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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포항의 길’은 문화도시로의 모색”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1-11-16 19:44 게재일 2021-11-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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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노승욱<br/> 포스텍 문명시민교육원, 시민 대상 강좌<br/> ‘2021 일상의 글쓰기-포항의 길’ 결과물<br/>시민들 문화적 자산에 대한 자부심 재확인
노승욱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노승욱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에세이집 ‘포항의 길’은 시민들의 소중한 생각과 글이 담긴 책입니다. 아무쪼록 ‘포항의 길’이 포항 시민은 물론 전 국민에게 잘 알려져서 문화도시 포항의 이미지가 새롭게 정립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노승욱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의 ‘포항의 길’ 에세이집 출간 소감이다.

‘포항의 길’은 포스텍 문명시민교육원이 지난 6월 14일부터 7월 7일까지 성황리에 운영한 시민 대상 강좌인 ‘2021 일상의 글쓰기-포항의 길’의 결과물이다.

이 강좌의 기획 및 교육을 맡았던 노 교수를 지난 15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021 일상의 글쓰기-포항의 길’ 강좌를 열게 된 계기는.

△ 팬데믹이 발생하자 하늘길이 막히더니 땅길도 막혔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바이러스를 일시적으로는 차단했지만, 마음길도 함께 막아 버렸다. 답답한 마음에 집 밖을 나서니 조심스레 길 위로 나선 시민들이 보였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응력으로 인해 시민들이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무수한 이야기가 진동하며 쏟아져 나오는 듯 보였다. 마그마처럼 분출되는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포항의 길’ 강좌를 포스텍 문명시민교육원에서 열었다.

 

- 포스텍 문명시민교육원이 그동안 개최해온 사회 각 분야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 초청 강좌와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시민의 호응이 높았다.

△그동안의 강좌는 말하고 싶은 사람과 듣고 싶은 사람으로 명확히 양분되는 특징이 있었다. ‘포항의 길’ 강좌는 시작부터 달랐다. ‘포항의 길’에 대해서는 강연자도, 수강생도 모두 나름대로의 전문가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포항의 길에 대해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산업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포항은 언뜻 개방적인 도시처럼 보이지만, 고립감과 고독함이 존재하는 곳이다. 조선 시대에 포항은 유배의 땅이기도 했다. 포항 시민들이 들려주는 길의 이야기에는 대한민국의 중심, 세계의 한복판과 연결되고 소통하고자 하는 절실함이 있다.

 

- 시민들이 일상을 보내며 살아가고 있는, 길에 주목한 이유는.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공간의 의미가 새롭게 확장되고 있다. 이동과 여행이 제한되면서 내 동네, 내 고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일상의 공간이 갖는 중력이 커지면서 길 위로 나선 산책자들은 길에서 과거의 역사를 찾고, 현재의 일상을 성찰하며, 미래의 삶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흔히 도청도설(道聽塗說)이라고 하면, 가볍기 그지없는 길 위의 뜬소문을 의미하지만, 팬데믹 시대의 도청도설은 시민들의 희비애환을 이야기로 담아내는 창작의 재료가 되고 있다.

 

- 수강생들은 단순하게 지식을 얻는 수준을 넘어 내 고장 사랑과 공동체 의식을 실천하고 만들어가는 모임도 키울 수도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 ‘포항의 길’ 에세이집 소개 및 발간 기대 효과는.

△지금까지 3년간의 ‘일상의 글쓰기’ 강좌를 통해서 수많은 포항 시민들이 에세이 작가로 데뷔했다. 문화의 수용자, 소비자에서 문화의 창조자, 생산자로의 변화를 체험한 것이다. 특히 이번 ‘포항의 길’ 발간으로 시민들은 포항의 문화적 자산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재확인했다. 지역의 공동체 의식 형성에 있어서 문화적 자신감은 깊은 뿌리와도 같다. 시민들의 ‘포항의 길’ 만들기 프로젝트는 다른 도시에도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시민 참여 강좌를 통해 창조적 결과물을 이루어 내는 ‘포항의 길’ 발간 사례가 여러 지역에서 재연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 지도는 새롭게 그려질 수 있을 것이다.

 

-‘포항의 길’은 강연자와 수강생이 함께 책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에세이집을 기획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강연자(전문가 필진)와 수강생(시민 필진)이 함께 공저자로 참여해서 에세이집을 출간하는 것은 ‘일상의 글쓰기’ 강좌가 1회 때부터 유지해 온 전통이다. 같은 주제 아래 문제의식을 공유한 강연자와 수강생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멋진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글쓰기를 통해 만드는 것이다. 이번에 24명의 필자가 쓴 ‘포항의 길’ 원고가 모여지고 지도를 만들었을 때 보이지 않는 어떤 손이 지휘봉을 잡고 24인 24색의 조화로운 연주를 이끌어 낸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 21세기는 평생학습 및 인적자원 개발의 시대이다. 앞으로 바람직한 시민교육의 방향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미래에는 대학에 두 번 입학하는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청년 시기에 한 번 입학하고, 중년 이후에 또 한 번 입학하는 배움의 이모작이 현실화할 수 있다. 지금까지 평생교육원, 노인대학 등이 해오던 역할로는 100세 시대를 준비할 수 없다. 중년을 넘어선 시민들을 재교육하는 새로운 대학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적·문화적 생산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지식과 기술을 업데이트해가는 문명시민, 기업시민, 교양시민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시민교육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인문학자로서 이공계 학생들을 융합 인재로 교육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와 함께 포스텍 문명시민교육원을 통해 시민교육 프로그램도 계속 개발해 나갈 생각이다. 올해부터 기획한 ‘포항학 총서’ 간행의 책임을 맡고 있는데, 포항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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