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최근 높은 전염성을 가진 델타변이, 람다변이 등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여기다 ‘돌파 감염’ 사례도 심상치 않아 우려된다. 정해진 백신 접종 횟수를 다 맞고 2주간의 항체 형성 기간까지 지난 ‘접종 완료자’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에 감염된다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국내에서 돌파 감염자는 647명이다. 이 가운데 얀센 백신을 맞은 사람이 364명, 화이자 백신 145명,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38명 등이다.

접종자 10만명당 돌파 감염 비율을 보면 얀센이 32.0명, AZ 14.1명, 화이자 4.4명이다. 얀센 백신의 예방효과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얀센을 맞은 100만 예비군 민방위에서 돌파 감염이 나올 수도 있는 문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각 백신의 효능이 화이자 91.3%, 모더나 90% 이상, AZ(미국 임상 경우) 76%, 얀센(미국 임상) 72%이다. 백신의 효능이 가장 떨어지는 얀센을, 그것도 유통기한까지 임박했던 시기에 대량 접종을 해 놓고 접종률이 올랐다고 정부는 좋아라 했다. 하지만 지금 얀센 백신은 부스터샷(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추가 접종’을 하는 것)이 거론될 정도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

애초 50대에겐 모더나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였다. 하지만 모더나 국내도입에 차질이 생겼고 정부는 수도권 55~59세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백신 도입은 계속 늦어지는데 확진자는 늘어나니 정부가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40대 이하가 맞을 화이자 백신을 급한 대로 당겨 쓴 셈이다.

이런 돌려막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AZ 2차 물량을 끌어다가 1차에 접종했고, 국제 백신 공급 기구인 ‘코백스(COVAX)’를 통해 AZ 백신 83만5천회분을 공급받아 2차로 접종할 계획이였다. 하지만 코백스 측의 공급일정이 늦어지면서 백신도입에 차질이 생겼고 어쩔 수 없이 지난 5일부터 2차 백신을 화이자로 교차접종을 시행했다.

현재 교차접종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가 없다. 백신 생산국인 미국과 영국의 입장은 어떨까? 미국 질병통제예방청(CDC)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정성이나 효능에 관한 평가가 아직 나오지 않아 mRNA백신(화이자, 모더나)과 다른 백신간의 교차접종을 권장하지 않고 동일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는 입장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14일 “코로나 백신 교차 접종이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은 이에 관해 확실한 권고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국은 1차와 2차 백신은 같은 종류로 권유하되 백신이 부족한 경우에는 교차접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논란 속에 우리 나라에서 교차접종을 시행한지 2주만에 사망자와 중증부작용자가 발생했다. 지난 17일 경북 구미에서 AZ와 화이자 백신을 교차접종을 받은 50대 경찰관이 2차 접종 후 사흘만에 숨졌다. 또 경남 함안에서도 40대 후반 여성이 혼수상태에 빠졌고, 2주내 심장이식을 받지 못하면 다른 장기의 기능까지 떨어져 위급한 상황이다.

교차접종 문제와 더불어 코로나19 백신 예약도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12일 55~59세 국민 352만여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코로나 19 백신 예약이 모더나 백신수급에 문제가 생겨 중단되면서 일주일 가량 지연된 바 있다. 이후 53~54세, 50~52세를 대상으로 한 예약도 접종 예약사이트가 불통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접종 예약사이트는 서버가 다운되고 코딩오류로 접종대상자를 구분하지 못했다.

허술한 보안으로 인해 우회경로로 새치기 예약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온라인 중고사이트에 사례금 15만원에 ‘잔여백신예약’ 대행 글이 올라오는 등 금전거래로까지 번지고 있다. 의사 인맥을 동원해 잔여 백신을 맞은 사람은 부지기수다.

정부는 하루에 100만명 접종이 가능한 체계를 가지고 있으나 제대로 활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어 접종이 지연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교차 접종 부작용에 대해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2차 접종 시 화이자를 맞을 것인지, AZ를 접종할 것인지를 국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백신 돌려막기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4차 대유행에 접어들었다.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진화하고 돌파 감염이 심심찮게 나오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 접종마저 차질을 빚는다면 대한민국은 방역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차질 없이 백신 물량을 확보하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요즘 국민은 코로나19 보다 무능한 정부가 더 두렵다. 이 얼마나 서글픈 현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