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보이스피싱 범죄 기승
소상공인 대출 대상자라며 접근
‘전화 가로채기 앱’ 설치 유도
범죄 연루 위협에 순식간에 피해

“제 신상을 전부 알고 있더라고요. 그땐 완전히 무언가에 홀려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같았어요. ”

최근 포항에서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22일 포항시민 A씨는 ‘고객님께서는 정부 정책자금 보증지원으로 조성된 특별보증 승인 대상자이지만 아직 신청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해당 문자에는 A씨가 정부에서 주관하는 소상공인 대출 신청대상자라며 기한 내에 대출을 신청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 2년 동안 별다른 수입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던 그는 복잡한 서류 제출 없이 쉽게 대출할 수 있다는 문구에 이끌려 링크를 클릭했다.

잠시 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최민수 대리라고 소개한 그는 A씨에게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며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드릴테니 앱을 하나 다운로드 받아달라”고 권했다. A씨는 아무런 의심없이 앱을 설치했다. 하지만, 해당 앱은 ‘전화 가로채기 앱’으로 A씨의 휴대전화에 악성 프로그램이 설치돼 A씨에게 온 전화가 강제로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연결되도록 했다.

30분 정도 지나 A씨가 이용하고 있던 카드사를 사칭한 곳에서 전화가 왔다. 이 카드사는 “A씨는 1년 안에 다른 은행에서 대출한 돈으로 대출금을 갚지 않겠다는 조건을 어겨 금융감독원에 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적발됐다”며 “기존에 사용한 카드 대금 1천789만원을 현금으로 완납해야 법적 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겁을 먹은 A씨는 이날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만나 해당 금액을 현금으로 전달했다.

다음날 A씨는 은행 계좌로 대출금이 입금되지 않자, 최민수 대리라고 소개한 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는 “금일 대출 잔액이 모두 소진되었으니, 월요일이 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A씨는 26일이 지나도 끝내 돈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A씨에게 다시 한 번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시도했다.

A씨에게 신용보증기금을 사칭해 전화를 걸어 “A씨의 신분이 부정거래 계좌로 활용됐다”며 1천200만원을 요구한 것이다.

A씨는 26일 1천200만원을 또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건네줬다. 이렇게 단 4일 만에 현금 2천989만원이 A씨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A씨는 “나도 내가 당할 줄 정말 몰랐다”며 “내가 범죄자가 되면 어쩌지라는 두려운 마음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요구를 전부 들어준 것 같다”며 토로했다.

포항북부경찰서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날로 조직화·지능화 돼 순식간에 거액의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다만, 금감원, 검찰, 경찰 등 국가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개인의 금융자산 보호 등을 이유로 자금 이체를 요구하는 경우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피해자 진술과 CCTV 분석 등을 통해 용의자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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