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⑤- 지속가능한
포항의 해녀문화

해산물을 채취한 후 가득 찬 망사리를 들어올리기 전 모습.
해산물을 채취한 후 가득 찬 망사리를 들어올리기 전 모습.

2006년부터 제주도는 해녀를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공동체’로 규정하고 지속 가능한 해녀 보존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녀가 사라지면 해녀 문화가 사라지므로 해녀 문화 가치 정립을 위한 기록 사업을 추진하고 조례 제정을 통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사업을 마련하였다.

2009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 해녀 문화 보존 및 전승에 관한 조례’를, 2012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 해녀 문화콘텐츠사업 진흥 조례’를 제정하였다. 이러한 노력이 밑거름이 되어 제주 해녀는 2015년 제1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었고, 2016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는 제주 해녀 문화가 맨몸으로 물질해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친화적인 물질 방법, 바다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 해녀 공동체 문화가 미래사회로의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이라는 인류의 문화적 유산으로 평가하였다. 해녀 문화는 인류 모두의 상징과 가치를 반영하는 해양 문화로 제주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어업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 경북 해녀는 기혼 여성이 자식을 키우기 위해 해녀 어업을 선택하고 자발적인 노력으로 해녀가 되었다는 점에서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어머니로서 책임감, 생계를 위해 스스로 물질을 익혔다는 점에서 제주 해녀와 다른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책임감이 강한 ‘어머니 해녀상’을 경북의 해녀 문화 콘텐츠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

해산물을 채취한 후 뭍으로 들어오는 호미곶 해녀.
해산물을 채취한 후 뭍으로 들어오는 호미곶 해녀.

경북 해녀의 문화적 가치 정립되어야

해녀는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보여준다. 공기 공급 장치 없이 숨을 참고 바다 깊이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하고 스스로 남은 산소의 양을 감지하고 수면까지의 잠수 시간을 조절한다. 바다 속 지형과 해산물의 서식처에 대한 지식을 겸비하고 생태 환경에 대한 민속 지식은 해녀의 몸과 머리에 각인되어 있다. 마을 어장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며 채취기 잠수 시간, 해산물 크기를 규정하고 물질 작업에 필요한 기술과 도구를 통제한다. 물질하는 바다 속을 ‘바다밭’으로 인식하여 해안가와 조간대(潮間帶)에서 공동으로 잡초를 제거하고 소라나 전복 종묘를 마을 어장에 뿌리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해녀는 전국에 분포되어 있다. 경북 해녀는 제주도 다음으로 많고 내륙 시·도 중에서 가장 많다. 경북 해녀 중 70% 이상은 호미곶과 구룡포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어 이곳이 경북 해녀 어업의 발상지임을 추측할 수 있다. 경북 해녀는 미역 어장을 중심으로 발전하였고, 1970년대 해녀 잠수복인 고무옷이 도입됨에 따라 기혼 여성, 30~40대의 여성이 물질을 배워 해녀가 되었다. 제주 해녀가 10대부터 해녀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면 경북 해녀는 기혼 여성이 자식을 키우기 위해 해녀 어업을 선택하고 자발적인 노력으로 해녀가 되었다는 점에서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경북 해녀는 제주 해녀와 동일한 물질 기술을 가지고 있으나 해녀로 성장하기까지 훈련과정이 다르고, 바다 자원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 따라서 포항을 중심으로 경북 해녀의 문화적 가치 정립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그 가치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책임감 강한 어머니상

포항에서는 결혼한 30~40대 여성이 물질을 배워 해녀가 되었다. 해방 후 우뭇가사리가 중요 수출 품목이 되면서 1948년부터 구룡포, 양포, 대포, 청하, 축산, 영해, 감포 등지에서 2천여 명의 제주 해녀가 경북어업조합의 지원으로 우뭇가사리 채취 작업을 하였다. 제주 해녀의 집단 이동과 어업으로 경북 어촌 여성들은 수산물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해조류 채취에 참여하였다. 1960년경 어머니를 따라 바다로 나간 영덕군 노물리 김 해녀는 “엄마 파도 온다. 들어온나”라고 하며 우뭇가사리를 채취하는 어머니를 겁에 질려 불렀다고 한다. 그렇게 자란 그녀도 해녀가 되었다.

포항 지역 어촌 여성들은 미역, 전복, 성게, 문어 등을 채취하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해녀를 직업으로 선택하였다. 제주에서는 대개 초등학교 졸업 후에 어머니나 직계가족으로부터 해녀 수업을 받고 해녀 사회로 입문하지만, 포항에서는 결혼한 여성이 스스로 물질을 익혀 해녀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포항 등 경북 해녀는 어머니로서 책임감, 생계를 위해 스스로 물질을 익혔다는 점에서 제주 해녀와 다른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책임감이 강한 ‘어머니 해녀상’을 경북의 해녀 문화 콘텐츠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자랑스러운 직업관

경북 해녀는 1970년대 해녀복이 고무 잠수복으로 대체되면서 해녀로서 직업관을 가지게 되었다. 1985년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물질을 시작한 33살의 포항 해녀는 “나는 해녀가 싫다 이런 거 없어요. 그렇게 재미있어. 난 바다가 재미있어. 우리 해녀들 다 글타는데. 왜냐하면 땅에서 하는 일은 시간이 지루하잖아. 바다에서 물건을 잡다 보면 거기에 신경을 몰두하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 말한다.

제주 해녀는 일본제국주의의 노동력 착취로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로 이동하면서 어장 이용을 반대하는 주민들로부터 무시당하고 핍박받았지만, 포항 해녀는 미역 중심으로 어장을 개발한다는 차원에서 확실한 직업관을 정립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포항 등 경북 해녀는 육지에서 일하는 것보다 바다에서 물질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경북 해녀는 자신의 물질 기술에 긍지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직업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해산물을 채취한 후 크레인으로 끌어올리는 모습.
해산물을 채취한 후 크레인으로 끌어올리는 모습.

▶원정 물질

경북 해녀는 해녀가 없는 마을을 돌아다니는 원정 물질을 한다. 자기 마을에서 작업을 우선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다른 마을로 원정 물질을 간다. 1950년대 제주 해녀가 경북 어촌으로 물질을 왔듯이 구룡포, 석병, 강사, 구만리 등 영일만 일대의 해녀들은 해녀가 없는 마을로 원정 물질을 간다. 3∼4월 미역철이 되면 원정 물질로 해녀들은 바쁜 나날을 보낸다. 해녀가 없는 마을에서 전복이나 해삼 채취는 스쿠버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미역만은 해녀를 고용한다. 해녀 마을에는 ‘구룡포차’, ‘석병차’, ‘강사차’라는 이름으로 물질 어업을 가는 그룹이 형성되고 자신들이 어장을 사서 경영하기도 한다. 원정 물질을 다니면서 직업인으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경북 해녀의 원정 물질은 제주 해녀 문화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주는 해녀 없는 마을이 없고 해녀가 자원을 직접 관리하는 공동체적 어업 문화가 지속되었다. 그 때문에 경북 해녀는 바다 자원에 대한 관리의식이 희박하고 책임의식도 부족하다. 어장이 자본가에게 판매되면 자본가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어장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자원은 남획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어촌계의 어장 판매에 대해 영덕군 축산면 축산리 김 해녀는 “뭐 동네를 위해가지고 해녀들 한두 명 보고 안 팔지는 못하지”라며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였다. 해녀는 어장에 들어갈 수 없고 혹시 해녀가 물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어장 주인은 “두룽박 올려보세요. 확인하고 어촌계 고발한다고 뭐 도둑질, 강도질하는 맨치로 인식하고…… 말이 많아서 자제하려고 노력한다”고 하였다(‘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나는 해녀 할 거야’, 영덕군·경북여성정책개발원, 2020. 참조). 앞으로 해녀 없는 마을이 증가할 것이고 공동 어장의 바다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공동체를 지속시켜 나갈지 구체적 대안이 필요하다.

경북도, 해녀 어업 보존 및 육성 계획 발표

경상북도와 포항시는 해녀 어업을 보존·육성하고 해녀 문화를 전승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2012년 제정된 ‘경상북도 잠수어업인 진료비 지원 조례안’에 따라 진료비와 해녀복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2020년 9월 ‘경북도 해녀 어업 보존 및 육성 계획’을 수립해 ‘경북형 해녀 어업문화 전승 및 보전을 통한 지속가능한 어촌마을 공동체 조성’을 목표로 3대 핵심전략 10대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3대 핵심전략 중 경북 해녀상 확립 분야에는 △경북 해녀증 발급 △해녀 아카이브 구축 및 해녀 기록화 사업 △해녀 학술조명 및 해녀Day 지정 등의 추진과제를 선정하고, 해녀 어업 활동지원 분야에서는 △해녀휴게실 확충 및 해녀진료비 지급 △해녀마을 박물관 조성 △IoT(사물인터넷) 활용 해녀 어업 안전장비 지원 △마을 어장 연계 수산물 복합유통센터 조성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녀 연계 어촌 마케팅 분야에서는 △해녀 키친 스쿨 및 해녀 요리 레시피 개발 △해녀↔청년 콘텐츠 개발 △해녀 CI 제작 및 문화상품 개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2020년 10월 23일 포스텍 경북씨그랜트센터는 IoT 기반 해녀 어업 안전장비 ‘스마트 태왁’과 ‘해녀용 스마트 시계’ 개발을 발표한 바 있으며, 2021년부터 지역 해녀들에게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포항시도 2013년 ‘포항시 나잠어업(해녀) 보호 및 육성 조례안’을 제정하고 진료비 지원을 비롯해 어업인 안전보험 가입비 지원, 치패 방류, 해녀 문화 전승, 갯바위 닦기, 어장 관리 CCTV 설치 등의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해녀의 고령화, 감소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신규 해녀의 양성 없이 지속 가능한 해녀 사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은 지방의 소멸, 농어촌의 붕괴와도 연계되어 있기에 해법이 간단치 않다. 경북도가 ‘해녀 어업 보존 및 육성 계획’을 발표하고 포항시도 다양한 해녀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경북도와 포항시는 물론 대학, 언론 등 민간 분야에서 지역 해녀의 역사적 정체성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해녀 문화의 가치를 보존·계승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인다면 ‘해녀 담론’이 보다 풍성해지고 지속 가능한 해녀 사업을 위한 실질적인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글 : 김수희(독도재단, 경제학 박사)

사진 : 김수정(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