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발목 잡기” 공세에
결론 지체 땐 지선 역풍 우려
당내 일각 “인준해야” 주장도
오늘 의총서 진전 있을지 관심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간 대치가 길어지면서 일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지는 벌써 열흘이 넘었지만 인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여야는 인준을 위한 본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힘 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키를 쥐고 있지만, 민주당이 ‘한덕수 불가론’ 우세 속에 지방선거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15일에도 민주당 탓에 새 정부 내각 구성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정동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이른바 ‘발목잡기 프레임’을 앞세워 인준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축사에서 “(민주당이) 매일 발목을 잡아서 원내대표인 제가 요새 밤잠을 잘 못 잔다”며 “국무총리 인준을 해주나 뭘 해주나”라고 비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부결이 꼭 악재로만 작용하는 게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않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에 이어 민주당의 일방 독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이 방해를 받는 구도가 지방선거 국면에서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총리 후보자의 인준을 일관되게 야당에 촉구하고 있다”며 “인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본회의를 신속히 열어 절차라도 진행해달라고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이같은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발목잡기’프레임은 매우 부담스럽다는 반응들이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책임을 물을 때 묻더라도 기회를 주는 게 정치 도리”라며 인준 표결에 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당내에서는 한 총리 후보자가 총리에 적격하지 않다는 여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키를 쥐고 있는 야당이 총리인준에 대한 입장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보니 인준 표결을 위한 본회의 일정 협의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빨리 일정을 잡으라는 국민의힘의 요구 자체가 ‘빨리 인준해달라’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일방적인 요구에 맞춰 성급하게 당론을 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16일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앞두고 열리는 민주당 의총에서는 한 총리 후보자 인준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여기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정호영 복지부 장관의 거취가 현재의 여야 대치국면을 풀 수 있는 키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민주당이 사실상 한 총리 후보자의 인준 여부를 두 장관 후보자의 거취와 연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동훈 후보자와 정 후보자 등의 지명을 철회하면 한덕수 후보자의 인준을 고려할 수 있지만, 둘의 임명을 강행하면 한덕수 후보자도 부결시킬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권이 정 후보자만 낙마시키는 선에서 ‘절충’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야권에서 ‘소통령’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최측근인 한 후보자는 살리되, 정 후보자는 여론을 봐가며 낙마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야가 물밑 접촉 등 소통을 통해 한 총리 후보자의 인준 문제를 조율해야 하지만 16일 여야 지도부 초청 만찬을 제안했으나 이마저도 취소된 상황이어서 소통창구가 마땅치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대로라면 이번 주 내내 한 총리 후보자 인준안 문제가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총리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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