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가 만났다
김상동 경북도립대 총장

경북도립대학교는 경북도가 설립하고 재정을 투입해 운영하는 대구경북지역의 유일한 공립대. 취업률 1위에다 등록금이 아예 없는 작지만 강한 경도대가 개교 25년을 맞았다.

김상동 총장은 경도대가 고등교육 거점 공유대학으로 지역 전문대학을 선도해야 한다는 야심 찬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마다 독립적으로 모든 자원을 갖추는 것보다 대학들이 협력해서 자원을 공동 활용하는 대학 간 협업과 공유대학을 만들어야 하며 공립인 경북도립대가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경북도의 정책과 재정적 뒷받침으로 전문대학 교육 시스템을 경북도립대가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대학마다 독립적으로 모든 자원을 갖추는 것보다 대학들이 협력해서 자원을 공동 활용하는 대학 간 협업과 공유대학을 만들어야 하며 공립인 경북도립대가 선도할 것이다

2022학년도에 입학하는 모든 신입생은 실질적으로 등록금이 없다. 또 졸업생들의 2020년도 취업률이 72.8%로 전국 7개 도립대학 중 1위다.

자동차과의 도장 기술 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지난 9월 한독상공회의소와 ‘아우스빌둥 직업훈련교육 업무협약’을 통해 더욱 특성화됐다. 졸업 후엔 BMW그룹코리아나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아우디 폭스바겐코리아 등에 취업해 숙련된 전문인력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 정원의 82%를 뽑는 1차 수시모집 기간이 끝났다. 올해 수시모집의 성과는 어땠나.

△지난해보다 경쟁력은 조금 낮아졌지만 지원자들의 경도대 선호도가 뚜렷하더라. 외형적인 지원율에 일희일비 않는다. 문제는 합격자를 얼마나 지켜내느냐다. 이를 위해 학과장은 물론 총장도 서한을 보내는 등 경도대에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 경북도립대의 장점이 무엇인가. 무엇으로 학생들을 유인하고 있나.

△우선 2022학년도에 입학하는 모든 신입생은 실질적으로 등록금이 없다. 입학생 모두에게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또 졸업생들의 2020년도 취업률이 72.8%로 전국 7개 도립대학 중 1위다. 그냥 취업률이 아니다. 교육부가 확인하는 유지취업률 조사에서 우리 대학이 모두 1위를 기록했다.

- 어떤 학생들이 경도대를 지원하고 있나.

△우리 학교는 작지만 강한 명품대학이다. 경상북도가 설립하고 지원하는 공립대학이다. 12개 학과 전체 신입생 355명의 소규모지만 지역 출신은 60% 정도고 나머지는 전국에서 찾아온다.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숨겨진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학생들의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졸업 후 경제적 독립을 보장하는 고등공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경북도립대학의 임무다.

- 경북도립대학교의 설립목적과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과의 관계는 어떻게 보고 있나. 교육전문가로서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통령선거를 불과 4개월 남짓 앞두고 있는데도 대선 예비후보 어느 누구도 고등교육 관련 공약이나 비전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분개할 일이다. 지금 대학의 어려움인 입학자원의 감소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기에 대학들은 단순히 신입생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스템을 개선해야지, 4년제 대학에서 전문대학의 인기학과까지 복제 모방해서 입학자원을 싹쓸이해서는 안 된다. 일반대학은 연구중심과 교육중심 대학으로 재편해야 한다.

전문대학은 모든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기보다 개별 대학과 지역 특성에 맞는 특정 분야의 전문기술 양성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 경북도립대학교가 공유대학으로 전문대학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상동 총장이 주장하는 공유대학이란 어떤 형태인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특화 산업에 필요한 자원을 기동성 있게 배출하기 위해 광역단체와 대학이 연합하는 형태다. 특화 산업 분야에 70% 이상의 공동 교육과정을 이수토록 하고 개별대학에서 나머지 30% 과정을 수행하면서 두 대학의 학위를 복수로 주는 것이다. 대학은 국가와 자치단체 특화산업에 공동 참여해 개별 대학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학생 감소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고 중복 투자도 피할 수 있게 된다. 개별대학이 참여하는 공유대학 시스템으로 대학과 지역 소멸을 넘어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공유대학은 경북도가 설립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경북도립대학교가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 왜 하필 경북도립대학교가 해야 하나.

△공립으로서 경북도의 고등교육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서울시립대가 4년제 대학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경도대가 지역 전문대의 교육시스템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 투자는 많이 해야 하고 돈은 안 되니 공립인 도립대가 나서야 한다. 다른 대학들에 혜택을 주는 것이다. 도립대를 통해 고등교육 정책과 시스템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스마트농업이 대세다. 농업의 새로운 트렌드를 전문대가 만들 수 있다. 경도대가 만들고 다른 대학들이 합류하고 참여해서 농업공유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 경도대의 자동차과는 이미 괘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우리 대학은 전공별로 현장 맞춤형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산업체나 기관과 업무협약을 통해 현장 실습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과의 도장 기술 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도장 기술 숙련도를 높여주는 실습프로그램으로 전국적으로 특화된 기술이다. 지난 9월 한독상공회의소와 ‘아우스빌둥 직업훈련교육 업무협약’을 통해 더욱 특성화됐다. 교육훈련생으로 선발된 2022년 신입생은 자동차 도장 및 정비 기술에 관한 이론교육을 받고 졸업 후에는 대학의 전문학사 학위와 독일 연방 상공회의소의 아우스빌둥 인증서를 받게 된다. 이들은 BMW그룹코리아나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아우디 폭스바겐코리아 등 자동차 기업에 취업해 숙련된 전문인력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 경도대는 경북도가 설립했고 지원해준다. 그렇다면 대학과 경북도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나.

△경도대는 경북도가 운영하는 경북도 직속기관으로 경북도의 고등교육 정책 실현 최일선에 있는 대학이다. 학생수가 적은데다 저렴한 등록금과 많은 장학금 때문에 등록금 자체가 대학 재정에 큰 의미가 없었다. 따라서 경북도와 경북도의회는 가성비를 생각하지 않는 적극적 재정 투자와 지원을 통해 더 많은 학생들에게 최상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데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또 학생 교육과 복지, 지역사회 기여 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나는 경북도의 정책자문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경북도의 정책 수립과 이를 위한 업무나 자료 제공으로 경북도 발전에 대학이 기여하면서 상생해야 한다.

- 지역에서의 대학의 역할과 대학 사회의 발전에 대한 총장의 생각은 어디까지인가.

△대학의 설립 목적이자 존재 이유는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와 기여다. 특히 인구 격감 시대에는 지방소멸에 맞서는 유일한 기관으로 남을 것이다. 이스라엘에는 인구가 없는 지역에도 국방의 개염으로 대학이 존재하고 있다. 청년들을 머무르게 할 수 있고 지역을 이해시킬 수 있는 곳이 대학이다.

- 경도대의 예천 지역에서의 역할은.

△지역민에게 양질의 교양교육 및 진로변경 교육 등 평생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경도대는 경북도의 평생교육정책에 맞추어 도민행복대학, 예천평생교육원 운영 등 평생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앞으로는 대학 운영도 다양한 성인 학습자를 정규교과과정과 연계하는 학사조직을 만들 계획이다. 단순히 성인교육에 참여하는 지역민 대상 교육뿐만 아니라 학습자에게 의미있고 지역 특성을 반영하는 학습자 위주의 교과과정으로 함께 상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생활체육과의 육상부 운영으로 예천군 육상대회 유치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축산과에서 경북축산농업인들에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식이다.

- 지난 이야기지만 경북대 총장 임명 당시 언론에 오르내렸다. 그래서 국정감사에서도 논쟁을 벌이는 걸 봤다. 경북대 총장을 꼭 해야 할 이유가 있었나.

△총장 재임하면서 4번의 국정감사를 받았다. 한 번은 감사 2시간 중 1시간50분을 혼자 답변하면서 정말 고군분투했다. 나중엔 ‘수첩에 이름’ 이야기까지 나오니 총장을 그만 두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작정하고 맞받았다.

노동일 총장 시절 교무부처장과 기획관리실장 등 보직을 맡았다. 그 때 경북대의 발전 방안이 있음을 알았다. 내가 총장이 되어서 경북대를 제대로 바꿔 반석 위에 올려놓고 싶었다.

- 총장 재임 시절 경북대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북대가 라이덴대학 THE세계대학영향력평가에서 세계 99위를 했더라. 경북대 총장재임중 제일 큰 업적으로 무엇을 꼽고 싶나.

△학교의 외형을 번듯하게 만드는 하드웨어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의 변화다. 경북대의 세계적 평가 소식에는 나도 깜짝 놀랐다. 국내에서는 3위였다. 또 상하이 자오퉁대학 평가에서 국내대학 공동 7위를 차지했다. 드디어 라이벌 부산대를 젖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말 경북대 총장으로서 업적이라면 교양학점 상한제를 만든 것이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 중 전공을 제외하고 모두 교양과목으로 학점을 채우는 학생들이 있었다. 심하게는 140 졸업학점 중 80학점을 교양과목으로 메꾸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를 교양과목은 42학점을 상한제로 묶었다. 2년 걸렸다. 졸업장도 4M(메이저, 매크로, 마이너, 마이크로)으로 구분했다. 말로만 하던 융합을 실제 적용한 예라고 자부한다.

- 경북대가 올해도 RIS(지자체-대학 협력기반사업) 선정에서 탈락했다. 경북도립대에도 영향이 있나.

△RIS는 교육부가 대학의 지역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경북대총장시절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에게 지역 혁신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성공한 휴스타 사업이 그 모델이다. 2019년 휴스타 사업은 지역 기업을 통해 높은 성과가 입증됐다. 그런데 올해 경북대의 RIS 지원 기획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선도적 사업인데 탈락했다. 오히려 새 캠퍼스를 조성하겠다는 충남대전세종 지역 사업을 선정했다. 정부의 지방균형 발전과 지역강소대학 집중 육성이라는 공약이 무색해졌다. 경북도립대도 컨소시엄에 참여했고 기대했는데, 우리 지역은 우리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하게 됐다. /이경우 편집위원
 

◇김상동(62) 경북도립대학교 총장

경북 상주, 경북고, 경북대 문리대 수학과 졸, 서울대 수학과 석사. 미국 코네티컷 주립대 석사. 미국 위스콘신대 박사. (응용수학, 수치편미분방정식 전공).

경북대 사대 수학과 교수, 자연대 수학과 교수.

경북대 교무부처장, 교수학습센터장, 기획처장.

교육과학기술부 기초기술연구회 선임직 이사.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영역위원장.

경북대총장(2016. 10 ~2020. 10).

2004년 과학기술부의 세계적 선도과학자 선정.

창의성이 따르지 않는 교육은 유사문제 풀이에 불과하고 교수는 학원강사에 불과하다며 계속 수학을 연구하는 학자이고 싶은 교육행정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