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2일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포항 의과대학 유치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포항시 제공
2020년 8월 12일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포항 의과대학 유치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우리나라는 연구의사들이 부족하다. 백신주권 확보와 제약강국으로의 도약 등을 위해선 대국민 선진의료 체계 구축을 위해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한 상황이다.

포항시에 자리잡은 ‘아시아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은 국내 유일의 3·4세대 방사광가속기,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등 우수한 바이오 관련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인프라 뿐만 아니라 화학, 신소재공학, 기계공학 등 다수의 학과에서 의학·바이오 분야 연구에 몰두하고 있어 공학과 의학이 융합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포항시는 포스텍과 함께 오는 2023년 의과학대학원 설립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 의과대학 유치에 반드시 성공해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 메디컬 장비를 활용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市-포스텍, 연구중심 의대 유치 나서
지역 방사광가속기·Cryo-EM 강점
신약·바이오 연구인프라 잇단 조성도
연구의사 양성의 최적화된 환경 갖춰
연구중심 의대+스마트 병원 결합
바이오신약 R&D 프로세스 가속화
바이오·신약·의료기기 등 인력 양성
자동화 통한 생산성·정확도 개선도

◇ 전국 최악 의료낙후지역 경북의 희망 포스텍

경북지역에서 유일하게 인구 50만명 이상이 살고 있는 포항시는 수십년간 도시규모에 비해 낙후된 의료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대구지역에서 5곳이나 운영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은 전무한 실정이고, 도시규모가 적은 구미, 경주, 영천 등 경북도내 타도시에서 운영 중인 중소형 대학병원 조차 없어 시민들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대구·부산 등 주변 대도시나 대형병원이 몰려있는 서울까지 떠나고 있다. 경북지역의 의료서비스 체계도 전국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치료 가능환자 사망률이 57.8%로 1위, 인구 1천명당 의사 수 1.4명으로 16위, 인구 10만명당 의대정원 1.85명으로 14위에 그치고 있다. 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국토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중증외상 등에 대응하는 응급의료시설까지 평균접근거리가 20.14㎞로 전국에서 15위 수준으로 개선이 시급하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의료환경이 열악한 실정인 경북도와 포항시의 상황 속에서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바이오 분야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빛의 속도로 가속한 전자에서 나오는 밝은 빛(방사광)으로 물질의 미세구조를 관찰하는 거대 현미경이다. 방사광가속기는 영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퍼드대학과 협력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바이러스 구조 분석과 백신 효과 측정 등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지난 6월 포항에 준공된 세포막단백질연구소도 바이오분야 연구인프라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세포막단백질연구소에는 신약개발의 주요한 표적이 되고 있는 세포막단백질의 구조분석이 가능한 극저온전자현미경(Cryo-EM)이 도입돼 방사광가속기와 상호보완적으로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해 독창적인 구조기반의 신약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방사광 가속기는 작은 크기의 단백질을 규명하는데 유리하지만 결정화 과정이 필요한 반면, 극저온전자현미경은 시료의 결정화 과정이 필요하지 않고 시료의 크기가 비교적 큰 세포를 규명하는데 유리한 장비이다. 두 첨단 장비가 상호 보완해 신약 후보물질 도출에 투자되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어, 우리나라 신약 개발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신약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등 타지역에는 존재하지 않는 신약·바이오 분야 연구인프라가 잇따라 조성돼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최적화된 환경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12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사과학자 양성 및 의학교육 혁신’포럼에 참석한 김무환 포스텍 총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지난해 12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사과학자 양성 및 의학교육 혁신’포럼에 참석한 김무환 포스텍 총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 미국 최초 연구중심 의과대학 CICM의 성공사례

포항시와 포스텍은 지난해 11월 미국 현지 방문을 통해 연구중심 의과대학 유치 필요성과 당위성을 재확인했다.

1867년 개교해 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 샴페인(UIUC)’은 2018년 새로운 개념의 의과대학을 설립했다. ‘칼 일리노이 의과대학(Carle Illinois College of Medicine)’로 명명된 이 대학은 ‘의학과 공학의 교차점에 세워진 미국 최초의 의과대학’을 표방하고 있다. UIUC는 시카고에 기반을 둔 자매학교인 시카고 일리노이대학(UIC)이 운영하는 의대 프로그램 및 시스템으로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자체 의대 신설을 추진했다. 2015년부터 개교 준비에 돌입해 당초 2017년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개교 준비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돼 개교가 1년 늦춰졌다. 설립 당시 타의과대학들의 반대로, CICM은 정부 기금 포기에 동의한 결과 Carle병원으로부터 1억달러의 신설기금을 제공받는데 성공했다. UIUC는 CICM 개교가 UIUC가 기존에 강점으로 지닌 엔지니어링과 테크놀로지 분야 고급 인재들에게 의료 과학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의료 장비 개발 및 의학 혁신 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립 당시 초대학장인 킹 리 박사는 “의학과 공학의 융합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유형의 ‘의사과학자’를 양성해갈 것”이라며 “많은 의과대학이 모방해갈 ‘세계 최초’의 커리큘럼을 갖췄다”고 말했다.

CICM은 2018년 1기생으로 32명을 선발한 이후 2019년 32명, 2020년 48명, 2021년 64명의 신입생을 받았고 2021년에는 첫 졸업생을 배출하고 전국 평균 이상의 의사자격증시험 합격률(100%)을 기록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미국 칼 일리노이 의과대학에서 살펴본 선진도시 시스템의 강점과 우수한 사례들을 포항시 정책에 적극 접목해 연구중심의대 설립 유치를 반드시 이뤄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과 지역 경제활성화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구중심 의과대학 유치를 위해 미국 현지를 방문한 이강덕(왼쪽) 포항시장과 김무환(오른쪽) 포스텍 총장이 루크 리 하버드의대 교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연구중심 의과대학 유치를 위해 미국 현지를 방문한 이강덕(왼쪽) 포항시장과 김무환(오른쪽) 포스텍 총장이 루크 리 하버드의대 교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 연구중심 의과대학+스마트병원 결합모델

포항시와 포스텍이 추진하는 연구중심 의과대학의 설립방향은 ‘연구중심 의과대학’과 ‘스마트 병원’이 결합된 모델로 추진된다.

먼저 포스텍 등 대학의 기존학과, 가속기연구소 등 연구기관, 유관기관 및 대기업과의 교육·연구 및 연계를 통해 의과대학·병원과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한다. 또 의료서비스 산업 선진화에 필요한 맞춤형 바이오 전문가 및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바이오헬스 관련 외국 연구기관 및 기업과 연계, 국내외 바이오·인공지능 연구원 등과 협력한다. 바이오 클러스터 중심의 의료부문 신성장동력 과제인 바이오신약·의료기기 개발을 주도하기 위해 바이오신약 R&D 프로세스 가속화와 동시에 바이오, 신약, 의료기기 등 주요 부문별 인력 양성도 함께 추진한다.

스마트 병원은 병원 전체가통신기술을 기반으로 각종 의료기기와 연동해 진료에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고, 이를 토대로 환자에게 신속·정확하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지향적 의료기관으로 노동력 대신 다양한 의료 기기에 의존해 향상된 수술, 자동화된 작업 절차를 통해 생산성과 정확도를 개선한다.

병원에 방문한 환자는 스마트 인식기술과 IoT 기기로 접수, 진료대기, 검사대기, 수납 등 일련의 프로세스를 디지털 시스템으로 제공받으며 진료결과·검사결과·수납정보 등 제공받은 모든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국내 최초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이 현실화 된다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최첨단 공공의료 제공 및 미래형 의사과학자 양성의 허브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에 보다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 마련하고 의료수요 증가와 의료기술 발전의 중심에 공학 기반 ‘연구중심의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