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강영식
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감자를 설탕에 찍어 먹느냐 소금에 찍어 먹느냐는 사소한 문제로 다투다가 급기야 감정이 격화되어 큰 싸움이 되고 결국 이혼하게 된 부부가 있다. 커피에 설탕을 탈까 소금을 탈까 그 문제로 싸우다가 이혼한 부부도 있다고 한다. 심리학자 리처드 칼슨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일의 대부분은 이처럼 사소한 문제라고 하면서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지 말라”고 했다. 따져보면 목숨을 걸만한 중대한 일은 없으니 목숨 걸고 싸우지 말고 초연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목숨 걸고 싸우는 일이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면 사소한 일이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닌 것이 된다. 그래서 테레사 수녀는 “사소한 일은 없다. 모든 일은 다 소중하다”고 하면서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하지 말고 충실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했다.

보험회사의 관리자였던 하인리히는 7만5천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하나의 대형사고가 일어나기까지 29건의 작은 사고가 먼저 일어나고, 29건의 작은 사고들은 또 다시 300건의 경미한 사고가 겹쳐 누적되면서 발생한다는 1:29: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을 발표했다. 사소한 문제를 무시하여 그대로 놔두면 그것이 누적되어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사고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도 숱한 작은 징후들이 포착되었는데 사소한 문제로 무시한 결과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이어졌고 미국의 9·11테러 사건 역시 수많은 테러의 조짐이 있다는 경고가 있었는데 역시 이를 사소한 일로 무시하여 발생하였다.

여호수아가 가나안에 들어갈 때에 하나님이 멸절 시키라고 했던 가나안 땅의 가사, 가드, 아스돗이라는 작은 마을을 사소하다고 여겨 멸절 시키지 않자 후에 골리앗과 들릴라가 이 마을에서 나와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손상을 이스라엘에 입힌다. 성경 아가서에는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고 했다. 보잘 것 없는 작은 여우가 나무를 손상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여겨 무시해 버리면 그 여우가 봄에 꽃잎을 따 먹어 버리기 때문에 결국은 과수농사를 망하게 한다는 것이다.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14년 세월호 침몰, 2020년 이천 물류센터 화재, 최근에 쿠팡물류센터 화재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생명을 앗아간 대형사고가 적지 않다. 이런 대형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업무태만, 안전교육 및 훈련 미비, 정비 불량 등을 사소한 일로 여겨 무시한 결과이다. 그러므로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고 싸워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사소한 일을 무시하거나 방치하지 말며 소중히 다루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