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가 만났다
신재득 대구시체육회 사무처장

대구시체육회가 관선의 굴레를 벗고 특수법인으로 출범한 지 이제 한 달. 관선과 민선을 줄타기하면서 살림을 맡아오고 있는 신재득 사무처장(63)의 명패는 사무실 책상 위에 굳게 박혀 있었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을 통합해서 2016년 재출범한 대구시체육회에서 생체협 출신인 신 처장은 특별히 ‘풀뿌리 체육의 활성화’를 강조한다. 법인으로 독립했지만 청사는 여전히 대구시 소유인데 ‘나가라고야 하겠나’ 하면서 구태여 넘겨받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대구시체육회는 지난해 7월 40년 북구 고성동 시대를 마감하고 대구스타디움이 내려다보이는 수성구 대흥동 대덕산 기슭의 새 집으로 이사왔다.

-체육회가 최근 엄청난 변화를 몸소 겪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장이 회장을 맡던 관선 체제에서 민선으로 바뀌고 1달 전에는 특수법인으로 법률적으로도 독립했다.

△지난 6월 8일 특수법인으로 정식 출범했다. 사실 종전까지는 임의단체로 정체성이 모호한 면이 있었다. 이제 법인이 됐으니 안정적인 기반으로 자율적 독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안정적으로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기부금을 받아도 영수증 처리할 수 있게 됐고 수익사업도 벌일 수 있게 됐다.

-종전 대구시장이 맡던 회장을 민선으로 뽑았다. 관선 체제와 민선 체제에서 무엇이 달라졌나.

△사무처장의 역할은 민선 시대라고 달라지지 않았다. 회장의 지휘 감독을 받아 사무처의 업무를 총괄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 감독하며 회장님을 필두로 체육회의 임원, 종목단체 회장들과 함께 체육을 통해 시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체육을 통해 대구의 브랜드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고 거창하게 말하면 대구 체육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드높이는데 역할 하는 것이다.

-법인화와 민선 회장으로의 변화라는 대전환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닐 것 같다. 재정 독립 방안에는 문제가 없나.

△기대만큼 우려 또한 없지 않다. 지켜봐야 하겠지만 여전히 예산을 지방자치단체가 쥐고 있으니 자치단체장과 정치색이 다른 민선 회장이 들어서서 알력이 생길 수도 있다. 경기도 등 일부 지역에선 벌써 불협화음이 나오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이제 민선으로 출범한 지 한 달이 됐으니 앞으로 잘 꾸려나가야 할 것이다.

-대구시체육회 사무처장으로 전국 17개 시도체육회 사무처장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중요한 문제다. 체육회가 법인이 되긴 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삭감하는 문제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지방체육회 차원에서 지방체육회에 대한 지방비 보조를 의무화하도록 국민체육진흥법을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가 자치권 침해를 이유로 법안 통과가 미뤄지고 있다. 체육회와 자치단체가 체육회에 대한 지자체의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와 ‘할 수 있다’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종전 체육회는 엘리트체육 중심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체육회는 최근 이원화돼 있던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을 2016년 합병했다. 신 처장은 종전 대구시 생활체육협의회 부회장이었다. 두 영역간의 관계는 어떻게 되고 합병 이후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체육은 모든 국가정책의 기본이다. 거기서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을 나눠서 운영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권위주의 시대에는 국위선양이라는 명분으로 전문체육을 중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생활체육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일본에는 초등학교에 전문 체육선수가 없더라. 중국도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운동을 시키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풀뿌리 체육의 활성화를 모토로 삼고 있다.

-대구시체육회도 법인화하면서 기구를 개편했나.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어떻게 조화시킬 작정인가.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영역이 가능하면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이번 기구 개편에서도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부서를 통합했다. 서로에게 이로운 상호 작용을 하는 유익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생활체육이라는 기초 위에 엘리트체육이라는 벽돌을 쌓아 나갈 때 비로소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실한 시스템이 갖춰질 것이다.

엘리트체육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고 또 훌륭한 지도자로 자리 잡아 다시 생활체육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두 영역을 굳이 구분하여 관계 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호 보완적이며 필수 불가결한 형태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시체육회의 모토가 ‘건강 백세 시대, 체육으로 행복한 대구’라고 들었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고 선진국으로 갈수록 소수 체육 엘리트보다 모든 시민이 삶의 질 향상과 개인의 행복을 위해 체육도 기여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되겠나.

△이제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나누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당장 마주친 고령사회에서 스포츠를 즐기며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해줘야 한다. 대구시체육회는 지역 실업팀의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풀뿌리 체육을 확산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서 시민 누구나 체육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려 한다. 생활체육을 통해 전문 체육인을 양성하는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면 운동선수에게 대학입시에서 특별히 대우하거나 병역 특혜를 주는 개발도상국가 시절의 양성 시스템은 이제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는 말인가. 심하게 말해서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또 특별 예우하거나 혜택을 주는 것도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며 시비 거는 사람이 있는데.

△운동선수들의 대학입학이나 군 특례제도는 과학 예술분야에서 행해지는 시스템으로 운동선수들만의 특례는 아니다. 이런 시스템은 사회 전체의 변화와 발맞추어 체육 분야에서도 일부 개정은 돼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그렇지만 체육 분야만 고쳐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올림픽이나 세계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이 개인 영광이지 국위 선양이 아니라는 생각은 너무 편협하고 나가도 너무 나갔다. 우리가 손흥민 류현진 김연아 선수들에게 환호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개인의 영광보다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도적인 보완은 필요하지만 구시대의 유물이라 폄하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체육계도 비켜가지 않았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 나갈 생각인가.

△지난해 7월 새집으로 이사 오면서 한창 상승 무드를 타던 대구 체육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꼴이다. 대구시가 2019년 전국체전에서 18년 만에 7위를 했는데 지난해엔 연기됐고 많은 체육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예산도 운영에 필수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구시에 반납했다. 그 돈은 코로나 재난지원금으로 활용됐다. 올해 전국체전이 경북 김천에서 열릴 예정인데 불투명하다. 개최지가 경북이어서 대구와 상생 무드를 조성하기 좋은 분위기인데 정말 아쉽다. 대구FC와 삼성 라이온즈의 성적도 좋고 체전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도 열심인데 코로나19의 확산세를 보면 초조하다.

-그렇다고 아주 경기를 안 할 수도 없을 것 아닌가. 더구나 시민들은 체육활동을 통해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있는데 체육회가 그런 시민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할 것 아닌가.

△선수들은 방역 지침을 지켜가면서 훈련하고 있고 체육회도 방역지침을 지켜가면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2021 대구국제마라톤대회’를 언택트 레이스로 개최하고 ‘언택트 컬러풀 혼운챌린지’ ‘2021 대구 마스크 쓰GO 시민정신 걷기대회’ 등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또 생활체육 지도자들이 영상 편집 교육을 통해서 코로나 확산에 대비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 시민들에게는 체육을 통해 건강하고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다양한 비대면 사업을 새롭게 발굴해서 나가겠다.

-우리 사회에서 선후배 간 갑질이나 남녀간 성폭력 문제가 예민하게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체육계에서 더욱 심각한 것 같은 느낌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어디에서든 일어나서는 안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운동선수들은 합숙훈련 등 선수들끼리 같이있는 시간이 많아서 좀 더 일어날 소지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성폭력 문제는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실업팀 선수들에게는 체육회 차원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해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하는 등 교육과 지도를 통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체육계에 오래 몸담아 온 사무처장으로서 개인적으로 욕심이 있다면.

△법인이 됐으니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가 체육회로도 더 확산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줘서 재능 있는 선수들이 대학가서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한다. 지금 스포츠는 과학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좋은 성적을 기록하려면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 육상과 수영 등 기초종목을 육성하고 싶다. 특히 수영을 위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육상 종목의 인프라는 어느 정도 마련됐는데 수영장은 너무 부족하다. 구태여 국제 규격의 수영장일 필요는 없다.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들을 늘여 생존수영도 가르치는 수영장을 접근성 좋은 곳에 많이 확보하고 싶다.

 

◇신재득 (申載得)

1958년 대구 출생. 영남대 체육과와 스포츠과학대학원 석사, 계명대에서 체육정책으로 체육학박사를 받은 체육행정가. 축구명문 청구고 졸업후 축구부 후원회장을 맡아 전국 합숙훈련을 동행했다. 이후 대구생활체육회 부회장과 대구시체육회 정책협력관을 거쳐 2019년 통합된 대구시체육회의 공모직 사무처장에 임명됐다. 17개 시도체육회 사무처장협의회 회장과 달구벌스포츠클럽 대표, 대구경북체육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경우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