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가 만났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대학은 평생교육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위기의 대학 사회가 뜨거운 감자를 선물 받고 뒤숭숭하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온라인 단과대학을 신설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영남대 총장 이후 13년 만에 다시 대구가톨릭대학 총장을 맡아 이제 막 한 학기가 지났다. 진출혁세(震出革世)라는 주역 괘사(卦辭)에서 뽑아온 그의 호 ‘진혁(震革)’처럼 역시 변화를 몰고 다니는 사람임엔 분명해 보인다.

총장실 문을 활짝 열어 젖혀놓고 기다리고 있던 우 총장은 요즘 대학사회 분위기를 묻자 대뜸 사이버대학 관련 신문기사를 내밀었다.

“코로나19가 우리 교육을 10년 앞당겼다. 정말 대학에 변화의 기회를 준 것이다. 기존 사이버대학에서 반발하고 있지만 이건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그는 대학이 변해야 한다면 이 길이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대학 위기라는 지금
대학이 변화할 기회

1년 2기 4년제
3학기 3년제 도입하면
3년만에 졸업 가능

수도권 대학
정원 외 모집 페지로
지방 대학과 공생해야

지역대학 무상교육으로
저출산·지방 소멸 문제 해결을

-지금도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지 않은가. 굳이 100% 온라인 대학을 신설해야 하나.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나.

△지금까지 일반 대학은 20% 이내에서만 원격수업을 할 수 있었는데 교육부가 규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100% 온라인으로 강의는 물론 학위를 받을 수도 있도록 했다. 그래서 우리 대학교가 전국 최초로 모든 과목을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단과대학을 내년부터 신설키로 한 것이다. 일반대학 정원을 감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대신 4개학과에서 252명을 뽑는 유스티노 자유대학을 신설했다. 온라인 대학으로 학과별 정원은 따로 규정이 없다. 경쟁력이 없는 학과는 자연 도태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전국에 사이버대학이 21곳이나 되는데 그들이 반발하지 않겠나.

△물론 반발하겠지만 이건 시대 흐름이다. 자신들이 20년 규제 속에서 구축해 온 온라인 대학의 아성을 일반대학들이 무임승차하는 것이니. 그러나 서울의 이화여대도 100% 온라인대학원 설립을 발표하는 등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방송통신대학의 인기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에서도 많은 대학들이 온라인 대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비대면 교육이 변화하는 시대 오프라인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입학정원 미달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대학 사정이 위기를 넘어 벼랑 끝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판에 대학교 총장직을 다시 맡았다. 어떤 비책이 담긴 비단주머니를 갖고 왔는가.

△대학의 위기는 이미 20년 전부터 오고 있었다. 그걸 말로만 대비한다면 시기를 놓치고 만다. 영남대 총장 시절 무용학과 폐지를 놓고 6박7일간 감금당한 적도 있었다. 그때 이미 위기에 대응하는 변화가 힘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당시엔 2024년쯤 정원 미달사태가 올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재수생 등 변수를 예측 못했으니 허를 찔린 셈이다. 입학정원 미달 사태가 더 앞당겨졌다. 대학의 변화가 더욱 절실해졌다.

또다시 총장 책임을 맡은 건 비책보다 거절할 수 없는 이문희 전 대주교님과의 약속 때문이기도 했다.
 

-온라인 대학이 유일한 해결책인가. 온라인 강의의 문제점도 적지 않을 것인데.

△우리 대학 내의 문제부터 하나씩 고쳐 나가고 있다. 강의실에서 교내 전체가 온라인 교육이 가능한 시스템의 구축과 교육시설의 확충, 방송국에서 방송 편집 전문가를 초빙하는 등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다.

강의실에서 오프라인 강의 150분을 온라인으로 하면 절반인 75분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 확인했다. 온라인의 강의 밀도가 오프라인의 1.5배라는 말이다. 학생들도 집중해야 하고 무엇보다 교수들이 긴장하고 변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비대면 교육에 따라 발생하는 학생들의 학력 격차는 보완해야 할 과제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고등교육위기극복방안 공청회에 주제발표자로 참석해서 정원조정과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을 주장했다.

△지금 우리나라 대학의 문제점이 어디 온라인 대학 하나로 해결될 일인가. 무엇보다 신입생 미충원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정원감축도 해결책 중 하나다.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실에서 대학도 수도권은 정원 외 모집까지 하면서 지방대학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수도권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이나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등 각종 정원 외 모집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지방대의 숨통을 일부분은 틔워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대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근본대책은 어떤 것이 있겠나.

△먼저 우리 교육의 학제부터 바꿀 것을 제안한다. 1년 2학기 4학년제가 당연시돼 왔으나 이것도 부숴야 하는 관습이다. 대학이 1년 2학기제를 고집하면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등 쉬는 교육시설과 인력은 낭비가 된다.

-학제를 어떻게 바꾸는 것이 좋겠나.

△3학기제로 하는 것이다. 영남대에서 3학기제를 도입해 봤는데 지금은 없어진 것 같더라. 3학기제를 하면 학생들도 수업연한 4년을 3년으로 줄일 수 있다.

-그건 대학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좋은 방법이 못될 것 같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이자 변화의 시대다. 이제 직업의 생명 주기가 4~5년으로 짧아지고 있다. 5년 써먹기 위해 대학이 4년 붙잡아놓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낭비다. 더 이상 4년 등록금 내고 30년 써 먹는 교육으로는 이런 변화의 시대에 적응해 나갈 수 없다. 생애 1번 교육받아 살아가는 시대에서 이젠 평생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시대에 맞는 교육을 시켜 배출시켜 내겠다는 것이다. 5년 주기로 재교육을 받아야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됐고 재교육을 대학이 담당하는 것이다. 학과도 생성과 소멸의 과정이 있고 교수도 평생 보장받을 수 없다. 수요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또 있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학제가 길고 따라서 직업에 진출하는 연령이 높다. 특히 남자는 군대 2~3년 갔다 오고 긴 학제에 따라 더욱 그렇다. 가뜩이나 직업주기도 짧아지는데 직업 진출 나이가 늦춰지는 것은 사회적 국가적으로 손해다. 개인의 평생 근로시간이 경쟁국가보다 짧아지며 국가의 노동생산력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을 오래 붙잡아 두지 말고 빨리 사회로 내보내야 한다. 3학기제의 개편은 그런 의미도 있다.

-지난 개교 107주년 기념사에서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런 의미로 해석해도 괜찮겠나. 정치적 의미는 없나.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대학이 학생들을 모집했으면 훌륭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교육시켜 배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육성할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우리 대학의 교육목표이다.

-지난 5월 경북도청에서 열린 지역 대학총장 간담회 자리에서 지역출신 대학생들의 무상교육을 제안했다.

△지역 대학의 문제는 결국 지역의 문제다. 대학이 설 자리를 잃으면 지방도 같이 소멸된다. 인구 문제는 출산을 아무리 장려해도 대학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다산 정책이 먹혀들더라도 실제 대학 입학까지 효력을 발휘하기에는 무려 20년이 걸린다. 그래서 지역 출신 대학생의 등록금을 기초단체와 경북도, 대학이 각각 3분의 1씩 나눠 부담하는 대학 무상교육을 제안했다. 이미 고교까지 무상교육을 하고 있으니 대학교육을 무상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런 정도의 능력을 가진 지방대학이 많지 않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지방 사립대학의 재정 문제가 있지 않나.

△국회가 사립대학의 퇴로를 열어 주어야 한다고 지난번 공청회에서도 주장했다. 사립대학이 문을 닫으면 재단의 재산을 국고로 귀속시키지 말고 사회 복지나 공익사업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논의가 되고 있으나 아직 결론은 없다.

-영남대 총장 이후 대구시교육감으로 중등교육을 책임졌다. 이번에 다시 대학교 총장을 맡았다. 중등교육과 대학교육 간 문제는 어떤 것이 있나. 또 어떻게 해결하려 하나.

△대학 총장에서 교육감이 되고 보니 우리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알겠더라. 중고교에서 이미 토론식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학에서는 아직도 일방적으로 강의식 수업을 하는 식이었다.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이 고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왔는지, 커리큘럼도 모르고 수업 방식도 모르는 것 같았다. 한 학생을 두고 전혀 다른 교육체계를 적용하고 있으니 교육의 단절이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대학에서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고 교육을 하려니 더 큰 문제가 되었다. 이미 고교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니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차이가 크게 났다.

대학교수들에게 고교 교과서를 나눠주고 교육과정을 이해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고교 교육경력이 있는 교수들을 우선 선발하는 등 대학에서 중등 교육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가대는 교육청과 고교학점제 지원체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짧은 직업 생애주기에 맞춰 대학교육시한을 줄이고 졸업 후 사회인의 재교육도 대학이 맡아야 한다. 평생교육을 통해, 그것이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30대 제1야당 대표가 나왔다. 우리 교육계와 대가대에는 어떤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나.

△교육에도 변화하라는 메시지이자 바꿀 수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인다. 지금의 대학 위기는 총체적 위기다. 저출산과 고령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재정악화 등 요인은 이미 예견됐던 충격이다. 더 이상 장유유서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대구가톨릭대학교가 앞으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창학의 각오를 다시 다짐하게 만들었다.

/이경우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