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언니 오는 날’에는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시각이 돋보이는, 그러나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삶의 소중한 진실들을 예리하게 터치한 창작 단편소설 10편이 실려 있다.
임 작가는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들에 대해 “인간 본질에 충실하고 본성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내려는 인물들”이라고 소개하면서 “그들에겐 힘의 논리로 당할 수 없는 선함이 있다”고 설명한다.
소설집 ‘언니 오는 날’에 실린 작품들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러나 그 내면을 쉽게 알아챌 수는 없는 진득한 인생 이야기를 소박하게 담고 있다. 다양한 소재와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읽으면서 깨달음의 향기를 느끼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보디빌딩에 온 힘을 쏟아부으며 살다가 불의의 사고로 인생을 망친 한 남자의 이야기와 자신만의 영역 안에서 특별한 일에 중독된 사람들의 일상을 적절히 교직해낸 쌉쌀한 작품(‘삼각김밥을 먹는 동안’)이 들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생존의 끝자락에서 근근이 성장한 자매, 희생양으로 살아가면서도 말없이 간난을 견뎌내는 언니의 어두운 인생을 은밀한 문신처럼 살짝 들춰내는 작품(‘언니 오는 날’)은 시종일관 독자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2004년 월간 ‘수필문학’ 9월호에 수필 ‘아름다운 화석’으로 등단한 임 작가는 수필집 ‘나는 여전히 당신이 고프다’, ‘향기 도둑’ 등을 출간했고 구미문학예술상, 현진건문학상 신인상, 경북 문학대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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