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대가야박물관 전경.

아르헨티나의 작가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는 “만약 천국이 실재한다면 그건 도서관의 모습을 지녔을 것”이라 말했다. 이는 인류가 축적한 지식의 보고라 할 수 있는 도서관이 가진 가치를 평가한 말일 터.

유사한 차원에서 보자면 박물관 역시 인류학적, 역사적, 인문학적 가치가 무엇보다 높은 ‘천국 같은 보물창고’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고령군의 대가야박물관은 고대 왕국의 비밀을 밝혀주는 공간인 동시에 역사학습의 유용한 장소로 이름을 높여왔다. 고령군은 그곳을 새롭게 단장하고 관람객과 만날 준비를 끝냈다고 한다. 대가야박물관은 과연 어떻게 변모했을까?

아래에서 그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한다.

 

2년 준비기간 거쳐 새롭게 재개관

전시공간 확장 더 다양한 유물 전시

상설 전시 등 전체 1만6천여점 소장

대가야왕릉전시관, 발굴 당시 재현

국내 최대·유일 순장 왕릉 전시관

실물 크기 무덤 들어가 생생한 체험

가야금 테마 박물관 ‘우륵박물관’

전통 악기·음악에 대한 자긍심 가득

‘AR 도슨트’ 등 온라인 관람 추진

 

대가야왕릉전시관의 내부 모습.
대가야왕릉전시관의 내부 모습.

◆고대왕국 대가야의 진면목을 보여주다

고령 지역에서 박물관의 역사는 지산동 44호분, 45호분 발굴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게 보편적 시각이다. 그 발굴의 성과로 잊혀져가던 나라인 동시에 ‘신비의 고대국가’로 불리던 대가야의 존재가 세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언급한 고분은 삼국시대의 장례 풍습인 ‘순장(殉葬)’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조사 성과를 정리해 1980년 향교 인근에 대가야유물전시관이 건립됐다. 그게 고령에서 박물관이 시작된 출발점이다.

이후 지난 2000년 지산동 고분군의 남쪽 기슭에 대가야왕릉전시관을, 2005년에는 대가야역사관을 건립하면서 명실상부 대가야박물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이어 2006년에는 우륵박물관까지 개관하면서 이 지역은 ‘대가야 역사 전문박물관’으로 자리 잡았다.

고령 지산동 고분군과 대가야를 비롯한 고령의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를 총망라한 전시물을 볼 수 있는 곳이자, 유적과 유물을 한곳에 모은 박물관, 전시 유물을 보며 해설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대가야박물관이다.

이런 장점은 초중고교 학생들을 포함해 대학생, 일반인들에게까지 각광받는 이유가 됐다. 그런 까닭에 대가야박물관은 개관 후 10여 년 동안 연간 2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왔고, 지자체에서 설립한 공립박물관으로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게 됐다.

 

대가야박물관의 전시물들.
대가야박물관의 전시물들.

◆‘제2의 도약’ 꿈꾸는 대가야박물관

대가야박물관이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새롭게 재개관한다. “기존 박물관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보다 넓게 확장된 전시 공간에서 더욱 많은 유물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고령군청은 설명한다.

박물관 개관 이래 고령 지역에서는 많은 유적과 다양한 유물들이 발굴됐다. 이번 개편에서는 고령에서 발굴된 새로운 유물이 대거 소개될 예정이다.

‘고령의 선사에서 근대까지’라는 기본 틀을 바탕으로 지산동 73~75호분 유물부터 최근 조사된 지산동고분군 재난방지유적까지가 그 범주다. 그렇기에 흙방울부터 각종 토기, 기와 등 시기를 망라한 유물들이 전시된다. 고대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정보다.

현재 한국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첨단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전시와 교육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대가야박물관 역시 그런 흐름에 맞춰 홈페이지 개선을 통해 접근성을 강조하고 있다. “상설전시실, 대가야왕릉전시관, 우륵박물관의 전시물을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고, 특정 유물은 ‘AR 도슨트’를 활용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는 게 고령군의 부연.

 

고령군 우륵박물관.
고령군 우륵박물관.

◆고령에서는 어떤 유물이 발굴됐을까

대가야박물관은 전시된 것들 외에도 많은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대여 유물, 기증·기탁 유물, 국가귀속문화재까지 약 1만6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김종직 종가 고문서, 정종적개공신 교서 등과 같은 주요 보물도 그것들 중 하나다. 이에 더해 보부상 유품과 같은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 반룡사 다층석탑과 동종 등 경상북도지정 무형문화재도 포함돼 있다.

2004년 대가야박물관 개관을 준비하면서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 지표조사전문기관으로 인정받은 후 문화재 입회 조사, 지표 조사 등 각종 민원처리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한, 2005년 개관과 함께 경력인정대상기관으로 지정돼 전문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2012년에는 문화재청과 경상북도청으로부터 국가귀속문화재의 보관관리기관으로 허가받아 최근까지 고령 지산동 73~75호분 유적을 비롯한 고령, 성주에서 발굴·조사된 86개 유적의 국가귀속문화재 1만3천여 점을 위임받아 보관·관리 중이다.

대가야박물관은 보관 중인 국가귀속문화재를 활용해 2014년 ‘대가야 왕릉의 출현·지산동 73호분’을 시작으로 ‘지붕위에 핀 예술, 고령의 기와’, ‘대가야의 토기공방, 고령 본점과 창원 분점’, ‘길에서 찾은 보물’ 등의 기획특별전도 진행했다.

같은 해엔 국립제주박물관과 ‘대가야의 탐라나들이’, 2017년에는 한성백제박물관 기획전시 ‘가야’, 2018년 국립전주박물관의 ‘전북에서 만나는 가야 이야기’, 2020년 국립춘천박물관의 ‘대가야 사람들의 향수’를 공동으로 기획해 전시한 것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상설전시에도 유물의 일부가 활용되고 있고, 2015년 국립대구박물관의 ‘고령 지산동 고분군’, 2019년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야본성’ 등 많은 특별전시에도 유물이 출품됐다.

이처럼 대가야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유물들은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홍보하고, 국공립박물관 등과 교류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우륵박물관 내부의 전시물.
우륵박물관 내부의 전시물.

◆순장 풍습 확인한 후엔 우륵박물관으로

지산동 44호분은 한국 최초로 확인된 최대 규모의 순장 왕릉. 기록으로만 추측하던 순장이라는 장례 풍습이 1977년 발굴 조사를 통해 그 실체를 드러낸 공간이다. 이런 대가야의 장례 풍습을 보여주기 위해 2000년 9월 국내 유일의 순장 왕릉 전시관인 ‘대가야왕릉전시관’이 개관했다.

왕릉전시관은 지산동 44호분 내부를 발굴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해 놓은 곳이다. 관람객들이 실물 크기로 복원된 무덤 속으로 들어가 무덤의 구조와 축조방식, 유택의 주인공과 순장자들의 매장 모습을 볼 수 있고, 토기, 철기, 마구 등 ‘껴묻거리(죽은 사람을 매장할 때 함께 묻는 물건)’의 종류와 성격도 확인할 수 있게 꾸며졌다.

2019년 1년 동안의 리모델링을 거쳐 출토 유물을 보여주는 진열장 외에도 지산동 44호분에 대한 디오라마, 영상이 추가됐다. 또한 당시의 의복을 입어볼 수 있는 가상체험 공간 등 새로운 전시시설도 추가돼 관람객들에게 순장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국악기 중 하나인 가야금. 고령 우륵박물관은 악성 우륵이 가야금을 만들어 연주한 것으로 전해지는 대가야읍 쾌빈리의 가야금골(琴谷), 지금의 정정골에 위치하고 있다.

가야금을 창제한 우륵과 관련된 자료를 발굴·수집·보존·전시함으로써 방문객들이 우륵과 가야금의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건립한 공간이 바로 가야금 테마박물관이다.

전시실은 ‘악성 우륵을 찾아서’, ‘악성 우륵’, ‘가야의 혼을 지킨 우륵’, ‘민족의 악기 가야금’ ,‘우륵과 후예들’ 등으로 구성됐다.

고령군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 민족 고유의 악기인 가야금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고, 가야금을 만든 우륵에 대해 알려주는 박물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전통 음악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고 우륵박물관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내고 있다.

쉽게 꺾이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세 탓에 관광객의 발걸음이 주춤해진 겨울이다. 하지만, 의미와 흥미를 동시에 찾으려 하는 사람들의 여행 욕구를 완벽하게 제지할 수는 없을 듯하다.

찬란한 고대 문명을 간직했던 대가야의 역사와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이 가득한 대가야박물관과 우륵박물관에 관심을 가졌다면 고령으로 향하는 차에 올라도 좋지 않을까.

여기에 한 가지를 조언하자면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는 요즘 여행자의 기본 중 기본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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