쇼(Boatshow) 시대가 개막했다. 올해 3월 ‘경기국제보트쇼’가 열린 후 지난 달 ‘부산국제보트쇼’까지 이어지면서 해양레저시대의 부흥을 예고했다.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경기국제보터쇼에는 3일간, 5만 5천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아시아 3대 보트쇼’로 불리는 경기국제보트쇼는 정부 주최 전시회 중 최초로 국제전시연맹(UFI) 인증을 획득한, 한국 대표 보트쇼다. 올해는 한국낚시박람회와 동시 개최로 취미낚시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부산에서 열린 보트쇼에서는 전시관람과 현장체험행사가 동시에 진행됐다. 해양레저인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 APEC 나루공원의 수영강변에서 무료 보트투어가 열렸다. 업체관계자들의 비즈니스 공간에서 벗어나 해양레저관광의 저변을 확대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부산국제보트쇼 역시 관람객들의 높은 참여로 마리나 일대는 북적이는 인파로 성황을 이뤘다.

소득 3만 불 시대가 열린 이후 해양레저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레저보트(동력수상레저기구) 등록대수는 2007년 2천400여 척에서 2020년 3만대를 기록했다. 레저보트 조종면허를 취득하려는 이들도 급증해, 2020년 신규로 면허를 획득한 인원만 2만 명에 달했다. 모터보트와 요트, 카약과 서프보드 등 기구 역시 다양하다. 많은 이들이 수상레저활동을 위해 바다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수상레저활동 중 으뜸은 서핑이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 서핑 붐이 일면서 여름철 해수욕장 등을 중심으로 서핑객이 몰리고 있다. 부산광역시와 부산관광공사가 실시한 해양레저 체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체험객의 30%가 서핑을 즐기며 요트와 워터플레이그라운드, 패들보드가 그 뒤를 이었다. 체험객 중 60%이상이 20,30대이며 40대가 17%, 10대 이하가 12%를 차지했다. ‘혼자’, ‘수시로’ 즐긴다는 응답도 높았다. 코로나 이후 단체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다만 이 같은 우리의 해양레저활동은 외국의 사례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과거에 비해 늘긴 했지만 수상레저활동을 즐기는 인구는 전체의 16%에 불과하다. 레저선박 1척당 인구비중도 1천788명에 달한다. 이는 미국 25명과 일본 444명과 비교해 낮은 수준으로, 해양레저보다는 해양관광에 방점이 찍힌 결과로 보인다. 우리의 레저문화가 해수욕과 해변경관 감상, 수산물 시식 등으로 아직은 체험활동보다는 관광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다. 소득 3만 불 시대를 열었지만 일상의 문화로까지는 스며들지 못했다.

해양사고도 해양레저활동 저변이 확대되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육상과 달리 수상레저는 역동적인 만큼 사고위험이 높다. 구명조끼착용 의무화와 구명뗏목 사용법 익히기 등의 해양사고예방법이 단골로 등장하는 이유다. 해양레저인 사이에도 아찔한 순간의 경험담이 심심찮게 들린다. 요트 등 레저보트와 일반선 사이의 충돌 위험이 대표적이다. 세일링 요트의 경우 동력이 약해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너울성 파도가 치면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요트가 부산항 인근까지 표류해 항만청 소속 직원의 경고를 들어야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1만5천 TEU 상선의 압도적인 크기에 놀라고, 그렇게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요트체험을 마쳤지만 위험의 공포는 육상과는 결이 달랐다.

실제 레저선박의 사고발생률도 증가 추세다. 2016년 543건이었던 사고 건수는 2020년 923건으로 늘었다. 사상자 역시 5년간 253명을 기록했다. 레저선박의 등록대수와 해양사고발생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큰 폭의 변화는 아니지만 절대 적은 수치도 아니다. 더욱이 인적과실이 대부분의 원인이라 해양레저인들의 해양사고 예방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정현미작가
정현미작가

코로나 팬데믹의 종식으로 해양레저활동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움츠러들었던 여행·관광 수요가 폭발해 산과 들, 바다로 인파가 몰린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발표한 ‘휴양과 레저, 문화가 공존하는 마리나’보고서는 코로나 이후 일상이 된 거리두기가 해양레저활동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부산관광공사가 체험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혼자’,‘수시로’ 즐긴다는 분석과 맥을 같이 한다.

곧 시원한 물줄기를 가르며 해양레저를 즐기는 계절이 올 것이다. 몇 년 째 폐장을 결정했던 해수욕장들도 올해는 미리 분주하게 관광객 맞이에 나서고 있다. 레저 활동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호모 루덴스(유희적인 인간)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체험에 나서는 호모 루덴스는 실제 다양한 창작품을 낳았다. 많은 이들이 해양레저활동에 나서는 근저에는 아마도 호모 루덴스의 에너지를 품고 있기 때문인 것이 아닐까. 코로나에 막혀 있었던 루덴스의 에너지가 올해는 마음껏 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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